칼빈, 지동설 부인하고 ‘6일 창조’ 문자적으로 받아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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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역사는 창세기 1장 해석에 어떤 틀을 제공해 왔나(2) 칼빈

창세기 1장,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9)

칼빈은 창세기 1장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창세기 창조 해석, 과학으로 바뀌지 않는다

▲제네바 빠스띠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 400주년 기념비.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낙스. ⓒpixabay.com
▲제네바 빠스띠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 400주년 기념비.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낙스. ⓒpixabay.com

성령은 결코 변덕스러운 하나님이 당연히 아니다. 진리는 결코 부정되거나 수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초대 교회의 창조 계시에 대한 해석도 결코 19세기에 나타난 자연과학이라는 내재적 학문으로 수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해석 방식은 창조주 하나님을 변덕스럽거나 미숙한 분으로 인간을 오도하게 만들 수 있는 치명적 틈새가 있다.

성령은 교회 역사를 통해 이미 초대 교회부터 바른 성경 해석의 실마리를 인도해왔다고 보아야 참된 계시인 것이다. 그것은 창조가 자연과학이 지금도 눈 뜨지 못했던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이라는 점을 초대 신학자 오리겐을 통해 논증하였다. 이 해석 방식은 교회 역사 속에서 수정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을까? 칼빈의 경우를 통해 이 부분을 다루어보려 한다.

칼빈의 창세기 1장 해석 방법

1. 모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심

칼빈은 창조주 하나님이 늘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자화상을 그리신다고 보았다. 즉 하나님은 계시를 주실 때 우리 인간의 지성과 마음의 능력에 적응(accommodation)하신다.

수사학에 능한 좋은 웅변가는 청중의 한계를 잘 알고 거기에 적응한다. 하나님은 우리 수준으로 오시기 위해 몸을 굽히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영(요 4:24)이심에도 불구하고, 때로 입, 눈, 손, 발을 소유하신 분으로 자기를 의인화하여 나타내신다.

따라서 칼빈은 어거스틴(Augustine, 354-430)을 늘 존중하면서도, 때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를 구사하는 어거스틴 방식의 수사(修辭)까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칼빈이 신인동형(神人同形)설이라는 언어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해석의 여지를 남긴 이유라 할 수 있다.

2. 초대교회 해석 방식의 존중

이렇게 창조에 대해 칼빈은 바실리우스(Basillius, 329경-379)나 암브로스(Ambrose, 339-397)의 이해를 받아들인다. 이들 견해의 기본 특징은 전통적으로 기독교가 수용하는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였다.

칼빈은 물체가 영원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는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이나) 이방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조화의 하나님이요 완벽한 하나님이었다.

3. 과학적 해석에 대한 칼빈의 생각들

그런데 칼빈은 창세기를 주석하면서, 과학의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칼빈은 창세기를 주석하면서 성경에서 천문학이나 고도의 기술을 배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서 마치 성경을 과학 서적처럼 다루는 일에 대해 강력히 경계한다. 왜냐하면 모세는 단지 미개인들조차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방식으로 성경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의 해와 달에 대해 주석하면서도, 칼빈은 창세기는 철학적으로 우리에게 말하지 않으며 단지 어느 정도 밝게 우리들에게 비추는지를 말하고 있다고 하였다.

신비한 세계를 더욱 깊게 탐구하려면 성경이 아니라 그 방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칼빈이 보기에 창세기를 서술한 모세는 과학의 언어가 아닌, 단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우리에게 알려줄 뿐이다.

칼빈은 “만일 모세가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면,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한 문제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그에게 호소했을 것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사람들의 수준과 능력에 적응한다. 즉 이것을 문자적·과학적 묘사로 보면 안 된다. 창세기 기자(아마 모세)는 학식 있는 사람뿐 아니라 배우지 못하고 원시적인 사람들의 교사로도 임명되었다.

때문에 창세기 저자는 배우지 못한 조잡한 교육 수준의 입장에 서지 않고는 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김성봉 박사(전 안양대 신학대학원장)는 칼빈의 이 같은 적응의 방법이 현재의 삶을 위한 목회적 관심까지 염두에 둔 해석 방법임을 상세히 논증한다.

그렇게 볼 때 칼빈에게 있어 창조의 6일은 과학적인 24시간의 여섯 단위가 아니었다. 칼빈은 순간 창조 개념을 반대하였다. 성경은 주전 4천 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었다. 확장된 시간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인간의 사고방식에 적응한 것이었다.

칼빈은 그에 따라 궁창 위의 물도 물이 아니라, 구름으로 해석한다. 이것은 오늘날 창조과학(creation science)과는 조금 다른 해석 방법이다.

즉 칼빈에게 있어 이 모든 것들은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즉 그 계시들은 모든 인류, 모든 역사, 모든 인류의 남녀노소, 지식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적응된 것이다.

▲종교개혁자 칼빈(1509-1564).
▲종교개혁자 칼빈(1509-1564).

4. 칼빈의 해석 방법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오해

칼빈 시대, 루터란주의자들은 이미 지동설을 책망하고 있었다. 칼빈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주장을 창세기 주석에서 비난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독교와 과학의 입장을 대결의 관점에서 본 앤드루 딕슨 화이트(Andrew Dickson White)의 일방적 주장일 뿐, 칼빈의 창세기 주석 어디에도 그런 구체적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나 버틀란트 러셀 같은 기독교와 유신론에 비판적인 학자들이 자신들의 책이나 논문에서 칼빈이 지동설을 비판했다는 그릇된 인용을 하는 것은 바로 화이트의 논문을 잘못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

설령 칼빈이 당시의 과학적 지식에 적응하여 잘못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고 본다. 칼빈은 당시 천문학적 지식에 적응하여 달이 불명료한 물체라는 것을 인정하나, 캄캄한 물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칼빈은 달이 불타고 있는 물체일 것이라 보았다. 즉 달은 발광체라고 말한다. 성경이 달을 광명(창 1:15-16)이라고 부르니 성경에 적응하면 달이 광명이라는 것은 옳다. 그러나 천문학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물론 지구도 광명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달이나 지구가 그 중심에 뜨거운 마그마를 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또한 그 실체에 대한 해답이 간단하지는 않다. 즉 발광체든 아니든 그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5. 진리 안에서 자유로운 칼빈의 적응 이론

과학자들의 견해도 결국 시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견해도 당연히 오류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과학자들을 모두 오류 투성이의 위선자들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칼빈도 당연히 16세기 제한적 지식 아래 잘못 말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적응 이론 아래에서 칼빈은 자신이 과학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 성경 해석의 오류를 범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부담에 대해 자유할 수 있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런 것이 과학의 문제에 대한 칼빈의 성경 주석이 미숙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 칼빈은 성경 원문을 철저하게 연구한 사람이었다. 칼빈은 탁월한 성경 원문 연구가였던 것이다.

이런 자세는 당시 유럽의 인문주의의 상황을 반영한다. 즉 칼빈이 성경 해석에 있어, 과학의 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대충 넘어가는 수준의 능력이나 성품을 지닌 인물이라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칼빈은 성령이 “저속하고 교육받지 못한 무리들로 하여금 배우는 길을 막아버리기보다, 오히려 우리와 함께 말을 더듬거리는 쪽을 선택했다”고 주석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몸을 떠는 방식으로 몸을 떠시는 분이다. 즉 하나님은 우리가 아기들과 대화할 때 눈높이를 아기들 수준에 적응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계시를 주시고 적응하신다.

그런 면에서, 칼빈이 보기에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지동설에 대한 비판에 대항해서 수학적 물리적으로 난해한 점들까지를 알게 하려는 것이 모세나 선지자들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모세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보통 사람들이 쓰는 언어에 자신을 적응시킨 것이다.

이렇게 기독교 신학의 전통은 창조주 하나님의 계시가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적응하고 있음을 알고, 창세기 1장 해석에 있어서도 과학이나 신학이나 팔레스타인의 어떤 문화적 배경에 집착하지 않고 계시의 사실성을 믿는 가운데 열려 있었다.

즉 칼빈이 성경 그대로 믿으므로 “하나님이 6일 동안 창조하셨다”고 했다 해서, 그것이 과학의 판타지처럼 문자적 6일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란 것을 창조과학자들은 이해해야 한다.

ⓒNASA 제공
ⓒNASA 제공

6. 칼빈은 진화론자인가?

성경무오론의 선봉에 섰던 철저한 칼빈주의자, 프린스턴의 벤저민 워필드(B. B. Warfield, 1851-1921)조차 “칼빈이 가졌던 창조의 신조를 올바로 이해한다면, 인간의 영혼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진화론적인 창조였다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 “칼빈은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가 진화론이라고 부르는 이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도, 분명하게 진화론의 신조를 가르치고 있다”고 해설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정말 칼빈이 진화론자였을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16세기 칼빈의 시대는 진화론이 과학과 성경의 전면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시대였다.

즉 칼빈이 아니라 워필드가 볼 때 칼빈의 생각이 그랬을 것이라고 해석했을 뿐이다. 이것은 같은 프린스턴 학파요 같은 성경무오론자였던 찰스 핫지(Charles Hodge, 1797-1878)와도 다른 관점이었다.

어찌 됐든 창세기 해석에 있어 칼빈에게 중요한 것은 진화론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창세기를 기록한 모세의 시대나 종교개혁의 루터와 칼빈의 시대나 진화론의 문제는 전혀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성경의 초월적 창조 계시를 그런 내재의 과학적 관점으로 재단될 수 있는 계시로 보면 전혀 안 되는 이유다.

칼빈이 하나님께서 “자신의 손에 빛을 쥐고 있으며 태양이나 달이 없어도 우리에게 빛을 줄 수 있다(창세기 주석, Edinburgh, M. DCCC, XLVII, Vol. p.76.)”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어떻게 진화론이나 자연과학적인 해석의 틈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7. 나가면서

창조 계시는 모세 시대와 오늘날 21세기 우리들의 시대까지 염두에 둔 모든 역사, 모든 민족,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식 고하를 막론하고 적응하신 계시였다는 점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칼빈이 창조 세상의 지식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의 노력과 학문을 통해서도 진흥된다고 보았던 것도 일반 은총의 관점에서 타당하다. 모든 진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진리가 아니던가(요 8:32; 14:6). 즉 칼빈은 그렇게 밝혀지는 세상의 진실도 ‘성령의 도우심’이라고 보았다.

창세기 1장은 모세가 스스로 생각해 기록한 글이 아니요 창조주 하나님의 계시로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즉 실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하나님은 이 놀라운 초월적 계시를 모든 인류가 알기 쉽게 주셨다. 그리고 그 분은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그런데 이 진리는 세상의 과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계시는 아니었다.

이 세상 지혜로는 이 계시를 알 수 없게 숨기신 하나님의 패러독스와 아이러니는 도대체 무엇일까? <계속>

▲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조덕영(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 평택대 <과학과 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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