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대교와 예수 운동
유대교, ‘기독교적 편견’으로 바라보면 안돼

예수, 토라에 순종하는 유대인 정체성 가져
‘신구약 중간기’까지 구약 역사 한 이야기로
예수 운동과 기독교 형성 기초 이해에 도움

초기 유대교와 예수운동
프레더릭 J. 머피 | 유선명 역 | 새물결플러스 | 760쪽 | 42,000원

신약 시대의 예수와 이후에 발전된 기독교를 이해함에 있어, 초기 유대교는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맥락과 정황이다. 그동안 우리는 유대교를 기독교적 편견 가운데 보아왔는지도 모른다. 예수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복음서를 대했을 수도 있다.

저자인 프레더릭 J. 머피(Frederick J. Murphy, 1949-2011)는 객관적 방식으로 제2성전기 유대교에 접근하려 노력한다. 그러한 그의 세밀한 노력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예수가 매 순간 언약 가운데 토라에 순종하는 유대인으로 자신을 이해했음을 강조한다. 그는 유대교를 그 자체의 가치와 기준으로 보아야 함을 역설한다.

제2성전기를 세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헌과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제한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당시 역사적 정황을 면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제2성전기뿐 아니라 유대교를 형성한 이스라엘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제1장 ‘제2성전기 이전의 이스라엘’과 제2장 ‘회복’은 구약 정경을 1차 자료로 활용하고 있기에,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익숙한 내용이다. 구약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한번 정리해볼 수 있다.

구약을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훑어볼 수 있다는 유익이 있다. 더불어 고대 유대 사회의 개념과 특징들이 곳곳에 소개되고 있어 소소한 재미가 있다.

제3장 ‘헬레니즘, 유대교, 마카비 가문’과 제4장 ‘묵시 사상’은 「마카베오 1」, 「마카베오 2」, 「집회서」, 다니엘,「에녹 1서」등이 1차 자료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외경의 내용을 당시의 정황과 역사적 흐름에 따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성경은 하나의 큰 이야기(meta-narrative)다. 제2성전기의 역사는 성경을 전체로 이해할 때 필수 요소다. 우리는 제3장, 제4장을 통해 구약과 신약의 중간기라고 말하는 제2성전기 역사를 대하게 된다. 그리하여 예수 운동과 기독교의 형성의 기초적 문맥을 이해하게 된다.

제5장 ‘쿰란과 사해사본’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처음 사해사본(Dead Sea Scrolls)이 발견됐을 때, 미디어와 개인 저술가들은 미공개된 문서에 충격적 내용이 있으며 이것은 기독교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하곤 했다.

하지만 건실한 학자들은 이런 추측들을 일축하고, 사해사본을 통해 제2성전기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일차 자료들이 있음을 밝혀냈다.

다수 사본이 극소수 학자들에게만 공개됐고, 두루마리 손상으로 인해 출판이 늦어졌으며, 초기 사본들을 배당받은 학자들이 자신의 제자들에게만 그 작업을 인계함으로 인해, 이 사본에 대한 접근은 사실상 매우 어려웠다.

이후 대중들에게 사해사본이 공개되면서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제2성전기 중간기부터 말기에 대한 이해와 초기 유대교와 기독교 연구를 위한 값진 자료가 되었다.

머피는 이 장을 통해 쿰란 공동체와 이곳에서 발견된 두루마리 자료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1차 자료들을 최대한 그대로 사용하면서, 쿰란 공동체의 특징을 정리하고 분석한다.

이스라엘 성지 예루살렘 교회 궁전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지. ⓒ픽사베이
제6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은 복음서와 요세푸스의 저작 등을 통해 제2성전기 말에 이스라엘의 유력한 세 집단을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예수 운동과 초기 기독교, 복음서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제7장 ‘로마인의 등장’과 제8장 ‘로마의 통치’는 복음서 이외의 일차 자료들을 통해 복음서의 배경이 되는 로마 통치하의 이스라엘의 배경을 연구한다. ‘로마의 급변하는 정치의 흐름은 어떻게 이스라엘의 역사에 영향을 미쳤을까? 유대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 앞에 어떠한 대응과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질문들에 답을 찾을 수 있다.

제9장 ‘유대인 예수’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간략한 개관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E. P. 샌더스(E. P. Sanders)의 『예수와 유대교(Jesus and Judaism)』와 그 책을 다듬고 증보한 앨리슨(Dale C. Allison, Jr.)의 Jesus of Nazareth: Millenarian Prophet의 결과를 참조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2002년에 출간된 책이라, 이후의 역사적 연구에 대한 자료들은 다른 저서나 논문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출간된 앨리슨의 Constructing Jesus: Memory, Imagination and History, 제임스 던(James D. G. Dunn)이나 래리 허타도(Larry W. Hurtado) 저서 등).

예수는 제2성전기 말기 갈릴리와 유대를 오간 실존 인물이며 유대인이었음을 전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예수가 유대인이었으며, 유대 사회의 맥락 가운데서 그를 이해함이 유의미하다고 강조한다. 이 장을 통해 역사적 연구의 흐름을 한 번 짚어볼 수 있고, 다양한 연구의 쟁점을 간명하게 볼 수 있다.

제10장 ‘이스라엘의 반란’은 로마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파괴한 기원후 70년 전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로마 정치와 사회적 변화는 유대인들에게 긴장과 갈등을 촉발했다. 성전의 파괴 이후 토라의 중요성이라는 유대교의 근본적 성격은 이 사건을 통해 기록된 토라와 해석이라는 새로운 유대교로의 변화를 가져왔다.

제11장 ‘그리스도에 대한 신약적 이해의 유대교 근원’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사도행전, 히브리서, 요한계시록을 중심으로 하여 이 책들이 가지는 유대교적 성격과 배경들을 고찰한다.

저자는 결국 예수와 그의 추종자들 모두 유대인이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역사적 예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세기 갈릴리와 유대의 맥락에서 예수와 그 운동을 살펴보아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이 책은 비교적 두꺼운 책이기에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책을 더 깊게 음미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순서대로 읽는 방법(from cover to cover)이 좋다.

왜냐하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단어나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전반부의 한 챕터를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제9장 ‘유대인 예수’ 중 “예수가 생존한 당시의 갈릴리의 지배자는 헤롯 안티파스였고, 유대는 로마가 직접 관할하는 구역이었다(596쪽)”는 문장이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문장의 사회문화적·정치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3장 ‘헬레니즘, 유대교, 마카비 가문’과 제8장 ‘로마의 통치’를 읽어야 한다.

“예수가 활발히 사역한 곳은 갈릴리였으므로, 그가 접촉한 ‘서기관들’은 갈릴리 촌락의 서기관들 혹은 헤롯의 관료들이었을 것이다(597쪽)” 같은 문장의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제6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산헤드린’의 내용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또 제10장 ‘이스라엘의 반란’은 제8장 ‘로마의 통치’를 꼼꼼하게 읽어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책의 전체적 내용과 순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전체를 통으로 읽는다면 책의 내용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불어 매우 쉬운 문체로 쓰여 있고, 번역도 매끄러우며, 편집도 훌륭하여 방대한 양이지만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제2성전기 전후의 다양한 원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원 자료를 독자들이 직접 대할 수 있게 하는 저자의 배려다. 우리는 저자의 해석에 의지하지 않고 기존의 텍스트에 그대로 접근함으로 저자와 함께 해석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은 각 장 마지막 참고문헌에서 알 수 있듯, 책에 인용된 방대한 자료들 중 우리말로 번역된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여러 자료들이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의 원서 출간(2002년) 이후 다양한 저자들의 더욱 발전된 논의와 연구들이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책을 읽기 이전에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인 듯하다.

이 책이 신구약 성경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무엇보다 성경 자체가 의도하는 의미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