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TV 시리즈 <메시아>를 분석합니다. 예리한 CIA 요원이 주목한 남자, 신의 전령을 자처하며 사람들을 사로잡은 이 남자의 숭배자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점점 혼란해집니다. 미셸 모너헌, 메디 데비, 존 오티즈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 메시아
▲'재림 예수'를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시아(Messiah)>.

거짓 이적에 미혹되지 않는, 분별 있는 신앙

◈그리스도와 이적: 참된 재림 예수, 분별할 수 있는가?

자신을 메시아라 칭하는 자가 여러 이적을 베풀고 다닌다면? 총에 맞아 죽은 아이를 그 자리에서 살리고, 폭풍 속을 걷고, 물 위를 걷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메시아와 거짓 선지자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올해 1월 방영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TV 시리즈 <메시아(Messiah)>는 이 질문을 가지고 서사를 풀어나간다.

<메시아>의 서사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로부터 시작된다. ISIS의 공격으로 점령 위기에 놓인 다마스커스에 스스로를 알라의 메신저라 부르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한 달 동안 모래바람 속에서 설교를 하고, 2천명의 추종자들을 광야로 이끌어 간다. 그의 추종자들은 그를 ‘이사 알 마시흐(Isa al-Masih, 메시아 예수)’로 부른다.

그는 이내 이스라엘 수사기관에 붙잡혀 심문을 받는데, 스스로를 ‘하밀라(hamilah, 하나님의 ‘말씀’)’라고 소개하며,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른다. 또한 누가 알려준 적 없는데도 자신을 심문하는 이스라엘 첩보요원의 신상명세뿐 아니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그의 비밀스러운 범죄까지 모두 알고 있다.

감옥을 홀연히 탈출한 그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밀입국하고, 거기서 토네이도 속을 걸으며 사람들을 구하고, 그 지역 교회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에게 재림 예수로 숭배된다.

미국에서도 수많은 추종자를 얻게 된 그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도착한다. 거기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방송 카메라 앞에서 물 위를 걷는 이적을 보여 미국과 세계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선사한다.

이처럼 <메시아>는 신약성경에 소개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부분부분 차용해, 새로운 형태의 재림 예수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는 ‘알 마시흐’라 불리는 자의 행적 자체보다, 그러한 행적들을 목격하는 주변인들의 반응이다.

알 마시흐 주변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알 마시흐의 정체를 끝까지 의심하는 부류로서, 이스라엘 정보요원과 미국 CIA 요원, 미국 고위관료들, 종교에 회의적인 군중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그가 메시아 혹은 재림 예수라는 사실을 철석같이 믿는 이들이다. 그를 따라 광야로 나선 시리아 난민들, 미국의 지역 목회자와 기독교인들, 그에게 병 고침의 이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이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는 알 마시흐가 메시아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으면서도, 왠지 그가 일으키는 이적들 때문에 아예 부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이들이다. 작중 등장하는 몰몬교 출신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이 마지막 부류에 포함된다.

<메시아>는 어떻게 보면 진짜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고, 다르게 보면 사이비 교주같기도 한 알 마시흐를 마주한 주변인들의 반응과 평가를 통해 현대인들, 특히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믿는 예수는 어떠한 분이신가? 재림 시에 당신은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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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에서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 리플렉팅 호수 위를 걷는 이적을 보이는 알 마시흐.

◈그리스도와 계시: 이적이 아니라 계시로 분별하는 재림 예수

사실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의 재림은 전 인류, 모든 민족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예언되어 있다(계 1:7).

재림했다는 인물이 진짜냐 아니냐를 다투는 논란이 일어난 시점에서, 이미 <메시아>에 등장한 알 마시흐의 정체는 폭로되고 있다. 그는 제법 신기한 마술 혹은 이적을 행할 수 있는 거짓 선지자 혹은 적그리스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작중 알 마시흐는 마술사 집안에서 태어난 분명한 출생 이력이 있다. 출생을 통한 그리스도의 임재는 그분의 초림 때 완료됐고, 재림은 이와 달리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 1:11)” 하였으니,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부모에 의해 출생한 이는 이제 그 누구도 그리스도, 메시아라 할 수가 없다.

이 예언은 거짓 선지자 및 적그리스도를 분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서 무수한 신흥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재림 예수라 자칭해 왔다.

대표적으로 최근 코로나19 시국에 큰 물의를 일으킨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역시, 지도자가 자신을 이 땅에 재차 보냄받은 예수, 재림 예수의 영을 받은 하나님의 아들로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네스토리우스적인 것으로, 칼케돈 공의회를 통해 분명하게 이단으로 정죄받은 이론이다.

네스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려 했다. 그는 성자 그리스도가 하나님께서 한 뛰어난 인간에게 ‘양자의 영’을 보내 그분의 아들을 삼은 자라고 믿었다.

이른바 양자설(adoptionism)이라 하는 이 이론은 칼케돈 공의회 이후로도 기독교계 내에 숱한 이단들을 양성하는 이론으로 자리잡게 된다.

온전한 이성을 가지고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믿는 신자라면, 그리고 칼케돈의 신앙고백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믿는 신자라면, 현재까지 이 땅에 나타난 수많은 ‘재림 예수들’이 결정적인 결격 사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단하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들의 속임수에 미혹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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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마시흐를 선지자 이사(예수)로 믿고 먹을 것도 없이 광야로 따라나서는 시리아 무슬림들.

한국의 경우 집단주의 문화가 사이비 신흥종교 활성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신흥종교 집단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경우, 이 사람은 즉시 그 집단이 구축하는 견고한 인(人)의 장막 안에 갇히고, 이로 말미암아 자신을 둘러싼 세상 모두가 그들의 지도자를 재림 예수로 믿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 사람은 그 신흥종교 집단의 교리를 믿음으로써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된다.

개인주의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집단주의적 분위기보다 신흥종교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언변과 외모, 행적, 그리고 마술적인 이적 등이 사람들을 미혹하고 매료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굳건히 믿어 유명해진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를 들 수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창시자인 로널드 허버드가 발명한 기계를 사용해 죽은 자들의 영에 빙의하는 체험을 얻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굳건한 믿음을 갖게 만든다. 사이언톨로지는 이 영들을 인간으로 환생하지 못하고 떠도는 외계인의 영혼이라 가르친다.

<메시아>의 서사는 신비스러워 보이는 카리스마와 이적을 열망하는 이런 서구인들의 종교성을 비판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작중 알 마시흐가 선보이는 이적들은 성경에 분명하게 예언된 그리스도의 계시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들 만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그리하여 믿음에 커다란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목회자가 알 마시흐를 보고서 재림 예수, 아니면 최소한 하나님의 선지자로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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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마시흐의 이적에 현혹된 이스라엘 첩보요원, 그를 하나님의 메시아로 확고하게 믿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의 감각적 경험이나 이적 체험에‘만’ 기반을 둔 신앙을 가르친 적 없다. 성경에는 이적을 통해 그리스도를 믿은 이들의 기사가 다수 기록돼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들 역시 결국은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말씀 위에 신앙을 건립했지 끝까지 이적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예수께서 자신을 보지도 않고 알고 계심을 확인한 나다나엘(사도 바돌로매)이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요 1:48-49).

신앙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맹신하기를 거부하고, 우선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복음을 통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분별하는 확고한 주지적(主知的) 성격을 갖고 있다.

<메시아>는 현대의 기독교인들에게 바로 이런 지적인 믿음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음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기와 SNS를 통해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에 이끌리기 십상인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문화 양식이 우리 신앙을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는지 경고하고 있다.

물론 <메시아>가 전하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포스트모던 문화에 기반을 둔 종교다원주의적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무슬림이든, 유대교인이든, 아니면 기독교인이든 간에 맹목적이고 무반성적 신앙을 갖는 행태를 비판하고 조롱하려는 의도로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별도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메시아>라는 작품을 평가해 본다면, 정확한 성경 지식을 통해 거짓 선지자와 적그리스도에 미혹되지 않는 재림 신앙을 확립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교훈은 신천지의 비행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여러 모로 부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더더욱 중요한 것으로 다가온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