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확실성’ 9가지 스펙트럼 중 ‘매우 확실한’
예수의 부활, 과거 발생한 사건으로 여겨도 무방
원인과 배후 매커니즘, 본질은 역사가 영역 아냐

예수의 부활

예수의 부활

마이클 R. 리코나 | 김광남 역 | 새물결플러스 | 1,032쪽 | 55,000원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 중 핵심 사건이다. 그래서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 그리고 변증가들이 그 중요성과 성경적·교리적 의미, 그리고 이것이 2천년 전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었음을 역설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평생 ‘부활 문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그러나 책 <예수의 부활(The Resurrection of Jesus)>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일반 사회와 학문의 기준 즉 일반 역사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역사 기술 원칙들을 동원해, 예수의 부활에 대해 대대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담대한 도전’은 1천 쪽 넘는 분량이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역사기술 접근법(A New Historiographical Approach)’이라는 부제의 이 책에서 저자는 성서학계 외부 전문 역사가들의 문헌들과 ‘전례 없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예수 부활의 ‘역사성’ 문제를 조사했다.

저자가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 자체가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탄탄한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 먼저 1장에서 예수 부활의 역사성 연구 진행을 위해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얻는가 △편견이 연구에 미치는 영향과 역사가들이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입증책임의 소재 △역사가 말할 수 있는 한계 등 일반 역사가들이 비종교적 사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역사적 확실성에 대해 ①확실히 역사적이지 않은(certainly not historical)부터 ②매우 의심스러운(very doubtful) ③상당히 의심스러운(quite doubtful) ④다소 의심스러운(somewhat doubtful) ⑤애매한(indeterminate, 개연성이 없지도 않고 그럴법하지도 않은) ⑥다소 확실한(somewhat certain, 발생하지 않았을 개연성보다는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은) ⑦상당히 확실한(quite certain) ⑧매우 확실한(very certain, 참일 개연성이 매우 높은) ⑨확실히 역사적인(certainly historical)까지 9가지 스펙트럼을 사용하겠다고 밝힌다.

일반 역사가들은 ‘⑥다소 확실한’보다 높은 곳에 위치할 때, 그 가설에 역사성을 부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예수가 부활했는가’에 대한 답에 대해, 대부분의 역사가들도 성서학자들과 철학자들에 비해 이 문제에 답할 준비가 그다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1장 끝에서 그는 자신의 지평(horizon), 즉 선이해(preunderstanding)를 공개한다. “나는 예수 부활의 역사성을 주장하는 세 권의 책을 썼으며 일레인 페이절스와 바트 어만 같은 반대자들과 벌였던 많은 공개 토론에서 그 입장을 옹호했다. 내가 예수 부활의 역사성에 대한 찬반 논거들에 익숙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나는 내가 예수의 부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저자는 데이터에 입각해 엄밀하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시작한다. “나는 자신이 그 사건에 대한 역사적 증거가 부활 가설을 역사적 확실성에 관한 내 스펙트럼 상에서 ‘역사적’이라는 결론을 정당화하는 위치에 두기에 충분히 강력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믿는다. … 설령 예수의 부활이 역사적으로 확인될 수 없을지라도, 특별하게 기독교적인 내 신앙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부활이 일어나지 않았음이 입증된다면, 나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게 될 것이다.”

비장한 고백도 이어진다. “만약 내 연구가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면, 나는 현재 위치에서 쫓겨날 것이고 실업자가 되리라는 것을 안다. 나는 진리를 추구하고 발견하고 따르는 일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주제와 씨름하고 있다. … 그러므로 설령 내가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신이 있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또한 나는 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참된 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데 훨씬 더 관심이 있다.”

부활 도상
▲의심하는 도마에게 못자국을 보여주시는 예수. 헨드릭 테르브루그헨(Hendrick ter Brugghen)의 그림(1622).
2장 ‘역사가와 기적’에서는 ‘기적’을 연구하기 위한 도구가 없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역사가들이 왜 기적 주장을 조사하기 전에 주저할 필요가 없는지, 데이비드 흄부터 바트 어만, 제임스 던 같은 학자들이 제기한 이의에 대해 5가지 주요 입장을 살펴본다.

이후 “역사가들이 신학적 의미의 예수 부활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예수 부활의 역사성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는다”며 “예수의 부활이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었다면, 역사가가 그것을 연구할 권리를 부인하거나 예수가 부활한 원인의 후보군에서 기적을 선험적으로 배제하는 학자들은 사실상 그들 자신을 역사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위치에 두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3장 ‘예수의 부활에 대한 역사 자료’에서는 복음서와 외경부터 비기독교적 역사 기록까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언급이 있는 초기 역사 자료(문헌)들을 모두 펼쳐놓고, 이들 모두를 ‘등급별’로 평가한다. 복음서와 역사가 요세푸스·타키투스, 교부 폴리캅의 언급에는 ‘가능성이 있음’, 바울서신에는 ‘개연성이 매우 높음’, Q자료와 켈소스는 ‘가능성이 낮음’, 교부인 로마의 클레멘스의 글에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 등을 매기는 식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독교 종파, 사도적 가르침의 내용 또는 예수가 부활했다는 보고 등에 대해 언급하는 로마나 유대의 행정기관으로부터 나온 어떤 공문서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문헌들이 있다면 역사가들에게 가치가 있고 가장 강력한 입증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도 훌륭하다. 우리는 적어도 한 명의 증인(바울)과 더 많은 목격자들(케리그마에 보존돼 있는 예루살렘 사도들)로부터 나온 보고들을 갖고 있다. 아마 정경 복음서들은 최초의 사도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어떤 전승들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장 ‘예수의 운명에 관한 역사적 기반’에서는 3장에서 파악된 가능성 높은 자료들(주로 성경)을 토대로, 서로 의견이 다른 학자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들을 추려냈다. 이는 다음과 같다.

예수는 당대에 기적을 일으키고 귀신을 쫓아내는 사람으로 알려졌고, 스스로를 ‘하나님 나라’ 도래를 알린 하나님의 종말론적 대리인으로 여겼다. 그리고 자신의 폭력적인 죽음과 그 후에 있을 하나님에 의한 신원/부활에 대해 예언했다.

또 ①예수는 십자가형을 받아 죽었고 ②예수가 죽은 직후 제자들은 예수가 부활했고 자기들에게 나타났다고 믿고 선포하도록 이끌었던 경험을 했으며 ③예수가 죽은지 몇 년 이내에 바울이 자신에 대한 예수의 부활 후 출현으로 해석했던 일을 경험하고 회심했다. 이는 게리 하버마스가 정리한 ‘예수의 운명’에 관한 3가지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이고, 학자들도 거의 보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예수의 기적과 축귀, 그리고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나타남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증거 부족으로 예수의 특정한 기적들에 확실하게 역사성을 부여하긴 어렵다”며 “역사가들은 예수의 처형 이후 그의 많은 추종자들이 개인적·집단적으로 예수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했고 모종의 방식으로 자기들에게 출현했다고 확신하게 했던 경험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서로 이질적인 현대 학자들에게 거의 만장일치로 인정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마이클 R. 리코나
▲저자 마이클 R. 리코나 교수. ⓒ유튜브
5장 ‘가설들에 대한 평가’에서는 게자 버미스(불가지론)와 마이클 굴더(환각), 게르트 뤼데만(환상)과 존 도미니크 크로산(은유), 피에터 F. 크래퍼트(사회과학적 접근) 등 ‘예수의 부활’과 관련해 제기된 대표적 5개 ‘자연주의 가설’들을 평가한다.

그리고 예수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났다는 ‘부활 가설(resurrction hypothesis)’을 살핀다. 이 가설은 앞선 5개 가설들이 모두 통과하지 못한 △설명 범위 △설명력 △타당성 △덜 임기응변적 △조명 등을 모두 통과한 유일한 가설로, 앞에서 언급한 역사적 확실성이라는 스펙트럼 중 ‘매우 확실한’이라는 지점에 놓아도 무방하다.

“만약 초자연주의가 잘못이거나 기독교가 아닌 어느 종교가 배타적으로 참되다면 부활 가설을 기각해도 된다. 그러나 만약 세계관 문제를 제쳐두고 초자연주의를 전제하거나 선험적으로 배제하지도 않으면서 데이터를 조사한다면,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는 역사적 결론이 나온다.”

예수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했다는 것은 관련된 역사적 기반에 대한 최상의 설명이다. “역사가가 예수의 부활을 과거에 발생한 사건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그 사건 배후의 원인(누가 또는 무엇이 예수를 살렸는가), 그 사건 배후의 매커니즘(그것이 어떻게 이뤄졌는가), 그리고 예수의 부활한 상태의 정확한 본질에 관한 질문들은 역사가의 연구 범위를 넘어선다.”

우리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는 2천년 전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3일만에 부활하셨다.

저자 마이클 R. 리코나(Michael R. Licona)는 1961년생으로, 예수 부활의 역사성에 대한 전문성으로 유명한 철학자 개리 하버마스(Gary Habermas)로부터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았다. 휴스턴 침례신학대학교 부교수이자 Risen Jesus Inc. 이사로 재직 중이며, 리버티 대학교에서 종교학 석사, 프레토리아 대학교에서 신약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