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모들은 신천지 연수원 입구에 편지와 글귀, 꽃 등을 붙였다. ⓒ가평=김신의 기자
“봄이 오고 꽃은 만발했지만, 내 가슴은 아직도 겨울이구나”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전국의 피해자들이 9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소재 신천지 연수원 소위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만희와 자녀들을 향한 눈물의 편지를 발표했다. 자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대문에 꽃장식을 하기도 했다. 이만희 씨는 지난 3월 2일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했으며, 며칠 전인 4월 5일에는 이 근처에 위치한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된 시설인) 박물관 부지에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모들은 이만희를 향한 원망의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꼬박꼬박 ‘총회장님’이라고 존칭을 붙여 하소연했다. 자신들의 자녀들을 돌려보낼 권한을 가진 것은 이만희 씨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녀들을 향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사가 더욱 걱정된다며 제발 돌아와 주기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자녀가 신천지에 빠진 지 13년째이고 가출한 지 7년째라는 한 피해자는 “딸이 학교에 다닌다고 거짓말하며 학비와 용돈을 받아가고, 신천지 간부에게 ‘우리 엄마한테 모략이 안 통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제게 사탄의 괴수라고 하고, 소송하고 때리기까지 하는 패륜을 저질렀다. 애 아버지는 딸을 찾다가 끝나 만나지 못하고 작년에 눈을 감았고, 저만 홀로 남아 눈물로 딸을 기다리고 있다”며 “13년간 이만희 총회장님만 따른 딸이기에, 이만희 총회장님만이 돌려보낼 수 있다. 제 생명 같은 자식을 돌려보내 달라”고 했다.

그는 딸을 향해 “잘 지내니. 네가 10대일 때의 시간들은 꿈처럼 날아간 듯하고, 20대일 때의 시간들은 아픔으로만 차 있는데도, 네가 보고 싶다”며 “1년 전 네가 다시 떠났을 때 죽고 싶어 절벽에 올랐는데, 내 몸에 아직도 네 체취가 남아 있는 듯해서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두 딸이 3년째 가출 중이라는 한 피해자는 “총회장님이 제 자녀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 말씀만 해 주시면, 제 자녀들은 돌아올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 부모의 마음에도 봄이 오게 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총회장님도 자식의 아비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 중 어느 하나가 집에 없다면 편안하겠느냐. 이렇게 애원한다”며 “신천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자녀를 돌려 달라”고 했다.

자녀를 향해서는 “말 못하는 짐승도 새끼가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다해 구하는데, 엄마로서 딸을 불구덩이에서 건져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상담 기간에 엄마에게 미운 감정이 있었다면 용서해 주길 바란다. 엄마는 탕자를 맞는 아비처럼 네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 이만희
▲한 피해자가 설움이 북받친 듯 주저앉고 목놓아 울자, 다른 피해자들이 위로해 주고 있다. ⓒ가평=김신의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 후 준비해 온 편지들을 연수원 입구에 붙였다. 이들은 감정을 자제하며 기자회견을 이어갔으나, 그 중 한 명이 마지막에 갑자기 설움이 북받친 듯 정부 당국에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주저앉아 대성통곡했고, 이에 다른 참석자들이 함께 위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