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기독교
안녕, 기독교

김정주 | 토기장이 | 236쪽 | 12,000원

서론

저자는 일상의 언어로 기독교와 신앙을 소개하는 탁월한 은사를 가졌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고, ‘그래, 이게 기독교야’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의 비유 실력은 필자가 갖고 싶을 정도로 뛰어나다. 일상의 언어를 통해 하나님과 교회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력과 실력도 있겠지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 여겨진다. 그의 글을 통해 영혼이 살아나고 회복되며 평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처럼 기독교가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으로 비춰지는 때에, 이 책은 기독교는 이런 것이라고 충분히 소개해줄 수 있다. 이전에는 교회 다닌다는 말을 하면 인정과 신뢰를 받았는데, 이제는 교회 다닌다는 말을 숨기게 된다.

예수님이 원하셨던 교회의 모습은 왜곡되고 변질되어 탐욕의 운동장이 된 것 같다. 복음은 너무나 기쁘고 좋은 소식이며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데, 우리를 경쟁에서 이기게 하는 도구로 오해된 것 같다.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바른 기독교를 알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이제 신앙의 첫걸음을 걷는 자나 무의미하게 교회를 다닌 자들에게 기독교의 핵심을 잘 소개한다.

신학자들의 어려운 말과 형이상학적인 설명이 아니라, 일상의 소재를 통해 적절하고 풍성하게 기독교를 대변한다. 아마 저자는 일상의 언어와 소재를 가지고 기독교를 잘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최고의 변증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기독교는 사람의 신분을 상승시켜 주고 사회에서 출세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다. 신앙은 내가 교양있고 모범적이며 나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취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는 취미도 아니다.

기독교는 사람에게 강요해서 오게 하고 유혹하는 것이 아닌데,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의 필요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세상의 등급과 기준으로 유혹하여 기독교를 강요한다.

신앙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 꿈을 이루고 소원을 성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큰소리 치는 것도 신앙의 목표가 될수 없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누가 크냐’라는 주제로 논쟁하고 싸웠지만, 예수님은 크고자 하는 자는 희생하고 자기를 비우며 작은 자를 섬기는 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신앙은 혁명적인 것이고 기독교는 세상의 가치와 정신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다. 올라가고자 하는 모든 욕망을 아래로 내려오게 한다.

예수님이 삭개오에게 내려오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 우리는 신앙을 도구삼아 올라가고 싶고 예수님 때문에 잘 되어서 복을 주고자 하지만, 예수님은 그러지 말고 그냥 내려오라고 하신다. 높은데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 먼저 내려오라고 하신다.

나의 밑바닥을 알고 죄인 됨을 알아, 욕망을 위해 올라가지 말고 내려오라고 하신다. 이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고 화해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신다.

최상에서 일상으로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난 후 특별한 일을 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고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하나님께 헌신하지 못하고 주님의 주 되심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특별한 순간을 주님께 드린다는 것은 거짓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름을 내고 유명해지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주님과 동행하길 원하시고, 주님과 깊이 교제하는 삶을 원하신다. 여전히 눈물 골짜기를 지나가는 삶이지만 최상보다는 일상을 원하시는 주님이시다.

예수님을 믿으면 별 볼일 없어 보였던 일상이 특별해진다. 주님이 임재하시고 함께하시는 곳은 소중한 시간이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상은 최상을 위해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지만, 주님은 최상을 위해 달려가는 노력을 최상으로 여기신다.

이런 것을 보면, 주님은 우리를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 부르시지 않았다. 주어진 일상 가운데, 가정과 직장과 교회 등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주님의 향기가 되도록 우리를 부르신 것이다.

최고가 아니어도, 일등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남이 보지 않고 남이 모르는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하나님은 더 소중히 여기신다.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다.

일상에서의 제자도가 없다면 특별한 일을 이룰 수 없다. 설교단에서의 삶이 빛이 나려면 설교단 아래서의 삶이 아름다워야 하듯, 우리의 순간순간이 깊이 있을 때 빛이 나는 삶이 될 수 있다. 그 일상의 신비를 아는 자가 그리스도인이다.

위로자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다. 몸이 아픈 사람도 많고 정신적으로도 고통당하는 자들이 많다. 더구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소외와 고립을 느끼며 정서적으로도 불안하다.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약을 먹지 않고는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마음이 병들어서 삶의 의욕도 잃어버린 자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는 슬프고 아프고 낙심된 자들이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문제가 있다.

신앙의 사람은 하나님의 시선을 가진 자이고, 그 시선은 사람을 향하도록 안내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으면 동굴로 숨거나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나님의 은혜는 사람을 바라보도록 하고, 아픔을 공감하게 한다. 신앙이 좋다는 것은 아픔을 안다는 것이고, 아픔의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망가진 자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려주어, 그가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해준다. 기독교는 세상을 위로하는 진리이고 성도는 주님을 대신하는 위로자이다.

세상은 서로를 향해 경쟁하고 언제나 누군가를 밟고 이길 준비를 한다. 성경은 서로의 짐을 대신 지라고 하는데, 세상은 한쪽에게만 과중한 짐으로 짓누르려고 한다.

모든 체제는 피라미드가 되어 모든 계급의 사람이 노예가 된 것 같다. 여기저기에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위로가 필요하고, 그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야 한다. 기독교는 봄바람이고 성도는 그 바람의 향기이다.

결론

필자는 17가지 주제로 된 이 책에서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세 개의 소제목으로 서평을 써 보았다. 책을 읽으면 어떤 대목에서는 콧등이 ‘찡~’ 해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어떤 대목에서는 마음이 시원해짐을 맛볼 수 있고, 어떤 대목에서는 훈훈해지는 감정을 채울 수 있다.

저자의 신앙과 체험과 신학이 일상 속에 잘 녹아져 있다.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다. 어려운 신학의 주제들과 유명한 신학자의 사상이 쉽게 풀어지고 있으니 저자의 필력에 놀라게 된다.

기독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직신학적으로 쓰고 개념과 정보로 서술한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기독교의 가치를 일상으로 풀어 쓴 보기 드문 에세이이고 변증서이다.

기독교에 대한 프로필을 다양하고 조직적으로 제공해주지는 않아도, 기독교에 대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기독교가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 이 책이 참 고맙다. 기독교는 평범하고 신앙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저자가 고맙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