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너는 또 온 백성 가운데서 능력 있는 사람들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살펴서 백성위에 세워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삼아 그들이 때를 따라 백성을 재판하게 하라 큰일은 모두 네게 가져갈 것이요 작은 일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재판할 것이니 그리하면 그들이 너와 함께 담당할 것인즉 일이 네게 쉬우리라(출 18:21-22)”.

모세를 찾아온 이드로는 혼자서 백성들의 송사를 맡아 처리하는 비효율적인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의 경중에 따라 나눌 수 있도록 천부장과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제도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렇게 행정 및 군사 체제를 갖춘 시스템은 비록 초보적 단계이긴 하지만, 명실상부한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출애굽 당시 모세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이 너무 과중하다고 하나님께 탄원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여짜오되 어찌하여 주께서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내게 주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게 아니하시고 이 모든 백성을 내게 맡기사 내가 그 짐을 지게 하시나이까(민 11:11)”.

이후 24절에는 하나님께서 모세의 탄원에 응답하셔서 장로 칠십 인을 모아 장막에 둘러 세워 주셨습니다.

모세는 장인 이드로의 권면을 받아들이기 전 우선 하나님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드로가 제안했던 제도를 수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자기 혼자서 그 많은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고난과 고통의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 제도를 수용하면서, 고달프고 힘들었던 무거운 짐들을 덜어버리게 되는 놀라운 사건을 체험합니다.

오늘날 교회와 나라는 온통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백성들 중에는 서로 믿지 못하는 풍토가 생겨나고, 정치 일선에서는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미숙함과 문제에 대한 대책 없는 대처로 인해 불평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소통부재와 고집, 각 부서마다 능력 있는 전문 인재들을 등용하지 않고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들만 뽑아 세우면서 이론과 현장이 일치하지 않은 채 탁상행정으로 일관하는 지도자들 때문입니다.

애꿎은 백성들만 낭패를 당하고 있으며, 흉흉한 인심과 더불어 점점 쇠퇴의 길로 가고 있는 나라를 바라보노라면 실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약 200만 명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모세의 힘든 여정이었지만, 장인 이드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세는 막중한 짐을 덜었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탄탄한 조직과 후일 나라를 세워나가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었던 전무후무한 사건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이 된 로마 제국 역시 이 제도를 수용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군대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군 조직문화와 인사에 크게 기여했던 것을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가버나움에 들어가시니 한 백부장이 나아와 간구하며 이르되 주여 내 하인이 중풍 병으로 집에 누워 몹시 괴로워하나이다(마 8:5-6)”.

본문의 이 사람은 이교도인 로마 군대 백부장이었지만, 종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영혼의 갈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에 많은 신들이 있었지만, 그 신들로부터 자신의 갈급함을 채울 수가 없음을 깨닫고, 당시 주둔하던 식민지인 유대교의 신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던 로마의 군대 장교였습니다.

그는 유대교로부터 하나님만이 유일한 신이며 자신의 영혼을 채워주실 수 있는 분임을 깨닫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또 경건한 인물으로서 하나님을 경외한 사람이었고, 이방인이지만 유대인의 회당에서 예배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뿐 아니라 온 집안 식구들에게도 하나님의 신실하신 복음을 전했으며, 자신 역시 하나님을 경외하는데 최선을 다한 솔선수범의 종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구제를 즐거워하고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위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돕고 긍휼히 여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입니다.

또한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늘 오전 9시와 오후 3시마다 성전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오늘 이드로와 백부장의 선한 지혜가 우리 믿는 신앙인들로 시작해서 온 백성들에게 전하는 교훈은 참으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사위이지만 비효율적이고, 생산성 없는 일에 대해 과감하게 시정을 요구하며, 명쾌한 아이디어로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면하며 도왔던 이드로의 그 정신은, 오늘날 조직 문화와 인사 제도를 획기적으로 이뤄낸 단초를 제공했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예수님 당시 백부장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로마의 한 장교로서 부러울 것 없이 막강한 권력과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진 자였지만, 세상의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을 경외했던 인물입니다.

하인이 중풍병에 걸리자, 자신의 지위나 체면을 불구하고 예수님께 찾아와 자신의 하인의 병을 고쳐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 정도의 지위와 신분이면 병으로 인해 자신에게 짐이 될 수 있는 하인을 짐승들처럼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며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하인을 구원해 주기 위해 예수님께 찾아와 하인의 병을 고쳐주기를 간절히 구하는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아름다운 정신이자, 긍휼히 여길 줄 아는 훌륭한 마음인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드로나 백부장 같은 인물들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오늘날 정치인과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의 영욕을 위해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두르며, 폭언과 갑질 속에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백부장의 겸손함과 긍휼을 베푸는 아름다운 마음, 하나님을 경외하며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습들로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지도자는 신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직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백성을 속이며, 꼼수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는 참담한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백부장처럼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지도자들이 되어야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모두 한 형제가 되어, 오래도록 젖어있던 구습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드로처럼 창의적이고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실행을 함으로써, 하나님을 위해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믿음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화평의 신앙인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