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학 지도 그리기
예배학 지도 그리기

문화랑 | 이레서원 | 248쪽 | 16,500원

예배의 부재가 한 달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주일을 생명처럼 여긴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충격적 사건’이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예방 차원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정부의 권고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들은 종종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장 칼뱅도 역병이 돌자 예배를 중단한 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본다면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분리파 청교도들의 신학적 전통과 세대주의 신학에 영향을 받은 한국 장로교단으로서는 분명 경악할 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전쟁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주일 예배가 ‘중지(中止)’되었다. 물론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고 있으니 완전한 중단은 아니다. 하지만 ‘예배당’이라는 지정학적 건물 안에 들어와 ‘함께’ 찬양하고, 설교를 듣고, 헌금을 하는 형태의 예배를 애지중지했던 한국교회로서는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예배’는 형태와 개념이 지금까지 알아온 것들과는 상이한 형태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예배란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랑 교수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시의적절하게 나왔다는 생각에 반가움이 배가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예배를 다시 생각해야할 때이다.

물론 이 책은 교회당 안에서의 예전적 의미로서의 예배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순서마다 담긴 영적이고 교훈적인 가르침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습관과 타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종 예배의 의미를 망각하게 할 수는 있다. 목회자는 정해진 예배의 순서에 따라 예배를 인도하지만, 순서의 의미들을 가끔씩 되새겨 줄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 이후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보는 예배’에서 ‘듣는 예배’로 변화된다. 즉 예전 중심의 예배가 설교 중심의 예배로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성찬식 최후의 만찬 기도문
▲ⓒpixabay
저자는 예배의 역사와 관점, 예배의 요소들을 설명해 준다. 1990년대 후반에 불어닥친 ‘열린 예배’ 논쟁은 아직도 현재형이다. ‘열린 예배’ 논쟁의 핵심은 신자들이 하나님을 향한 예배인가, 아니면 전도를 위해 예배를 수단화할 수 있는가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논쟁은 예배학에 대한 무지와 교회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목회자들의 어설픈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한국교회는 성장 곡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들이 1990년대 들어서면서 열린 예배의 유행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성경이나 교회사로 눈을 돌리지 않고 서구 교회, 특히 실용주의에 함몰된 미국교회에 눈을 돌림으로 엄청난 패배를 겪고 있다.

교회는 개혁되었으므로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핵심을 놓치면 안 된다. 개혁이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예배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배를 드려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