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27일 코로나 브리핑에서 교회에 대한 예배금지를 언급하고 있다. ⓒair.tv 영상 캡쳐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27일 코로나 브리핑에서 교회에 대한 예배금지를 언급하고 있다. ⓒair.tv 영상 캡쳐

최근 급격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고 있는 미국에서도 방역 당국의 예배 자제 권고가 이어지면서 교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종교적 모임 인원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둘 뿐 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곳은 없었지만,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브리핑 도중 “예배나 모임을 가지는 교회나 유대회당은 영구적으로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처음 예배 금지를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많은 종교 시설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에 협조하고 있지만, 소수의 교회나 유대 회당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만일 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다면 시에서 이를 중단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아직 뉴욕 교계에서 특별한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는 수정헌법 1조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수많은 네티즌들은 “시장은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무시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 “공산주의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나치적인 발상이다”, “왜 교회와 유대 회당만 언급하고 이슬람 사원은 언급하지 않느냐”는 등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회중예배가 코로나19 확산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정부 기관이 예배 자체를 규제하는 데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미국 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던 워싱턴주는 종교단체의 집회 인원을 250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다였고, 뉴저지주를 비롯한 다른 주들도 코로나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집회 인원만 250명 혹은 500명 등으로 제한했다. 에릭 가세티 LA시장의 경우에는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들에게 “스스로 예배 활동을 삼가길 바란다”면서도 “수정헌법 1조가 있기 때문에 강제로 교회 등의 예배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뉴욕주의 경우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12일 500명 이상 규모의 집회 금지를 명령했고, 지금까지 이것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뉴욕주와 뉴욕시의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뉴욕시장이 이 같은 초강경 발언을 하자, 현지 한인교계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 혹은 “국민들과 교회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등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오후 4시 현재까지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총 12만 2,653명으로, 이 중 뉴욕주에만 5만 9,568명, 뉴욕시에만 3만 3,440명이 집중돼 있다. 뉴욕주와 뉴욕시의 인구는 각각 1,954만 명과 862만 명이다.

세계에서 확진자가 가장 밀집된 지역의 한인교회들

뉴욕시에서 한인교회들이 가장 집중돼 있는 플러싱 지역은 인구 대비 확진자 수가 매우 많은 퀸즈 카운티에 속해 있다. 뉴욕시 행정구역 중 일부인 퀸즈카운티에서는 총 200만여명의 인구 중 현재까지 확진자가 1만737명이다. 때문에 플러싱 현지 한인 목회자들은 이동 제한 및 코로나 확산 우려로 인해 목회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러싱 현지의 한인교회들은 이미 주일예배 등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드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초강경 발언에 대해 한 한인교회 목회자는 “뉴욕시장이 과연 수정헌법 1조를 아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확진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정부가 예배금지를 언급해서는 안 됐다. 이미 현지 교회들이 알아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밖에도 예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만큼 뉴욕시장의 이번 발언에는 큰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다른 한 목회자는 “뉴욕시의 코로나 확진자수가 통제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늘어나기에 지침에 따르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목회자는 “회중집회를 제한한다고 해서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목회자는 “정말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행위 자체도 금지하겠지만, 국민의 건강은 지키고 예배는 안전한 방식으로 드리게 허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1791년 12월 15일 채택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국가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신앙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