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현상과 아픔, 시로 형상화해
시선사 주관, 한국 대표 서정시인 100인 선정
시대 고통 동참하고 미래 열어가는 작품 수록

소강석 갈대
▲갈대밭에 선 소강석 목사.

윤동주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詩人) 소강석 목사(용인 새에덴교회)가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에 선정돼 10번째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도서출판 ‘시선사’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100명의 대표작을 모아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코로나19’, ‘손 소독제’, ‘마스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시 ‘갈대가 별이 되게 하소서’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 관련 작품들도 수록돼 있다.

‘한국 대표 서정시 100인선’은 김후란 시집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두로 임보, 최규창, 정공량, 소강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들의 시집을 출간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시를 현대화한다는 명목 아래 30여년 동안 어렵게 머리로 쓴 시들을 매우 잘 쓴 시처럼 말해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현대 시는 일부 발전을 도모했으나, 다수 대중 시 독자들을 잃게 한 원흉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한국 서정시의 새로운 발견과 전성기를 위해 세 권 이상 시집을 냈으며 일정한 좋은 작품의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시선집 특별기획을 진행 중”이라며 “살아 있는 1950-1960년대 저명 시인들부터 모두 100명의 서정시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강석 목사는 1995년 월간문예사조로 등단, 목회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윤동주 문학상, 천상병 귀천문학대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이다.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소강석 | 시선사 | 120쪽 | 10,000원).

시집 출간에 대해 소강석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이웃 간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등 사막화돼 버린 세상 속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전 분야가 마비되고 내면이 황폐해지면서 불안과 두려움에 싸여 깊은 내상을 입은 채 신음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인간의 마음과 정서를 아름답고 향기롭게 어루만질 한 송이 꽃 같은 서정시가 필요한 것 아닐까”라고 전했다.

그는 “꽃으로 태어난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꽃으로 만나지 못하고 거리 두기의 아픔을 안고 갈대로 헤어지는 형국”이라며 “만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접촉을 피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집단적 공동체 문화에서 개인 중심의 문화로 변해가는 사회현상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신적 가치보다 현물 가치 사회로 가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로 가는 마른 갈대와 같은 사회현상을 시로 형상화했다”며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다시 꽃으로 만날 날을 기약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시집에는 소강석 목사의 신작시가 대부분이며, 그동안 발표한 서정시들도 일부 수록했다.

소 목사는 ‘시인의 말’에서 “사막으로 떠난 꽃밭 여행자가 되어 꽃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나의 시들이 언젠가 꽃을 피워 사막을 꽃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나는 또 그 꽃밭을 떠나 또 다른 사막으로 가서 시의 꽃씨를 뿌릴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에서 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오고, 삶이 아무리 아파도 꽃은 피어나듯, 나의 시가 봄 길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되어 지친 이들의 가슴을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시론(詩論)에 대해 “시는 인간의 정서를 달래주는 서정성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시에는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고통에 동참하는 위로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예언자적 시선과 희망이 있어야 한다”며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의 광야에 밤이 찾아와 압제와 고통 속에서 신음할 때 청록파 시인들의 서정시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희망을 주었던 것처럼, 오늘 이 시대를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서정시의 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소강석 목사는 3M(맨발, 맨몸, 맨손)으로 2만 5천여명의 성도에 이르는 신도시 대형교회를 일궈낸 ‘맨발의 소명자’이다. 시골 출신 소년으로 불신 가정에서 예수를 영접해 쫓겨난 후 고학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그의 설교와 저서들은 콘크리트 속에 갇혀 사는 현대인의 가슴에 들꽃 같은 향기를 전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강석 목사는 광신대학교와 개혁신학연구원 및 동 대학원을 거쳐 미국의 낙스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문인협회 시인,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목양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많은 세미나와 부흥회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2006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 수상작인 <신정주의 교회를 회복하라>를 비롯해 <회복과 부흥>, <잠든 영성을 깨우라>, <믿음을 자손 대대로 전수하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아프다고 말해 보세요>,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평화의 시가 통일의 꽃길 되리라>, <별빛 언덕 위에 쓴 이름>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