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치 참여, 기독교인 자유권 지키기 위함
정교 분리 ‘국교 반대’에서 출발, 현 인식 잘못돼
교회 이름의 직접 정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아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 막아선 안돼, 기본권 침해

이정훈 교수
▲이정훈 교수에게 총선과 정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크투 DB
코로나19 사태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온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갖 불편을 감수하는 가운데,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기독교와 선거>를 출간한 이정훈 교수(울산대)에게서 ‘종교집회 제한명령’에 대한 생각에 이어, 이번 4·15 총선에서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기독교 정치 참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결국은 좌파와 우파 간의 대결 구도가 되고 만다.

“기본적으로 좌냐 우냐 따질 필요는 없다. 제가 보는 시각은, 실질적으로 반기독교 정책이나 법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중시하는 건 기독교인 정치 참여의 기본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유권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좌나 우가 없다. 좌파 기독교인이라 해서, 자신의 종교의 자유가 침해당해도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는 보수주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림보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2004년 출간한 책이 <박해>이다. 한국어로는 아직 번역이 안 됐다. 미국 현대 정치 영역에서 반기독교 세력이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기독교와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립학교 기도 금지’부터 시작해서 기독교 동아리를 쫓아낸다. 기독교 동아리는 소송으로 그들의 권리를 찾기도 했다. 이렇듯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말로는 다른 종교인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의식 있는 시민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들은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우리 크리스천들은 성경에 어긋나는 내용들을 인정하라고 강요받을 순 없다. 그런데 ‘소수자의 권리’라는 말이나 혐오·차별 표현 금지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 성경이 가르치는 성과 가정 등에 대한 가르침 자체가 혐오 표현화되는 흐름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안에서 법안까지 제정되면 우리는 자신들의 표현에 제약을 받게 된다.

거리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수갑을 차는 일이 캐나다와 영국 등에서 이미 발생했다. 크리스천임을 알면서 일부러 동성결혼 케이크를 주문해서 신앙의 자유에 따라 이를 거부하면 소송으로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들에 대응하여 우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전통적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키려면,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정교분리’를 미국과 한국 헌법의 관점에서 제대로 설명했다. 사람들이 ‘정교분리’ 하면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정교분리’는 예외적으로 위기 상황에만 참여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기독교인들도 원래 당연히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것도 교회의 각성이 기초가 됐다. 정교분리는 정치나 지지 정당에 대해 ‘노코멘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교집회를 제한하려는 지금 같은 경우에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신앙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정교분리는 ‘국교 부인’에서 시작됐는데, 이것이 현대 정치에 와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독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는 소위 ‘광화문 현상’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다. 교회가 직접 정당을 만들거나 목사 출신이니까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미국 대선에도 출마했던) 마이크 허커비 전 주지사가 침례교 목사 출신 아닌가.

단 담임목사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정당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는 과거 인명진 목사님처럼 당 윤리위원장 정도를 맡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국회의원 등에 입후보하면서도 담임목사직을 유지하거나, 정당을 창당한 주요 인사가 기독교 관련 단체장을 동시에 하는 일은 교회에 굉장히 교회에 위험할 수 있다.

목회자들이 직접 정치를 하려 해선 안 된다. 대신 기독교인들이 바른 정치의식을 갖도록 하고, 실제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반기독교 정책이나 법안 등을 함부로 실행하지 못하도록 시민운동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물론 반기독교적으로 변하는 정치나 권력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크리스천들은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10.3 광화문 집회
▲지난 10월 3일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인파. ⓒ독자 제공
그러나 교회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모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민들이 교회에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교회를 탄압하는 시민들이 기뻐할 흐름에, 교회가 일조해선 안 되지 않을까.

저는 ‘광화문 현상’의 부작용으로 많은 중도적 시민들이 교회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집회를 하면서도 기독교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우리의 메시지가 잘 이해되고 전파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이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때 세련되게, 믿지 않는 동료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식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 이름을 내건 정당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데.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교회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모델은 가톨릭적이다. 개신교회가 추구할 방식은 아니다.

독일의 예를 많이 드는데, 독일 기독정당의 역사를 책에서 약간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는 결코 배우거나 따라할 일이 아니다.

독일 기독 정당은 원래 가톨릭 중심의 정당이 개신교를 흡수한 방식이었다. 가톨릭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독(Christ)’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를 했을 때의 부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적 세계관이 정치나 법이나 현실 각 영역에 퍼져 나가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독’ 이름을 내건 정당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거꾸로 그것이 잘 안 된다.

독일 보수당은 기독민주연합으로 대표되는데, 그들 내부의 반란 때문에 독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고 말았던 사실도 있다. 독일은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를 배출한 나라이고, 기독교 전통이 강한데도 기독 정당이 성공하기가 힘든 것이다.

왜냐하면 정당이라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 타협이나 협상이 필요한데, ‘기독교’를 이름에 내건 정당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성경적 세계관 확산에 오히려 걸림돌이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는 타협과 협상인데, ‘기독 정당’이 물밑에서 협상을 벌인다면 매우 나쁜 이미지화될 수 있다. 그리고 기독 정당 내의 각 개인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비리를 저지르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 ‘기독’이라는 이름을 안 썼을 때에 비해 국민들로부터 훨씬 큰 비판과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당은 원래 ‘껌처럼’ 비판당하고 씹히는 것 아닌가(웃음). 그런데 ‘기독’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그렇게 된다면 데미지가 몇 배 커진다.

기독교인들은 10%만 실수해도, 일반인들이 30% 잘못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난받는다.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이런 부분에서 착각해선 안 된다.

제대로 관리되고 완벽하게 정당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안 그러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더구나 독일은 국가와 교회가 정교분리 체제가 아니다. ‘국가 교회’ 성격이 강하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기독’이라는 명칭을 쓰는 정당이 부패 때문에 박살나기도 했다. 그럴 때는 타격이 훨씬 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정당 활동을 할 때는 ‘기독’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

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의당 홈페이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차별금지법 통과를 1호 공약으로 내건 정당도 있고,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를 했다고 고발당한 목회자들도 있다.

“기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희석시킬 수 있는 반기독교적 정당을 지지할 순 없다. 김용민 씨가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에 대해 고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행동이다.

공직선거법상 설교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거론하면서 ‘선거 운동’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정치 평론이나 이런 것들까지 금지하는 건 아니다.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되느냐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고발당한 목사님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찾아보진 못했지만, 단순히 차별금지법을 반대했다 해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특정 후보를 지목해서 실명을 거론하면서 ‘뽑지 말라’고 하든지, 아예 ‘OO당을 뽑지 맙시다’ 이렇게 해선 안 되는데, 그것도 맥락에 따라 다르다.

얼마 전 고려대 연구교수가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때문에 고발당한 일이 있었지만, 정당 비판 자체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제 책에서도 ‘반기독교 정책을 펼치는 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썼다. 이것은 교수로서 평론을 한 것이지, 특정 정당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뜻하는 선거운동이 아니다.

그렇게 함부로 날뛰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선거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공론의 장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의사표현, 표현의 자유 자체를 억압하려 하고 법의 올무를 씌우려는 짓을 해서야 되겠는가.

이것이 ‘위축 효과’이고, 굉장히 위헌적인 행동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목적으로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국제인권 표준에서도 ‘두려워서 공격당할까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것’을 위축 효과라고 지적한다.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되겠지만,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 목사라는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왜 정치적 의사 표시도 못하게 는가. 고발당하면 위축되기 마련이고, 무혐의를 받더라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그런 고발이나 고소를 남발하는 자들이 바로 민주주의의 적이다. 자기는 돌아다니면서 정치 평론 다 하고 있지 않나. 그런 것들 다 찾아내서 고발하면 좋겠는가. 그러다 보면 엉망진창이 된다.

공론의 장에서 서로 주고 받고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을 장려해야지, 왜 자꾸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교회 내에서도 물을 흐리는 짓이고 국가나 사회적으로도 반자유민주주의적 행태이다.”

기독교와 선거
▲이정훈 교수의 <기독교와 선거>.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많은 정책들이 이념 논쟁을 자초했다고 본다. 성격이 사회주의적이라고 진단하기보다, 본인이 이념 논란을 일으킬 만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해야 한다.

이미 여당 원내대표가 총선에서 종교 권력을 재편하겠다, 언론도 손 봐야 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나. 스스로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인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주의다 아니다 진단하는 것보다, 왜 이념 논란을 계속해서 일으키는지 묻고 싶다. ‘토지 공개념’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념 논란이 가능하다.

여러가지 법을 만들어 사회적 차원에서 규제를 많이 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기보다, 공권력이나 법안이 개인의 영역에 많이 개입하고 사회적 관점에서 규제 등을 확대하고 많이 하겠다는 발상이 사회주의적인 것은 맞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 중 그런 것들이 많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도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입이 아프다.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인데, 그렇게 말하면 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