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료진, 코로나19
▲이탈리아 의료진들의 모습. ⓒ연합뉴스 보도화면 캡쳐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7만 명과 7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사 율리안 우르반(lulian Urban·38)의 글이 이탈리아 기독교 매체에 소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소개된 “가장 어두운 악몽 속에 비추인 빛”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무신론자였던 자신의 회심을 진솔하게 전했다.

우르반 박사는 “가장 어두운 악몽 속에서 나는 이탈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난 3주 동안 우리 병원에서 보고 경험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악몽이 흘러가고, 강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몇 명의 환자가 오고, 그 다음에는 수십 명, 그 다음에는 수백 명이 왔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의사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누가 살 수 있고, 누가 죽음을 맞이하러 집으로 가야 하는지’ 분류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비록 그들이 평생 이탈리아에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 해도, 그들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집으로 되돌려 보내진다”고 말했다.

그는 “2주 전까지 동료들과 나는 무신론자였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 학문만 배웠다”고 했다. 심지어 부모님의 신앙을 비웃기까지 했다고.

그런 그가 변화를 맞게 된 것은 성경을 들고 병원을 찾은 75세의 목회자 때문이었다. 그는 9일 전 심각한 호흡기 문제로 병원을 찾았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르반 박사는 “병원까지 성경을 들고 온 그는 죽어가는 이들의 손을 잡아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성경을 읽어주곤 했다.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면서 “우리가 처음 그의 말을 듣는 시간을 가졌을 때만 해도, 모두 그저 피곤함에 눌리고 낙담한 의사들이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닥난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한낱 인간인 우리들은 매일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지쳤고 동료 2명은 사망했으며, 다른 동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런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끝나는 거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짧은 몇 분 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 우리는 하나님께 도우심을 구하기 시작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각한 무신론자였던 우리가 지금은 매일 평안을 구하고, 주께서 환자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구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우르반 박사는 “어제 75세의 그 목사님은 돌아가셨다. 지금까지 3주 동안 120명이 사망했고, 우리 또한 모두 지치고 무너졌으나, 그분은 자신의 (위중한) 상태와 (도와드리지 못하는) 우리의 어려움(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 찾지 못했던 ‘평안’을 가져다 주셨다”고 했다.

이어 “그분은 주님께 돌아가셨으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마 우리도 그 뒤를 따를 것 같다. 나는 6일째 집에 가지 못했고, 언제 마지막 식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땅에서 무력함을 깨닫지만, 나의 마지막 호흡까지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기를 원한다. 동료들의 죽음과 고통에 둘러싸여 있던 내가 하나님께 돌아온 것에 기쁨이 넘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