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수직 구조 아냐, 절차 밟고 협력 구해야
교회에 공권력 투입? 묵과할 수 없는 교회 사찰
예배는 생명… 인생, 하나님 예배하려 부름받아

통합 104회 총회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예장 통합 김태영 총회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총회장 목회서신’을 24일 발표했다. 통합 총회는 돌아오는 주일인 29일을 금식기도 주일로 선포했다.

김태영 총회장은 목회서신에서 “정부 당국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이 모든 노력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며 “더 이상 공권력과 행정적 권한으로 교회를 욕보이지 말라. 정부가 교회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고 선포했다.

김 총회장은 “어떤 명분으로도 교회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묵과할 수 없는 교회 사찰”이라며 “군사독재 시절에도 경찰 공권력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공무원만 보내지 말고 한국교회의 연합단체와 교단의 협력을 구하고,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와 소통하며 대화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독교는 공문과 명령으로 움직이는 수직적인 구조가 아니라, 지역교회 당회가 공동체 예배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절차를 밟아서 협력을 구하라”며 “방역을 넘어 기독교 신앙을 탄압해선 안 된다. 예배는 중단돼서도 안 되고, 중단될 수도 없다”고 천명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교회도 예배를 강행하지 않는다. 특정 교회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저지르지 말아달라”며 “교회마다 안전과 방역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 취약계층인 노숙자를 섬기고, 주민들에게 공급할 마스크를 만드는 작은 일로부터 시작해 교회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배 강행’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아니라면 지하철 운행 강행, 학원 강행, 식당영업 강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며 “왜곡과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공정한 보도를 해 달라”고 제언했다.

특히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종교시설 사용 제한’을 강력히 권고하고 확진자 발생 시 ‘구상권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주일이던 22일 서울과 경상도 몇몇 교회에 경찰과 공무원들이 찾아와 교인들과 실랑이를 벌인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영 총회장은 “그 동안 당국의 지침을 따라 방역과 안전 수칙을 지키며 교회 문을 닫고, 경우에 따라 주일 예배도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고 공동식사도 없이 해산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력한 것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총회장은 “이는 총회장인 저 자신으로서도 모욕적인 일이요, 교회적으로도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주고 자존감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며 “기독교인에게 예배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우리 인생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존재로 부름받은 것”이라고 했다.

또 “정치인에게 정치를 그만두라는 것과 경제인에게 경제활동을 그만두라는 것은 그의 사회적 존재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문화 예술인에게 예술 작업을 중단하게 하고, 언론인에게 공권력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고 간섭하는데 ‘예’ 하고 따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반발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기독교인에게 예배를 무시하고 포기하라는 것은 존재의 목적과 삶의 의미를 끊는 것”이라며 “방역을 넘어 기독교 신앙을 탄압해서는 안 된다. 예배는 중단돼서도 안 되고, 중단될 수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는 그동안 정부당국과 긴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대부분의 교회가 선제적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조치에 적극 협력해 왔다”며 “지역교회들은 유사 이래 최초로 주일예배를 가정에서 영상예배와 온라인 예배로 드리면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써왔다”고 했다.

김 총회장은 “텅 빈 예배당에서 목회자와 극소수의 제한된 교우들만 모여 예배드리고, 대다수 성도들은 가정과 삶의 자리에서 영상으로 예배드리고 있다. 한 두 주간이면 끝날 줄 알았으나, 벌써 1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김태영 총회장은 “우리나라 6만여 교회 중 몇 교회에서 확진자 발생과 감염이 발생해 사회에 큰 염려를 끼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교회를 대신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를 교훈삼아, 교회가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경우에는 방역당국이 제시한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