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한국교회 선교역사
스토리텔링 한국교회 선교역사

김은홍 | 세움북스 | 384쪽 | 16,000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한국뿐 아니라 온 세계가 비상사태다. 국내 대부분의 교회가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거나 겨우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는 교회가 많다.

전쟁 중에도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고 자부했던 한국교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정적이 맴돌고 있다. 잠시면 지날 것 같던 사태는 급속하게 번져 나갔고, 뜻하지 않게 예배 중단 사태는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전염병이 처음인 듯 하지만, 교회사를 읽다보면 뜻하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을 발견한다. 한 예로 루터는 페스트로 동생 하인츠(Heintz)와 바이트(Veit)를 잃는다(1505년).

1527년 흑사병이 루터가 사역하는 비텐베르크에도 찾아았다. 그해 7월 말에서 10월까지 모임을 중단한다. 그러나 흑사병은 루터의 기원과는 다르게 도시을 덮쳤고, 선제후가 에나로 피신하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루터는 피하지 않고 목회를 계속해 나갔다. 루터는 ‘죽음의 역병으로부터 피신해야 하는가’라는 글에서 몇 가지를 말한다.

먼저 목회자는 성도를 위해 섬기는 자리에 있어야 하기에,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목회자는 병들어 죽어가는 자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어야 하고, 공직자들도 계속 자신의 자리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초기 선교사들 또한 전염병과 다른 병들로 많은 곤욕을 당했다. 조세핀 페인은 40세를 일기로 1909년 9월 25일 전도사업 순회 중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다(122쪽). 미국 남장로교회 처녀 선교사인 데이비스 또한 어린아이들을 돌보다 열병에 전염되어 주님의 품에 안겼다(125쪽).

초대교회 교부 터툴리안은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되고, 교회는 순교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말했다. 현대 한국교회의 성장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초대 선교사들의 피와 땀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성장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한국교회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사에 관련된 책들이 몇 권 출간되었다.

고신대 이상규 교사의 <다시 쓰는 한국교회사>(2016)가 있고, 김영재 교수의 <한국교회사>(2009)가 있다. 또 류대영 교수의 <한 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2018) 등이 있지만, 신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은 크지 않다.

한국 초대교회사는 미국 UCLA 석좌교수로 있는 옥성득 교수의 책들이 빼어나다. 하지만 어느 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깊지만 제한적이다.

한국교회사 전체를 다룬 책들은 절판된 책까지 합하면 몇 권이 더 있겠지만, 실제로 찾아보면 몇 권 되지 않는다. 김영재 교수도 2003년 은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학문적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도 박용규 교수가 세 권으로된 <한국 기독교회사>(2017년)를 요약 정리해 한 권으로 출간하지 않고 있는지 약간 의아하다. 필자도 세 권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각 권이 1천 쪽 넘어가는 세 권을 모두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다면, 김은홍 교수의 이번 책은 한국교회사에 목마른 이들에게 단비와 같은 시원함을 주었다고 본다. 특히 많은 자료들을 주제별로 선별하여 농축적으로 풀어낸 기술은 기가 막히다.

부제는 ‘선교로 풀어낸 한국교회 역사 이야기’이다. 세움북스의 ‘이야기 한국교회사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전래된 경교와 서학, 그리고 초기의 개신교 선교사들들로부터 시작해 1980년대 선교현황까지 다루고 있다.

언뜻 광범위해 보이지만, 연대별로 나누지 않고 주제별로 나누어 설명하기 때문에 한국교회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남대문교회
▲남대문교회 역사박물관에 교회 설립에 도움을 줬던 초기 한국 선교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제일 왼쪽은 호레이스 N. 알렌 선교사.
읽다가 가장 호기심을 유발시킨 곳은 천주교가 이제 막 일어서려는 개신교를 박해한 이야기다. 토마스와 알렌은 조선에 들어와 개신교와 천주교를 전혀 다른 종교로 소개한다. 개신교가 처음부터 천주교과 다른 종교인 것을 강조한 이유는 천주교의 우상숭배적 성향 때문이었다.

“그(알렌)는 외국에서의 천주교의 현황을 분석하여 보고하고 이들의 우상숭배 특히 마리아 예배, 인간 사제의 죄속량권, 환관이 아닌 남자 신부에게 부녀자들이 찾아가서 죄를 고백하는 몰염치 등을 상소하였다(95쪽)”.

결국 천주교는 개신교에 대한 악한 감정이 생겼고, 황해도 재령의 원내동 교회를 건축할 때 천주교인들이 몰려와 집단 폭행을 가하는 일이 일어났다. 1900년에는 재령 신환포의 천주교인들이 성당에 개신교인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헌금까지 착취했다(96쪽).

이 부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내용이다. 저자는 한국교회사를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 적당하게 분량을 조절하고 방향을 잡아가면서도 적지 않는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한다.

한국교회는 시작할 때부터 선교적이었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사역하기 이전부터 예수를 구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초기의 선교사들이 교육과 의료에 집중했다면, 1907년 부흥 이후에는 선교에 초점을 맞춘다. 1907년 최초로 안수를 받은 목사들 중에서 이기풍 목사는 제주도로 목회를 떠난다. 당시 제주도는 지금처럼 누구나 가는 곳이 아니었다. 이기풍 목사는 선교사로 제주를 찾은 것이다. 제주도에는 아직도 이기풍 선교사 기념관이 있다.

남감리회는 이화춘을 북간도로, 한석진을 일본 동경에, 최관흘을 북중국(시베리아)에 선교사로 파송하기에 이른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선교를 보낸 일화도 소개한다.

이 책은 이전의 한국교회사를 다룬 책들과 확연히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전의 한국교회사 책들이 한국교회의 전도와 부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초기부터 한국교회가 선교를 적극적으로 행했음을 알려 준다. 내적 전도와 성장도 선교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평양대부흥
▲평양대부흥 운동 당시 사진.
선교사들은 영적 지도자들을 양성함에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했다. 각 지역에 신학교를 세우기 전에, 사경회를 통해 말씀을 가르치고 영적으로 일깨웠다. 선교사들은 순회하면서 각 지방마다 열흘이나 두 주일 동안씩 사경회를 인도했다.

사경회는 1980년대 유행했던 이상한 형식의 부흥회가 아니라, 성경공부에 가까운 강해 중심이었다. 일년에 한 번씩 도시를 중심으로 사경회를 개최했다. 사경회가 열리면 지근의 교회 신자들이 몰려들어 참석했고, 끝나면 돌아가 각 지교회에서 사경회를 열고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일제강점기의 핍박과 6.25 동란, 그리고 유신과 근대화 과정을 밟아오면서 한국교회는 고난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양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쇠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한국교회는 확실히 위기다. 나름 비판적 시각으로 교회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도 많고, 시대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려는 몸부림도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해 새로운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적지 않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헤쳐 나왔는가를 많은 실례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조선에 콜레라가 창궐할 때, 선교사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서서 섬겼다.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야 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