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행병과 기독교
대유행병과 기독교

황을호 | 생명의말씀사 | 72쪽 | 5,000원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사스나 메르스 때는 머나먼 이국의 일처럼 느껴졌다.

수 년 전에 중형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있는 집사님과 메르스 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의사는 존경받는 엘리트 집단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책임과 질책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의사이기 때문에 병원을 지켜야 하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의사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세계로 급속하게 번져 나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자 황을호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전반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두 번째 시각은 전염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성경적 관점에서 찾아 나선다.

세 번째 주제에서는 전염병을 바르게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을 정리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초반부에서 역사 속에서 창궐했던 전염병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다. 165년 있었던 안토니우스 역병 때는 500만 명의 죽었다(17쪽). 안토니우스 황제 때 소아시아와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역병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군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541-542) 때는 2,500만 명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사람들이 사망했다.

아마 역사를 잘 몰라도 많은 사람들의 알고 있는 페스트, 즉 흑사병은 1346년부터 1353년에 일어났으며 사망한 숫자가 무려 2억 명에 가깝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흑사병은 이후에도 종종 출몰한 것으로 보아, 당시 보건 상태가 병을 키우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에도 전염병은 계속하여 일어났다. 콜레라, 아시아 독감, 스페인 독감 등이 있을 것이다.

전염병을 대게 ‘판데믹(pandemic)’이라 부른다. 판데믹은 1단계에서 6단계까지 구분한다. 마지막 최고 등급인 6단계를 ‘판데믹’이라고 부른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뜻이다(16쪽).

판데믹 외에도 전세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지는 에피데믹(epidemic)이 있고, 풍토병을 일컫는 엔데믹(endemic)가 있다. 신데믹(syndemic)은 두 개 이상의 질병이 결합되어 전파되는 것을 뜻한다.

그럼 이런 판데믹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일단 성경에 기록된 전염병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인간들의 죄에 대한 심판으로 하나님은 역병을 보내신다(신 28:21).

두 번째는 말세의 징조이다(눅 21:11).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요 9:3). 저자는 나아가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타락한 세상의 필연적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34쪽).

“여호와께서 네 몸에 염병이 들게 하사 네가 들어가 차지할 땅에서 마침내 너를 멸하실 것이며(신 28:21)”.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 21:11)”.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요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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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픽사베이
문제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저자는 교회 역사 속에서 판데믹 현상이 일어났던 시대 속에서 모범이 될 만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종교개혁가 츠빙글리는 1520년 사역하던 취리히의 인구가 1/4 정도가 죽었을 때 휴가를 중단하고 취리히로 돌아가 환자들을 섬겼다. 그로 인해 츠빙글리도 전염병에 걸려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했다. 그때 기도시를 지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다.

“주 뜻대로 하소서, 저는 부족함 없사오니. 회복되든 멸망하든 저는 주의 그릇입니다(48쪽)”.

츠빙글리뿐 아니라 마르틴 루터도 사역자들은 성도를 섬기는 일에 있어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고 밝힌다. 초대교회 교부였더 카르타고의 키푸리아누스는 역병이 기세를 부리며 많은 사람들이 버려질 때 성도들에게 “환자와 죽어가는 자를 돌보자(51쪽)”고 권면한다.

이 책에서 기록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초대 선교사들도 조선에 들어와 역병과 콜레라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세핀 페인은 40세를 일기로 1909년 9월 25일 전도사업 순회 중 콜레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 남장로교회 처녀 선교사인 데이비스 또한 어린아이들을 돌보다 열병에 전염되어 주님의 품에 안겼다(김은홍 <스토리텔링 한국교회 선교역사>에서 인용).

올리버 에비슨(1860~1956) 선교사는 의료 선교를 포기하지 않고 손을 씻고, 물을 끓여 먹여야 한다며 사람들을 계도했다. 결과를 훌륭했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전염병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리고 후에도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예수님은 스스로 병을 짊어지셨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중심으로 들어가셨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 참으로 무서운 것은 전염병 자체가 아니라 혐오와 배제이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인들로 인해 전염병이 일어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단 유럽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에 대한 혐오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누군가에게 핑계를 대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주님께서 죄 많은 사람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셨던 것처럼, 전염병이 일어난 곳으로 들어가 그들을 섬기고 돌봐야 한다.

적지 않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자원하여 대구와 경북 지역으로 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기꺼이 응원하며 도와야 마땅하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완전하지 않다. 단기간에 급하게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환대의 차원에서 보강해 출간했으면 하는 바람 적지 않다. 그리스도인들과 특별히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