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3월 23일 보고서 기준 확진자는 332,930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새로운 폐렴이 발병한 후 겨우 몇 달 만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는 식당과 카페, 극장, 유흥업소, 체육관 등에 일시적 영업 중단을 시켰고, 심지어 몇몇 나라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력한 ‘이동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교회’에만 유독 집중하는 모습이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편집자 주)을 선언했다. WHO에 따르면 3월 23일 기준 중국(확진 81,601명 사망 3,276명)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는 이탈리아(확진 59,138명, 사망 5,476명), 스페인(확진 28,572명, 사망 1,720명), 독일(확진 24,774명, 사망 94명), 프랑스(확진 15,821명, 사망 674명), 한국(8961명, 사망 111명) 순서다. 한때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를 기록했던 일본은 확진 1,089명, 사망 41명에 그쳤다.

국내 첫 확진자는 1월 20일에 발생했다. 첫 확진자는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에 따라 7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은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중국에서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중국 입국 금지”와 “감염병 위기 대응을 심각으로 격상해 총력 대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코로나19 노출 초기였던 1월, 정부는 확진자 격리와 역학조사,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 외의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명륜교회 이낙연
▲지난 2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명륜교회 예배를 드리고 나오던 이낙연 총리와 김숙희 여사. ⓒ김신의 기자

1월이 채 지나가기 전, 명륜교회에서 6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교회는 곧바로 현장 예배를 ‘영상 예배’로 대체했다. 심지어 교회의 담임목사를 비롯해 다수의 성도가 2주간 스스로 자발적 격리를 실천했다. 격리 전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던 6번째 확진자로 인해 가족 외 2명이 3차 감염됐지만, 그 외에는 이 교회 관련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교회로 인한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는 언론의 보도가 일파만파였다. 그러나 1차 원인은 6번째 확진자가 아니다. 6번째 확진자는 우한에 거주했던 3번째 확진자를 식당에서 접촉해 감염된 2차 감염자다. 결국 중국에서의 입국을 막지 못한 초기 대응 실패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는 2월 4일에서야 ‘후베이성 입국자’만 겨우 차단했다.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15일,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령을 내린 후 12일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월 4일 당시 코로나19 확진자는 후베이성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저장성(절강성), 광둥성(광동성), 허난성(하남성), 후난성(호남성)에서 500~900명, 베이징을 포함한 14개 지역에서 100~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결국 우리나라는 한때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기록해야 했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때는 2월 18일이다. 이단 사이비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도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했다. 2월 20일에는 첫 사망자가 나왔고, 2월 26일에는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 7월 1일~2020년 2월 27일 사이 외국인 포함 신천지 신도 중 40여명이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것이 밝혀졌다. 중국에서 입국한 신천지 신도 수는 3,610명이었다. 결국 중국에서의 입국을 막지 못했단 이야기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8일 뒤인 3월 19일, 국내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3월 20일에서야 1월 23일 시작했던 중국 입국 금지 청원에 대해 뒤늦게 답변을 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정부는 ‘교회’에 초점을 뒀다. 지난 2월 24일, 창원시 의창구청장은 ‘관내 종교시설 관리자’를 수신 대상으로 공문을 보냈다. 창원시는 공문에서 “신천지 교회 ‘추수꾼’이라 불리는 신도가 기성교회와 성당에 잠입해 포교 활동을 펼치는 등의 사유로 그 시설 방문객이 전부 자가격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벌금 300만원을 적시하면서 “모든 행사를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제한 또는 금지하여 주실 것”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인천, 경북 등도 이와 같은 내용을 보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매일 스스로 발표하는 주요 집단 감염 사례에 의하면 코로나19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교회가 아니다. 신천지 관련 사례 외에 ‘병원’과 ‘요양원’ 그 다음이 ‘운동시설’, 그 다음이 ‘콜센터’ 순서다. 교회뿐만 아니라 경산 서린요양원, 칠곡 밀알사랑의 집 등 많은 곳이 ‘신천지인’과 엮였고, 이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이어졌다.

방역 당국은 감염 경로에 대해 초지일관 ‘비말 전파’를 언급해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은경 본부장은 “비말 전파는 침에 묻어 있는 비말이라는 것 안에 바이러스가 포함이 돼서 2m 또는 약간 그보다 이상일 때 침이 바로 다른 상대방의 호흡기로 전파된다. 아니면 비말이 환경표면에 묻어 있다가 손에 묻어서 손을 통해 눈, 코, 입 등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2m 이내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식당과 카페, 출퇴근 시간대의 대중교통 등 실내 공간이다.

그러나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출퇴근길에 환자를 마주쳐서 감염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낮게 본다”며 “이 때문에 방대본에서도 환자 동선을 공개할 때 대중교통보다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지역 위주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 구로구 소재 콜센터와 관련해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들 중 다수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의 접촉 명단에 대중교통을 함께 이용했던 불특정 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본부장은 “불특정 다수가 밀집해 타는 지하철이나 철도 또는 버스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으신 건 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대중교통을 어디가 어떻게 노출이 됐고 하는 것을 다 역학조사를 해서 밝히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결국 100% 역학조사에 대해 ‘포기’를 선언한 샘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회’를 향한 정부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월부터 ‘벌금 300만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실내외 가리지 않고 종교 집회 금지를 언급해왔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교회를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발동, 지난 3월 22일 도와 시군 인력 270여명을 동원해 교회 현장 점검까지 했다. 그러나 점검 결과, 99% 이상의 교회들이 예방수칙을 잘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솔로몬교회, 코로나19 대처에 전 성도 총력 기울여
▲솔로몬교회(담임 홍성익 목사)가 얼마 전 예배 전후로 방역하던 모습. ⓒ솔로몬교회 제공
새에덴교회 온라인 예배
▲지난 3월 18일 새에덴교회의 예배 모습. ⓒ페이스북
하늘숲덕일교회
▲하늘숲덕일교회는 전 성도 마스크, 장갑 착용을 의무화했다. 뿐만 아니라 방역이 어려운 곳에서 방역 봉사를 하고 있다. ⓒ하늘숲덕일교회 공식 홈페이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상적 교회들은 일찍이 정부가 나서기 전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대응법을 공지해왔다. 일부 교회는 더 나아가 정부의 지침을 200% 이행하며 전 성도가 장갑까지 끼고, 지역 사회를 섬기기 위해 방역이 어려운 곳에서 방역 봉사까지 도맡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마녀사냥’에 가까운 행정명령으로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총회장 신수인 목사) 측은 근본적 방역 조치 않는 책임을 지적하며 정부와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한국교회수호결사대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도 여러 차례 ‘정치쇼’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한국교회언론회도 예배 강제 금지와 관련해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를 다니는 한 학부모는 줄자를 가지고 보건복지위생관리과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지금 (공무원들) 다 마스크 안 쓰고 계시는데 왜 굳이 교회만 와가지고 자로 재고 그러느냐”, “제가 (공무원들 간 거리를) 재보니까 80cm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가장 좋은 스승은 본보기를 보이는 스승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교회’에 대한 집착을 멈추고 자신의 ‘들보’부터 보고 스스로가 제시한 지침을 먼저 지켜야 할 것이다. 또한 감정과 비이성적 접근이 아닌 과학적·이성적 접근으로 방역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초기 방역 실패’와 그로 인한 많은 피해, 그리고 ‘마녀사냥’에 의해 상처 입은 국민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