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공예배 중시에 대한 개념 전혀 없어
지자체 지침 제시·요청, 교회는 협조 방식 돼야
국민들 불만 교회로 돌리려는 위험한 의도 있어

이정훈
▲이정훈 교수는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자유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투 DB
이정훈 교수(울산대)는 이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종교집회 제한명령’에 대해 “정통 교회의 공예배를 행정명령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기독교와 선거>를 펴내며 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불교 조계종 승려 출신으로 기독교 공격을 위해 설립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맡다 2007년 회심해 크리스천이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신앙의 가치 수호와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엘정책연구원(ELPI)’을 설립해 시민교육과 국제교류에 힘쓰고 있으며, 산하 교육기관 PLI(Political Leadership Institute)를 통해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한 정치-역사-경제-문화-국제관계에 관한 시민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

부산에 거주 중인 이정훈 교수는 1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지자체 내 전염병 방역 활동은 당연하고, 거기에 교회가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함부로 행정명령을 내려 예배 자체를 금지하려 시도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며 “이미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판례는 지하철 내에서 확성기를 사용해 전도하던 한 선교사가 ‘인근 소란 행위’로 고발당해 경찰이 처벌하려 했지만, 대법원에서 선교사가 최종 승소한 사건이다. 당시 선교사가 구체적으로 발생시킨 소음의 크기도 데시벨 단위로 정확게 측정되지 않아 함께 있던 승객들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정도인지 확인이 어려운 데다, ‘선교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한 기본권으로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교수는 “‘종교의 자유와 예배의 권리’라는 기본권을 단순히 전염병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도지사가 함부로 금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위헌적이고,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이 공예배를 어느 정도 중시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고,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는 교회가 ‘이런 차원에서 방역에 협조해 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권고 형식으로 지역 내 교단이나 교회협의회, 각 교회에 요청할 순 있다”며 “그러면 교회는 당연히 시민 된 의무로서 전염병과 방역 예방에 협조해야 한다. 공예배를 인터넷으로 대체하거나, 가급적 최소 인원으로 예배드리면서 철저한 방역을 하는 것이다. 벌써 여러 교회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 발생한 일부 교회 사건 같은 경우는 정통 기독교가 인정하는 교회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판명이 나지 않았다”며 “정통 교회로 보기 어려운 일부의 일탈을 가지고, 정통 교회의 공예배를 행정명령으로 금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다. 도지사 본인이 개신교 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이라 더 충격적이다. 이런 것들을 한국교회가 묵인하고 묵과해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계속된 인터뷰.

경기도 종교집회 제한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밀접시설 집회 제한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만약 도지사가 아닌 행정부 차원에서 행정명령을 내렸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했다고 해도 굉장히 위헌적이라고 봐야 한다. 교회에 권고할 수 있고, 교회도 국민으로서 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회들은 이미 방역 관련 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고, 공예배를 무조건 현장에서 전 성도가 드리겠다고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제가 섬기는 교회도 벌써 인터넷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미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재명 지사의 조치를) ‘정치적 쇼’로 본다. 국민들의 불만을 교회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방역 실패와 그에 따르는 국민들의 분노를 교회에 풀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교회가 슈퍼 전파자인 것처럼 ‘프레이밍’하는데 아주 악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민주 의식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에서 이런 조치를 내렸다면.

“몇몇 목사님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무원이 지난 주일 예배 중에 나타나 ‘예배 전에 이런 걸 지켜주세요’라고 권고하는 게 아니라, 예배 도중에 나타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만약 교회가 방역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면, 역설적으로 민주 시민으로서 크리스천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본인이 전염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착용과 소독, 방역 등에 대해 교회가 철저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만약 미국에서 지자체가 그런 행정명령을 내렸다면, 지자체나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할 정도의 문제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단지 지자체장의 행정명령을 근거로, 심지어 아직 행정명령이 공식화되지도 않았는데 공무원들이 예배 도중에 찾아와 예배를 방해했다면, 사법적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자유권이나 인권을 쟁취해 온 역사에 대한 인식의 부족 탓일까. 아니면 동아시아 특유의 유교적 사상 때문일까. 국민들도 ‘그깟 예배’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민주 의식이 미성숙한 것도 있고, 자유권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개인이 누리는 종교의 자유나 정신적 자유 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자신이 신앙이 없다는 이유로 신앙인들을 함부로 판단하기도 한다.

‘예배 좀 안 하면 어때’라고 하지만, 그건 본인 생각이다. 신앙인 입장에서는 공예배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소위 한국의 진보 세력이라는 분들이 인권 타령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인권인 자유권, 거기서 중요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재명 지사는) 개신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가.

저는 유교보다는 전체주의 사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극좌든 극우든, 전체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중국과 한국에서 그런 성향이 강하다. 중국은 아예 독재이기 때문에, 공산당이 결단하면 인민이 따라야 하는 구조다. 개인의 기본권 같은 건 신경 안 쓴다.

그래서 서구에 비해 군대처럼 밀어붙이는 식의 발상이 쉬운 것 같다. 한국 사회도 굉장히 전체주의적이다. 마침 선거도 앞두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개인의 자유에 대해 좀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국가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시각도 있지만, 신학적으로 ‘온라인 예배’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 주장은 잘못됐다. 이번에 몇몇 교단에서 신학적으로 공예배가 왜 중요한지 발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각 지교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권고안 등을 발표했다. 예장 합신 총회의 지침은 너무 잘 돼 있어 제가 직접 SNS를 통해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 내용은 공예배에 정상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피치 못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도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공예배 참석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거나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출석할 수 없는 교인들을 함부로 정죄하거나 신앙이 부족하다고 해선 안 된다. 그런 지침들이 이미 교단에 있는 상태다.

그러나 감히 행정명령으로 예배를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자칭 교회 내 진보좌파 세력에서 문제 없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굉장한 착각이다.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 예배를 받아들이는 것과, 행정관청에서 공식적으로 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걸 구분하지 못해선 안 된다.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전염병이란 특수상황 때문에 ‘온라인 예배’라는 형식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레위기에서도 피부 질병이나 한센병의 기미가 있으면 격리시키지 않나. 성경도 어떤 면에서 굉장히 과학적이다.

우리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 예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공예배 자체를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행정청에서 드릴 수 없다고 금지한다는 발상은 굉장히 전체주의적이고 위헌적이고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런데 교회 내부에서 이에 대해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크리스천으로 기본이 잘못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교회가 정치 참여 과정이나 행동을 할 때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성남시 은혜의강교회 같은 사건들을 다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통 교회인지 알 수 없고 이상 행동을 하는 특정집단을 주변 이웃들이 진정하거나 민원을 낸다면 관청에서 확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체 교회와 기독교인을 상대로 공예배를 금지한다? 지금이 기독교 공인 전의 로마 시대인가. 말도 안 되는 발상이고, 중국 공산당의 수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동성애 등으로 교회가 위축된 캐나다에서조차 정부에서 그런 조치를 내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더더구나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주 정부가 신경을 써서 교회들에 도움을 요청하면, 교회들이 성숙하게 응해 전염병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교단이나 신학교는 인터넷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 왜 일시적으로 공예배 참석으로 대체될 수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