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독일도 종교집회 금지” 언급했지만…
독일은 생필품점 제외한 대부분 시설 운영 금지
미국 CDC, “50명 이상 행사는 열지 말 것” 권고

긴급브리핑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경기도가 17일 끝내 종교집회 제한명령을 발동했다. 기독교계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경기도 뿐 아니라 정치권과 관공서들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유독 종교, 특히 기독교를 표적 삼으며 신앙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나이트클럽 같은 곳은 마스크도 끼지 않은 사람들로 붐비고, 전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아예 만원이라 몸을 밀착해서 다니기도 하는데 왜 그런 곳들보다 교회 예배를 더 문제시하느냐”며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는 등 초기 대응을 잘못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교회에 떠넘기고, 나라를 소란스럽게 만들어 부정선거 의혹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이들은 주로 생활필수품과 관계된 곳들을 제외하고 모든 주요 시설들을 공통적으로 폐쇄하거나, 다른 시설들은 폐쇄하더라도 종교시설만큼은 예외로 하고 있다. 종교만을 유별나게 압박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에서 “독일도 종교집회 전면금지 명령을 시행했다”고 밝혔으나, 독일은 생필품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을 운영 금지시켰다. 종교시설뿐 아니라 영화관, 박물관, 콘서트홀, 체육관, 놀이터 등이 금지시설 목록에 포함됐다. 프랑스도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이들의 출퇴근과 생필품 및 의약품 구매를 제외하고는 전국민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미국에서는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1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의 모든 극장과 콘서트홀, 나이트클럽의 문을 닫도록 명령했다”면서 “식당과 주점·카페 역시 포장과 배달을 제외한 실내 영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16~31일 식당·바·나이트클럽을 폐쇄한다고, 제이 웨슬리 워싱턴 주지사도 16일부터 식당, 술집, 유흥업소,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임시적으로 폐쇄하고, 식당은 포장과 배달 서비스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객관성과 형평성을 갖춘 원칙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 고명진 목사는 “감염을 예방하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라며 “감염될 수 있는 곳이라면 ‘특정 공간 안에 몇 명이 모이면 안 된다’는 식으로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하는 것이 일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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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클럽이나 극장 등을 폐쇄하겠다고 알리는 뉴욕시의 행정명령서. ⓒ더블라지오 시장 트위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으로 8주간 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열지 말라”고 권고했다. 대규모 회의·축제·콘서트·운동경기·결혼식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도 지난달에 “5000명 이상 모이는 실내 행사”를 금지했으며, 이후 제한 조치를 점차 강화하다가 지금은 실내외 모임을 일절 불허한다.

한편 교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 측이 계속해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 지사의 지나친 대권욕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강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반기독교 정서를 적극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라는 의혹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 집사라고 밝혔으나, 교회 측은 그가 2009년 이후로는 선거운동 때 교회를 찾아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주일예배에 출석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일산 거룩한빛광성교회를 목회했던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는 “예배가 신성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공무원들 안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