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멈춘 교회당, ‘마스크 공장’으로 변신
목회자·성도 20명, 성경 대신 재봉틀 잡아
필터 교체용 면마스크 하루 500개 생산해

인천 백송교회 마스크 제작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교역자와 성도들. ⓒ교회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이웃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수제 마스크를 정성껏 만들어 보급하고 있습니다.”

기성 총회 소속 인천 서창동 백송교회(담임 이순희 목사)에서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필터를 장착한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에 무료로 나누고 있다.

백송교회는 예배가 멈춘 교회당에 재봉틀 5대를 설치, 필터가 교체되는 수제 면 마스크 만들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지역사회에 작은 보탬이라도 주기 위해 뜻을 같이한 이순희 목사와 부교역자, 성도 등은 성경 대신 재봉틀과 가위 등을 잡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평균 500개 수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정성껏 만든 마스크를 대구 지역과 교회 인근 서창동 주민들에게 이제까지 1,000장 나눠줬다. 백송교회는 현재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마스크를 1,000장 씩 보급하기 위해 밤낮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는 성도들의 자발적인 헌금과 교회 재정으로 감당하고 있다. 낮에는 주로 교역자들이 봉사를 하고, 저녁에는 성도들이 동참한다.

인천 백송교회 마스크 제작
▲이순희 목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교역자, 성도들이 마스크를 들고 있는 모습. ⓒ교회
백송교회의 ‘사랑의 수제 마스크’ 제작은 평소 이웃돕기에 앞장서 왔던 이순희 담임목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 목사는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도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필터를 교환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수제 마스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성도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제안했고, 성도들도 흔쾌히 동의해 재봉틀과 봉사단을 꾸려 지난 6일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이순희 목사는 “마스크 확보 전쟁 속에서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부족하지만 우리가 만든 면 마스크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작에 나선 성도들 중에는 재봉 일이 처음인 경우도 있다. 이들은 유튜브 등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보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교인들은 동대문 시장에서 필터와 면 등 재료를 직접 구입해 제작에 나섰다. 처음에는 실수도 있었지만, 재봉틀을 활용해 옷을 만든 경험이 있는 한수산나 목사의 도움으로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가며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면서 제작이 점점 익숙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인천 백송교회 마스크 제작
▲백송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교회
재봉 작업에 익숙해진 성도들은 재봉틀을 3개 더 구입해,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작업도 재봉틀과 원단 등의 작업도구에 맞춰 재단, 재봉 등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한쪽 그룹에서 재단 원본을 그리면, 다른 그룹에서는 재단을 자른다. 이후 5개의 재봉틀에서 마스크 재봉 작업이 이뤄진다.

이렇게 하루 500-600여 장의 면 마스크가 제작되면, 교체할 수 있는 필터 7장과 함께 정성껏 포장해 ‘사랑의 마스크’가 완성된다.

마스크는 베이지, 카키, 체크, 꽃무늬 등 색상과 종류도 다양하고,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마스크도 만들고 있다.

교회 박진호 목사는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구매가 쉽지 않은데 지역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코로나19가 속히 종식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서지영 전도사는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을 하지만, 하다 보니 재밌다”고 말했다.

백송교회는 제작한 마스크를 대구와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교회 앞에 ‘사랑의 수제 면마스크를 무료로 나눈다’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본격적인 홍보도 벌이고 있다. 전단지와 지역 맘카페에 소식을 알렸다.

인천 백송교회 마스크 제작
▲마스크를 받으러 온 주민들. ⓒ교회
대구 백송교회에 200장 마스크를 보냈고, 지난 12일 직접 생산한 마스크 500장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첫날이었지만 긴 줄을 서서 받을 정도로 호응이 컸다.

두 자녀와 함께 찾아온 30대 주부는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는데, 교회에서 무료 나눔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디자인도 예쁘고 필터로 갈이 끼울 수도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창동 주민 이경애 씨(57)도 “공적 마스크를 구하려고 약국에서도 몇 번 갔지만 다 공치고 그냥 돌아왔다”며 “마스크를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주민들 중에는 약국 공적 마스크 구입 시처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거나 지갑을 꺼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무료로 나눠준다는 말에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백송교회는 당분간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마스크 1,000장을 나눠줄 계획이다. 현재 참여 중인 자원봉사자는 부교역자와 성도 등 20여 명으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스크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문의: 010-5515-0522(박진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