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창조론, 기능 뿐 아니라 실체들도 창조
간접적 창조도 아닌, 직접 만물 지으신 창조
아직 가설인 진화론으로 창조론 부인헤서야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픽사베이

과학 시대인 오늘날,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성을 유지하려면 유신진화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자꾸 널리 퍼져가고 있습니다.

유신진화론 옹호자들은 심지어 교회에서 성경적 창조론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만일 성경적 창조론, 곧 전통적인 6일 창조론을 가르친다면, 똑똑한(?) 아이들이 과학을 무시하는 교회의 잘못 때문에 성장하여 과학에 눈을 뜨게 될 경우 결국에는 신앙을 포기하는 일이 나타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에서 창조론을 진리라고 배운 아이들이 과학자로 성장할 기회를 막고 반지성주의자가 되게 할 잘못을 초래한다고 염려를 표합니다.

유신진화론자의 주장과 염려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청소년 시절에 별 문제를 보이지 않던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여 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신앙을 떠난다면, 그것이 창조론을 가르친 교회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참이며 진리라고 믿도록 한 유신진화론자의 잘못일까요?

교회에 책임이 있다면 진화론이 하나의 가설일 뿐이며, 과학적으로 참으로 증명된 진리는 아니라는 비평적 사고를 가르치지 않은 것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진화론을 믿게 하는 책임은 진화론이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있는 것이지, 그것이 가설일 뿐이라고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가르치지 않은 교회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신진화론자가 비판하는 염려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신진화론자의 주장처럼 성경적 창조론을 금하고 유신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창조론을 강조하고 유신진화론의 토대인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비평을 가르쳐야 합니다.

진화론은 생명이 물질에서 나왔으며 또한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단세포에서 진화되었다는 가설일 뿐이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는 진화론을 믿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진화론은 결코 증명된 이론이 아니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진화론을 믿지 않아도 얼마든지 충분히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창조론을 믿는 과학자를 통해 제시하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유신진화론자들의 교회를 위하는(?) 주장과 염려는 단지 진화론이 옳다는 가정 위에 서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유신진화론이 오류를 밝히려면, 사실 진화론이 과학적인 증명을 받지 못한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유신진화론자와 토론을 하게 될 경우, 여기서부터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토론은 앞서 게재된 한윤봉 교수님의 글을 통해 개략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진화론이 여전히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유신진화론을 옹호하는 주장을 그럴 듯하게 여기는 이유들과 관련하여, 철학적 또는 신학적 문제 가운데 한 가지, ‘기능적 창조론’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유신진화론자들은 종종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고 말합니다. 다만 하나님의 창조가 전통적으로 이해한 6일 동안 모든 것을 창조하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유신진화론자들의 생각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138억 년 전에 우주를 만드셨는데, 이 우주는 지금 우리가 아는 내용물이 차 있는 우주가 아니라 이 내용물을 만들어가는 ‘기능을 가진 우주’였습니다.

예컨대 생물체의 경우라면, 하나님께서는 창조의 처음부터 생물체를 만들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물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능을 처음 만드신 우주에 부여하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이 우주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빅뱅 우주론을 따라 10-33cm 정도의 크기로, 거의 무한이라 할 에너지를 가진 특이점이라고 말할 듯합니다.

유신진화론의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우주를 채우는 나머지 창조의 과정을 우주에게 위임하셨기에, 우주가 이제 자신을 채워가는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됩니다.

곧 하나님은 창조주이시지만 만물에 대한 간접적인 창조주이시고, 우주는 대리적 창조주로서 우주 가운데 있는 만물에 대하여 직접적인 창조주가 됩니다.

우주는 대리적 창조주로서 생명체를 직접 만들어 갑니다. 이를테면 약 40억년 전 무기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나오도록 작용하고, 이 유기물이 소위 화학적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약 35억 년 전에 최초의 단세포 생명체를 만들어 내도록 작용하는 창조의 기능을 발휘합니다.

이제 우주는 원시 생명체인 단세포를 사용하여 이것이 유전정보의 변화를 일으켜, 다세포의 고등생명체로 진화될 수 있도록 작용합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우주는 유전정보의 변이와 전달을 통해 이전보다 더 고등한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게 하는 물리, 화학, 생리적 법칙을 기능케 하게 됩니다.

이러한 주장을 소위 ‘기능적 창조론’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으십니까?

우리가 보는 자연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명체의 현상들, 이를테면 요즘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같은 것은, 진화를 말하며 우주의 창조 기능을 보여주는 암시적 증거일가요?

그러나 미생물계의 변이를 들어 생물의 종류가 다양하게 진화되었다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지지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진화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진화론의 간접적이며 암시적인 증거인 양 생각하는 이해를 굳이 조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능적 창조론’을 교회가 인정할 수 있을까요? 답을 내릴 때 유의할 것은, 우리가 창조를 논할 때 가장 그럴 듯한 과학적 상상이나 철학적 고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창조는 성경의 교훈입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어떻게 교훈하고 있는가를 분별하는 것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유신진화론의 ‘기능적 창조론’이 옳다면, 교회가 그동안 성경을 통해 고백한 창조론은 창세기를 잘못 읽은 것이고, 잘못된 지식 위에 서 있었던 것이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창세기 1-3장은 기능적 창조론을 가르칠까요? 성경 외의 어떠한 전제나 선입견 없이, 그러니까 진화론이 옳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없이, 성경을 읽으면 어떠할까요?

창세기 1장은 ‘혼돈하고 공허한 땅(2절)’ 위에, 자연의 구성요소의 창조에 대하여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빛(3절), 바다(9절), 땅(9절), 식물(11절), 광명체(14절), 동물(24절), 그리고 사람(26절)이 처음 창조 때에 이미 만들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즉 성경은 모든 우주 안에 있는 실체들이 하나님께서 처음 우주를 만드실 때 창조된 것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것들을 만드신 목적은 무엇인지를 교훈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창조론은 하나님께서 최초에 아무 것도 내용물을 가지지 않은 우주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하나님의 창조는 우주에 기능을 부여하는 기능의 창조일 뿐 아니라, 우주를 구성하는 실체들도 창조한 만물의 창조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창조는 자연을 대리자로 삼으신 간접적인 창조가 아니라, 직접 만물의 실체들을 만드신 직접적인 창조입니다.

가설일 뿐인 진화론을 들어, 이러한 성경의 창조론을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 유신진화론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유신진화론의 기능적 창조론을 배격하고 있습니다.

빌헬무스 아 브라켈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예배
▲김병훈 교수. ⓒ크투 DB

김병훈 교수
합동신대 조직신학, 나그네교회 담임
성경적 창조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