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염사태 원인이 신천지라는 여론
신천지 확진자 등 관련 지출 비용만 수백억
당국, 법에 따라 민·형사상의 책임 물을 것
명단 누락, 고의성 등 지도부 개입 여부 관건

신천지 교주 이만희 기자회견
▲지난 2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던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 ⓒ크리스천투데이 DB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신천지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에 이어 대구시와 서울시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국가소송에 있어 구상권이란 국가가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실제 그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하는 권리로 설명할 수 있다. 신천지가 최근 기부한 120억을 대구시 등이 거부한 이유에도, 구상권 문제가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확산의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대규모 감염 사태로 이어진 것에 신천지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방역과 역학조사 등과 관련된 비용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일 0시 현재까지 발생한 누적 확진자는 7,513명으로, 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경우만 62.7%에 달한다.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검사 시 발생하는 1인당 비용은 16만원에 달하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만 1천 명이 넘는 신천지 신도가 검사를 받았다. 확진자들이 열흘간 입원했을 시 입원료와 추가 진료비만 1인당 약 700만원이 예상된다.

자가격리자에 대해 보건당국이 지급하는 4인 기준 월 123만원의 지원금까지 합하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국가 지정 격리 병상에 투입되는 인력과 방역 조치 전반에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에 정부가 먼저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 검토를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지난 6일 “(방역 조치를 방해했다는) 명백한 고의가 신천지 측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정부로서는 당연히 구상권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측이 방역을 방해해 시민에게 물적·정신적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지금은 방역에 집중할 때”라면서도 “법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반드시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권 시장은 신천지가 100억을 사랑의열매 대구지회에 사전 협의 없이 기부했을 당시 “지금 신천지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기부가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의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교주 이만희 씨를 ‘살인죄’로 고발하고 신천지 법인 설립 취소의 칼을 빼든 서울시는 보다 강경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신천지의 비밀주의와 폐쇄성, 정확하지 않은 자료 제출, 비협조적인 태도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천지교인 전수조사를 위해 낭비된 행정비용과 방역비, 신천지교 신자, 그로부터 감염된 확진자의 진단 치료비 등에 대해서 구상권 행사 등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 구상권 청구가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검사 출신의 김광삼 변호사는 10일 JTBC 토론회에서 “고의나 과실로 확산이 된 것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이 돼야 하는데 신천지라는 집단에서 원인을 제공한 건지, 개별적인 신천지 신도들의 행동에 의한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손해배상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구상권이 청구된 대표적인 사례로 김 변호사는 ‘구원파’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이 연루된 세월호 사건을 꼽았다. 법원은 유 회장 일가와 청해진 임직원, 세월호 선장 등에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 중 70%인 1,700여억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화물과적, 부실고박,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 훈련 미실시' 등이 세월호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인정이 됐었다. 이번 사태에서는 명단의 누락과 고의성에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지도부 차원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는 신천지의 소유 부동산 30건에 지방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0일 오전 세무조사 통지서를 신천지 측에 직접 전달했으며 그간 신천지가 종교단체라는 이유로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아왔던 것과 관련 지방세 세목 전반에 걸쳐 신고·부과, 감면의 적정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해당 부동산들이 건축물 대장상의 용도와 실제 종교목적 용도로 적절하게 사용되는지와 세목 전반에 걸친 탈루 여부도 살펴보며, 현재까지 확인된 서울시내 207개 신천지 시설이 종교시설로 사용되며 과세 감면을 받지는 않았는지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서울시는 “신천지측은 ‘서울시가 법인을 취소해도 신천지는 해체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조금의 반성도 없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끝까지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법인 취소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