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길
성숙의 길

싱클레어 퍼거슨 | 정성묵 역 | 두란노 | 348쪽 | 19,000원

싱클레어 퍼거슨은 신자의 거룩함을 추구하는 여정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저자인 것 같다. 그는 1987년 네비게이토에서 출간된 <은혜 안에서 자라 가라>부터 시작하여, <성도의 삶(복있는사람, 2010)>, <오직 은혜로(지평서원, 2011)>,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지평서원, 2012)>, <거룩의 길(복있는사람, 2018)>, 그리고 이번에 두란노에서 나온 <성숙의 길(2019)>까지, 계속해서 그리스도인이 성화를 이해하고 추구하도록 격려하는 일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다.

퍼거슨은 이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그리고 재능 있는 신학자이자 목회자이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와 리디머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친 적이 있는 교수로서 성경적으로 탄탄하고 균형잡힌 신학의 틀 안에서 글을 쓰며, 컬럼비아 제일장로교회 담임 목사로 일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목회적인 관점에서 독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권면을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부유한 기독교 역사와 전통을 함께 겸비한 훌륭한 저자이기도 하다. 미국의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몇몇 콘퍼런스 강사로 매년 초대되는 탁월한 설교자이기도 하다(2019년 셰퍼드 컨퍼런스에서 직접 퍼거슨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퍼거슨의 책을 집을 땐 기대감을 가지고 망설이지 않게 되며, 그 기대감은 후에 만족감으로 빠르고 기쁘게 전환된다.

총 12장으로 엮어진 책은 저자가 직접 요약한 것처럼 “먼저… 성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특징 몇 가지를 살펴”본다. “그런 다음에는 두 가지 기본적인 영적 복들이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로서 ‘서게’ 해 주는지를 살펴”본다. “세 번째로는 몇 가지 난관들과 그것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312-313쪽).

두 번째로 다룬 영적 특권들은 “온전한 확신”과 “분명한 인도하심”이고, 세 번째로 다룬 난관들은 각각 “죄”, “시험”, “사탄”, “고난”이다. 마지막 10-12장은 충성과 인내로 예수님을 닮기 위해 날마다 정진할 것을 힘 있게 권면하는 이 책의 절정에 해당한다.

<성숙의 길>은 첫째로 성경 본문의 진리를 풀어 ‘성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일에 정말로 탁월한 작품이다. 둘째로 실제적인 삶에 적용할 수 있고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성화에 관련된 생각을 바꿔줄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설명이 풍부한 책이다. 셋째로 기독교 전통과 역사에서 흘러나온 예시가 책의 풍미를 돋구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보통 책을 읽고 나서 특별히 좋았던 부분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기 마련인데, 퍼거슨의 책은 그런 부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주 두드러지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영양이 풍부한, 그래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양식을 먹는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이번 책 <성숙의 길>에서는 성화를 다루는 성경의 많은 본문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몇몇 장에서는 세밀하게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성화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그야말로 풍성하게 얻을 수 있다.

히브리서, 로마서, 바울의 몇몇 서신서, 시편 131편, 전신갑주에 관한 말씀 등을 통해 독자를 권면할 때, 하나님의 말씀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능력이 저자의 충실한 본문 강해를 통해 독자에게 충분히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해서 딱딱한 강해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저자는 깊은 통찰력으로 성경 본문의 진리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고 실천하는 데까지 인도한다.

가령 퍼거슨은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것은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에 가득 채우는 일이다. 우리는 이 공식을 다음과 같이 확장할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 거하라=그리스도의 말씀에 늘 순종함으로 그 말씀이 너희 속에 거하게 하라(79쪽)”.

그리고 그는 바로 이어서 결혼을 앞둔 젊은이와 다섯 자녀를 둔 엄마가 본문을 통해 어떻게 말씀에 순종하며 삶의 변화를 얻는지 예시를 들어, 독자가 어떻게 성경을 자기 삶에 채우고 실천할 것인지 방법을 제시한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모습을 그린 성화(렘브란트).
저자는 몇 차례 천로역정을 사용하여 ‘성화의 길’의 한 장면을 그림처럼 묘사하고, 부록에서 인용한 존 번연의 “죄에 대한 경계심을 일으키기 위한 경고”뿐 아니라 존 오웬, 에이미 카마이클, 존 칼뱅,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토머스 브룩스 등 수많은 기독교 전통과 역사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그리스도인의 성화를 앞서 고민한 사람들로부터 깊고 새로운 묵상의 열매를 맛보게 해 준다. 괜히 그가 훌륭한 기독교 고전을 주로 출판하는 ‘배너 오브 트루스’의 이사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한다.

퍼거슨이 이 책을 통해 진단한 문제 중 하나는 신자가 죄에 넘어지거나 힘겨운 삶에 낙심하여 더 이상 성화의 길을 힘 있게 걷지 못하는 문제였다.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그날까지, 우리가 육신의 장막을 벗고 영원한 집을 덧입을 때까지,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아들의 형상을 닮게 하시려고 우리를 구원하셨다. 그리고 그 하나님은 우리를 영화롭게 하시는 날까지 신실하게 그 일을 온전히 이루실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 성숙에 이르는 길은 자기 힘으로만 걷는 길이 아니다. 죄와 사탄과 세상과 싸우는 신자의 삶을 보호하는 모든 장비는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졌다(진리, 의, 평안의 복음, 믿음, 구원의 투구, 성령의 검).

또한 하나님은 이 길을 결코 우리 혼자 걷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그래서 퍼거슨은 책의 마지막에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한다.

“성숙으로 가는 길을 정리해 보면, 먼저 자신의 야망을 내려 놓으라. 자신의 지혜를 내려놓으라. 자신감을 내려 놓으라. 그리고 하나님을 당신의 야망으로 삼으라. 하나님을 당신의 소망이요 유일한 지혜로 삼으라!(331쪽)”

온전히 하나님을 추구하고, 하나님을 바라며, 하나님의 지혜로 살아가는 삶이 성숙의 길이라면, 이 길은 마땅히 즐거운 길이어야 한다. 찬송가 가사처럼,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즐거운 일 아닌가!”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성령을 아버지께 구하여 우리에게 주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라 그 분을 닮아가는 길을 걷는 우리의 삶에 성령을 통해 언제나 능력으로 함께 하실 것이다.

이 책이 개정되어 출간된 데는 한 여인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한 장로교회 목사에게 영적 조언을 구했고, 목사를 통해 이 책을 (개정되기 전) 받았다. 끝까지 정독하고 나서 그녀는 책의 내용이 참으로 놀라웠다고 말하며 신자의 삶이 무엇인지 자세히 말해준 책의 저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자는 그 여인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이 개정판을 내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어쩌면 그것이 퍼거슨이 계속해서 신자의 영적 여정에 관해 계속해서 쓰기 원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 하나님께서 자기 피로 사신 그 영혼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자는 계속해서 그 일을 기쁨으로 충성스럽게 할 것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저자의 소원대로 주와 함께 성숙의 길을 즐겁게 가게 되기를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