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한 방울 생수 구원 물줄기 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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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한복음 4장 14-15절

주님께서 사마리아 여자에게 생수를 전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물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영원한 생수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수는 우리의 삶과 관련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마시면 다시 목마르게 되는 욕망과 삶의 진리를 대비시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삶의 의미와 관련되는 부분입니다. 이 배경을 중심으로 ‘그런 물을 내게 주사’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지극히 현실적인 요구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여자가 이르되 주여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14-15절)”.

주님과 사마리아 여자의 관심이 빗나가는 장면입니다. 주님은 영원한 생수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는데, 사마리아 여인은 야곱의 우물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님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속에서 솟아나는 생수인 성령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여인은 영적인 눈이 감겨 있기에, 당장 눈앞에 있는 물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의 초점을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지극히 현실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사마리아 여인이 매우 경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여인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처사였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여인에게는 물을 길러 오는 귀찮은 행동만 하나 줄여도, 생활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즉각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여기 물 길러 오지도 않게 해 달라고 성급하게 청탁했습니다.

이 여인은 “세상에 그런 물이 있나요? 그런 물이 있다면 당신이나 실컷 마시고, 나는 당장 목마르지 않고 물 길러 오지 않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는 심사입니다.

인간은 본래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해가 안 되면 엉뚱한 답변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설령 이해가 된다 해도 자기 입장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면, 오히려 역습을 가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2. 삶의 실존적인 요구

본문 말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마리아 여인이 실존적인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인데, 목마르지도, 물 길러 오지도 않게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많이 목말라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요구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 여인에게는 물 긷는 일이 즐거움이 아니고, 지겨움이었을 것입니다. 아무도 물 긷지 않는 시각인 낮 12시 혼자 우물에 나왔던 것으로 보아, 우리는 그녀의 천한 신분과 슬픈 사연을 넉넉히 읽을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입니다. 이 행복이 쉽지 않기에, 행복을 행운과 우연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한없이 즐거워, 조금도 지루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일이 계속 더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물 길러 오지 않게 해 달라는 이 여인에게는 행복의 요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달픈 생활이 보여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마치 고독이 연륜마냥 감겨 오는 그 우물가에 꽃 시절이 저무는 처량한 모습입니다. 별로 나아질 것도 없는 반복되는 생활에 피곤이 가중돼, 슬픔을 짓뭉갠 손이 또 목마름을 긷는 모습입니다.

3. 고달픈 삶에 대한 해방의 요구

“여기 물 길러 오지 않게 하옵소서!”에는 다른 마음도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나도 남들처럼 떳떳하게 물 좀 길어 왔으면 좋겠다”는 염원입니다.

이 여인은 소외감에서 오는 고독과 불안을 많이 경험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활이 떳떳하지 않음으로 인한 패배감에서 오는 좌절과 체념, 배신감에서 오는 원망과 저주, 그리고 죄책감에서 오는 수치와 후회를 많이 경험하며 살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기에 아직도 벗어버릴 수 없는 욕망의 굴레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신분석은 자아를 해방시킬 수는 없으며, 불행한 삶의 조건을 어느 정도 견뎌나갈 수 있을 만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염세적인 인생을 애써 긍정적으로 돌리려는 인위적 노력은 사람들에게 헛된 망상과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부작용의 폐해도 만만치 않으니만큼 충분히 공격당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조건과 여건을 뛰어넘어 행복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이 주시는 삶의 해방을 경험하는 기적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가는 인생의 길에 허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되지 마시고, 주님이 주시는 행복을 체험하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현실적인 궁핍을 체험하는 우리가 되지 말게 하소서, 삶의 만족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더 나아가 얽매임에서 해방을 체험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주님이 주시는 생수를 마시는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