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예배 드리고 나왔더니, 마트에는 사람 가득
‘벌금’ 운운에 예배 못 드렸는데, 공연은 매진 행렬

세종시 코로나19 마트
▲지난 1일 장을 보기 위해 가족 단위로 마트를 찾은 사람들. ⓒ독자 제공

지난 1일 오전 가정에서 ‘영상(온라인) 예배’를 드린 세종시 거주 한 성도는, 오후 대형마트를 방문한 뒤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마트가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마트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로 마스크를 쓴 채 여유롭게 장을 보는 이들로 가득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2월 말부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전례없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전례없는 대응에 동참했다. 일제시대에도, 6.25 때도 목숨 걸고 고수해 왔던 ‘주일성수’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매 주일 예배당에서 함께 모여 드리던 ‘오프라인 공예배’를 각자의 처소에서 드리는 ‘온라인 예배’로 전면 전환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실내 각종 집회를 자제해 달라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시책에 따른 조치다. 기독교뿐 아니라, 천주교와 불교도 정기 모임을 중단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일 주일예배에 이어 돌아오는 주일인 8일을 앞두고서도 “종교나 집회 등 다중 행사 참여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는 7일 종교집회 자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전격 채택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더 나아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신학적·목회적·신앙적 고민을 토로하면서도, 신천지 같은 ‘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찜찜함이 남는 것은, 유독 종교집회에만 이러한 ‘당부’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같은 주일이었던 지난 1일 열린 한 유명 공연 리뷰 중 일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는 가운데도 이날 오후 7시 공연의 객석에는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위생과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한 목사는 SNS에 이렇게 썼다. “그렇게 간절히 (예배를) 원하는 성도들을 설득해 주일 영상예배를 드리고 나서 (공연 리뷰를) 보니, 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주일교회를 실황 예배나 영상 예배로 돌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예정돼 있던 공연 등은 그대로 강행되고 있는데, 유독 예배만 멈추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는 연일 각 교회에 공문을 보내거나 일일이 전화하면서 종교집회 자제를 ‘권유’하고 있으며,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락 등은 하는 사람 입장에선 ‘권유’일지 모르나, 받는 교회 처지에선 충분히 ‘압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협박 벌금 300만원 썸네일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회에 공문을 보내 ‘집회 금지조치 긴급 행정명령’ 등을 선포하면서, 위반시 ‘벌금 300만원’을 적시한 뒤 ‘종교집회 금지 협조 요청문’을 발송하고 있다. 확인된 곳만 경북 칠곡·경산, 경남 창원 의창, 인천 연수 등에서 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외에 강원 정선군에서는 각 교회에 보낸 공문에서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교회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경기 구리시에서는 구리시기독교연합회에 ‘종교집회 제한 계획과 조치 결과’ 회신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북 경산시는 ‘집회 금지’를 위한 긴급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철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당국의 헌신과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단 그들의 교회를 향한 ‘당부’가 열매를 맺으려면, 대형마트, 영화관, 대형 카페, 대중교통, 터미널 등 모든 다중시설에 대해서도 방문 자제를 함께 요청해야 할 것이다. 그들 말처럼 이런 곳들은 ‘수익’을 내는 곳이기에 강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교회가 예배당 폐쇄를 망설이는 것이 ‘헌금 때문’이라는 망발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예장 합동 부총회장인 소강석 목사(용인 새에덴교회)도 지난 1일부터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하는 예배를 드리기로 한 뒤, 이에 대해 “예배를 드리면 나쁜 교회이고, 예배를 안 드리면 좋은 교회라는 이상한 프레임이 짜여지고 있다”고 SNS를 통해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교회 경영을 위해 헌금을 한다는 일부 편협된 사람들의 비판을 막기 위해, 예배 중 헌금 시간을 없앴다”며 “성도들이 예배 입장 시 자율적으로 헌금함에 헌금을 드리도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조치에 이러한 형평성과 배려, 그리고 ‘감수성’이 결여돼 있기에,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국가가 예배를 방해하려 하느냐”는 항의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계속 종교집회에만 ‘자제’를 요청하니, 마치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여론몰이로 인해, 일부 장소에서 ‘목사’라고 하거나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기피하는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몇몇 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전파의 계기가 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주일 공예배’가 직접적 이유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 초기 확진자가 나와 예배당을 자진 폐쇄하고 2주간 ‘온라인 예배’를 드렸던 명륜교회는 코로나19 사태 극초반이어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고, 명성교회도 확진자 및 접촉자들이 재조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온천교회 역시 합숙했던 ‘수련회’가 주 원인이었고 신천지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나왔으며, 예배 후 성도 2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광주 양림교회도 함께 예배드린 이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는 다 이단 종파들 사례였다. 건전한 정통 교회의 ‘주일 공예배’에서의 감염 사례는 지극히 적은 상황이다.

실제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거리를 두고 앉는다고 가정하면, 교회의 감염 위험은 현재 정상 가동중인 대중교통이나 대형마트, 카페 등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새에덴교회
▲지난 2월 마스크를 쓰고 예배드리는 성도들. ⓒ새에덴교회

한 목회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당국이 무조건 예배 폐쇄를 종용하는 것은, 국가 권력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종교의 자유를 제한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선례를 남길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는 초동조치 실패로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돼 예배에까지 지장을 주는 사태에 대해 먼저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배당을 중심으로 한 주일성수를 목숨처럼 여기는 기독교 신앙을 배려해, 고압적 자세가 아니라 자율적 권고 차원에서 요청해 줬으면 좋겠다”며 “교회들은 기꺼이 그 권고를 따를 준비가 돼 있다. 특히 철저한 방역 대책 후 예배를 드리겠다는 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몰이 또는 마녀사냥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독교인들에 대해 “국가 정책의 문제점이나 신천지의 엄청난 폐해 등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여론에 놀라 예배 방침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며 “지금은 함께 힘을 모아 기도할 때”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돌아보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그간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다 보니 일반 사회나 비기독교인들이 ‘주일성수’의 참 의미와 그 중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그리스도인들은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그에 대한 성찰과 회개, 변화를 결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방역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어느 정도까지 진정돼야 교회 예배당 ‘주일 공예배’를 다시 드릴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주일 공예배 재개는 기약이 없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일 종교집회 자제를 외치면서도, 일상의 회복과 함께 추경 예산 편성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주일 공예배의 회복’이야말로 ‘일상으로의 복귀’이기에, 최대 1-2주 간의 온라인 예배 후에는 철저한 예배당 소독 및 방역, 개인 위생 철저 준수를 전제로 ‘오프라인 예배’ 재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