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선교사가 설립한 대구동산병원, 코로나19 위해 헌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지역거점병원 지정, 63실 117병상 코로나19 전용 병실 운영
기존 입원환자들 퇴원 및 계명대 동산병원(성서) 이송 치료

▲대구동산병원에서 지난 2월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 활용을 위해 기존 입원 환자들을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있다. ⓒ병원

▲대구동산병원에서 지난 2월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 활용을 위해 기존 입원 환자들을 앰뷸런스로 이송하고 있다. ⓒ병원

120년 전 선교사들이 설립한 정신 그대로, 대구 서문시장 앞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병원장 손대구)이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을 위해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은 “120년전 의료봉사로 시작된 동산병원이 지금까지 지역민들과 함께 희로애락하며 성장 발전해 온 만큼, 현재 우리 지역에 불어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봉사의 마음으로 대구동산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병원장은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동산병원은 대구시는 물론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합심하여 지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수호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대구광역시와 함께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치료에 발벗고 나서, 지난 2월 21일 대구동산병원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하고, 63실 117병상을 코로나19 전용 병실로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입원환자 130여명의 동의를 구한 후 40여명의 환자를 21일 오후부터 계명대 동산병원(병원장 조치흠)에 순차적으로 이송했고, 나머지 환자들은 퇴원 및 전원 조치했다.

대구동산병원은 환자 이송이 모두 완료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인력, 시설, 시스템 등을 갖추고 전용 병원으로 운영된다.

계명대 동산병원(성서)과 대구동산병원(서문시장 앞) 전 교직원은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환자수용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대구시에 적극 협력해 의료 활동에 매진하기로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고 있으며, 응급실 선별진료실 외에도 외래 4층 선별진료소를 별도 마련해 코로나19와의 역학적 연관이 없지만 폐렴이나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위한 전용 진료실도 운영하며 적극 대처하고 있다.

대구·경북 서양의술의 출발, 대구 제중원

1899년 대구 지방에서 ‘미국약방’이란 이름으로 의료선교를 하던 존슨 선교사(Dr. Woodbridge O. Johnson, 1869-1951)는 1899년 제일교회 구내에 ‘제중원(濟衆院)’이란 간판을 내걸고 진료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약방과 제중원이 계명대 동산의료원의 효시이다.

병원 소개에 따르면 제중원으로 설립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대구 근대 의료사의 시작이었고, 의료 외에도 사회·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근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대구동산병원의 전신 제중원을 창설한 존슨 선교사.

▲대구동산병원의 전신 제중원을 창설한 존슨 선교사.

제중원을 시작한 존슨 선교사는 미국 북장로교에서 파송된 대구의 첫 의료선교사로, 장인차(張仁車), 장의사, 장오린 등의 한국 이름으로 불렸다. 존슨 선교사는 1899년부터 1910년까지 제중원 초대 병원장을 맡았다.

존슨 선교사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예수를 믿게 된 사람들이 날로 늘어갔다고 한다. 스님이 성도가 됐고, 최초 안과수술을 받은 환자가 예수를 믿기로 결심했으며, 소문난 절도범이 복음을 받아들여 지역에 복음의 씨앗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존슨 선교사는 1909년 6월 27일 제왕절개 수술에 성공해 아기와 엄마의 생명을 살렸는데, 이 수술로 존슨 선교사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더구나 존슨이 나병을 치료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병원에는 많은 나환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존슨은 한옥 한 채를 나환자 요양소로 사용하면서 낮은 자들에게 그리스도 사랑을 실천했다.

존슨 선교사는 1908-1909년 제중원에 근무하던 청년들 중 7명을 선발해 현대의학을 가르쳤는데, 이는 현대 의학사에 중요하게 기록됐다.

또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주문해 사택 뒤뜰에 심었던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는 그 자손목이 유일하게 남아 동산의료원에서 자라고 있다. 대구를 사과의 고장으로 만든 이 사과나무는 대구시 보호수 1호로 지정되었다.

미국약방과 제중원

존슨 선교사는 성탄절이자 주일이던 1897년 12월 25일 조랑말을 타고 대구 남문 안에 들어왔다. 2년 뒤 1899년 대구의 첫 교회인 남문안 예배당(현 제일교회) 옆 하인들이 쓰던 작은 초가집을 고쳐 ‘미국약방’을 설립, 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미국에 주문한 약품이 들어오고 진료활동을 하면서부터 ‘제중원(濟衆院)’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제중원 개원 후 이듬해 여름까지 1,700여명을 치료했으며, 1901-1902년 치료 환자 수는 2천여명이었다. 당시는 나병(한센병) 환자가 속출했으며,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이 성행했다. 제중원은 나환자 구제 사업과 풍토병 치료, 천연두 예방접종, 사회보건 계몽 등을 통해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함께 나눴다.

존슨 선교사는 1906년 제중원을 현 위치인 동산동으로 옮겼다. 그 후 1911년 취임한 2대 병원장 플레쳐 의료 선교사 때부터 동산의료원으로 불렸다. 동산의료원은 일제시대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종합병원으로 성장했고, 몰려드는 환자를 위해 진단과 치료의 과학화를 선도했다. 또 영아를 위한 복지사업과 1924년 간호부 양성소를 설립, 이는 현재 계명대 간호대학으로 성장해 한국 간호교육 발전에 기여했다.

동산의료원은 6.25전쟁 이후 한국 최초로 아동병원을 설립해 전쟁 고아를 무료로 치료하는 등 어느 기관보다 무료진료를 많이 실시했다. 7대 병원장 마펫 의료 선교사는 46년간 재직하며 병원 시설을 신축·확장하고 현대식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등 동산의료원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1980년 지역 대표적 기독교 사학기관인 계명대학교와 병합하면서 의과대학을 세우고, 1982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으로 거듭났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2019년 4월 15일 새로운 100년을 향해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병상 1,041개)의 현재 새 병원을 건립했다. 존스홉킨스대 병원 등 세계적 수준의 병원 8곳을 모델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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