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
▲큰절을 하고 있는 이만희 씨.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박근혜 시계’가 화제가 됐다. ⓒ송경호 기자
신천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지탄받고 있는 가운데, 그 교주 이만희 씨가 마침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그 기자회견에는 엄청난 취재진과 신천지 관계자들 및 경찰 병력들이 운집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고, 국민들의 관심도 엄청났다.

그런데 씁쓸하게도 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이만희 씨의 큰절, 시계, 넥타이, 통역, 그리고 퇴장하면서 들어올린 엄지손가락이었다. 특히 그가 차고 나온 박근혜 시계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진품인지 가품인지, 차고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따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선 분산’이야말로 신천지의 교묘한 전략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첫째는 신천지의 반사회적·반인륜적 행태들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그동안 신천지로 인해 가정이 파탄났음을 피눈물로 절규하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가 신천지 본부를 강제 조사할 때도, 이만희 씨가 기자회견을 할 때도, 신천지에 의해 자녀를 빼앗겼다는 부모들이 현장에 나타나 한맺힌 심정을 토해냈으나, 신천지는 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둘째는 그들의 거짓된 포교 방식이다. 신천지는 소위 신분을 감춘 채 기존 교회로 들어가 포교하는 ‘추수꾼’, 그러면서 한 교회 자체를 신천지화하는 ‘산 옮기기’ 전략으로 수많은 교회들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심지어 기독교 언론을 위장 설립해 활동하며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최근 신천지 피해자의 소위 ‘청춘반환소송’ 1심에서 “신천지 서산교회는 원고 H씨에게 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신천지 서산교회가 타 교회 신도 등을 상대로 처음에 신천지 소속임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문화 체험 프로그램, 성경공부라는 명목으로 신천지 교리를 교육받게 했다”며 “피전도자가 신천지임을 의심하면, 함께 전도를 받은 것으로 위장한 신도들이 더 철저하고 교묘하게 의심을 배제시켜 어느 정도 교리에 순화될 때까지 숨기다가, 이후에 신천지 소속이라는 걸 밝히는 포교법을 썼다”고 밝혔다.

또 “종교적 신앙 선택은 일시적인 상품 구매 서비스와 달리 그 사람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을 가진,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며 “교리를 배우고 난 후에야 비로소 특별한 종교적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예속을 강요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당한 전도 활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셋째는 그들의 적그리스도적이고 거짓된 교리다. 신천지는 교주인 이만희 씨를 신격화하고 자의적 성경 해석과 영생불사 및 신인합일을 주장하는 등, 기독론·구원론·종말론 등 기독교 핵심 교리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게다가 소위 ‘모략’ 교리는 거짓말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교리들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들 뿐 아니라, 이번 코로나19 급속 확산 사태와도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신천지 이만희 귓속말 여성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이만희 씨의 넥타이와 통역(?) 여성 등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송경호 기자
실제로 이 엄중한 사태 와중에도 신천지 교인들이 신분을 숨기다가 방역 활동을 지장을 주거나, 다른 기독교인들 및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천지 측은 이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그러나 연일 신천지를 코로나 진원지라고 비방하는 상황에서, 신천지 성도라며 선뜻 나서기가 두려웠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행태다.

또한 신천지는 자신들을 향한 저주와 핍박을 멈춰 달라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기성 교단의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 죽어야 할 이유인가”라고 호소했는데, 정말 지금의 이 같은 비판들을 “기성 교단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신천지 측은 이번 이만희 씨 기자회견에서 “종교적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 씨가 정말로 엎드려 절하며 회개해야 할 문제는 바로 그가 만든 이단 종교 신천지가 지금껏 저질러 온 이러한 잘못들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속히 가출한 자녀들을 돌려보내고, 신천지의 반사회적·반인륜적 활동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엄청난 불행이지만, 이 사태가 신천지의 실체를 드러내고 전국민들에게 확실히 알렸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말고, 정부 당국은 이 반사회적·반인륜적 이단 단체와 그 대표자를 해산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은 감정이나 여론을 앞세우기보다는, 철저히 법적 근거에 따라야 한다.

또한 기독교계는 그 같은 조치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당국에 신천지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책임자들이 혹여 신천지에 포섭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해야 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교 진리를 밝히 전해 선량한 교인들과 국민들이 이단에 미혹되지 않도록 하는 사명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