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서재에서 집필중인 김진홍 목사.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제목의 책은 내가 청계천 빈민촌에서의 선교 체험을 적은 책입니다. 1982년 첫 판을 출간한 후로 112판을 출간했고, 외국어로도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7개 국어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내가 청계천 빈민촌에 터를 잡고 빈민 선교를 시작하기는 1971년입니다. 지금부터 50년 전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도하러 들어갔는데,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정황이 너무나 마음 아파 아예 들어가 함께 살면서 선교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내 나이 30세 장로회신학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같은 수준으로 더불어 산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반년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가니, 주민들의 삶이 너무나 처절하였습니다. 하루 하루 지나기가 너무나 절박하기에 날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CBS 기독교 방송국에서 선교 수기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고 상금이 1천만 원이었습니다. 마을 환자들의 약값, 굶는 가정에 밀가루 사다주는 등 경제가 너무나 쪼들리던 터라 상금 1천만 원에 눈이 가서 써둔 일기장을 들고 조용한 곳을 찾아 200자 원고지 1,200장을 써서 <새벽을 깨우리로다>라는 제목을 붙이고 기독교 방송국에 출품하였습니다.

당연히 1등에 당선될 줄로 믿고 1천만 원 상금을 어떻게 써야지 하는 계획까지 세워 두었습니다. 그러나 발표될 때 당선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수기보다 더 좋은 수기가 있었던 게지 하는 마음으로 미련을 털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홍성사 이재철 사장과 식사할 기회가 있어, CBS 방송에 선교 수기 원고 보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이재철 사장은 그 원고를 한 번 볼 수 없겠느냐 하기에, 기독교 방송국을 찾아가 낙선된 원고를 되돌려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기꺼이 돌려주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원고를 읽게 된 홍성사 이재철 사장이 자기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다 하여 허락하였습니다. 그래서 <새벽을 깨우리로다>란 책이 햇볕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