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예배 유보, 생명 살리기 위함이면 예수님 뜻과 부합
대중 예배 강행, 확신 지키기 위함이라면 바리새인의 의
가정 혹은 영상 예배 드리기에, 예배 폐하는 것도 아니다
공권력에 의해 예배 금해진다면, 당연하게 결연히 맞서야

교회 폐쇄 일괄적 결정 못해, 구성원들과 상황 따라 결정
대중 예배 드리든 유보하든, 사랑과 배려로 결정 존중을

대구 범어교회
▲교역자들만 본당에서 예배드리고 있는 대구 범어교회 모습. ⓒ홈페이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학문 활동을 하고 있는 김동건 교수(영남신대)가 ‘온라인 주일 예배에 대해: 생명 살림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제안을 SNS에 25일 게재했다.

김동건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를 ‘모여서’ 드리지 않아도 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은 ‘죄인 된’ 심정이라면서 비통해하기도 한다”며 “대중 예배를 일시적으로 폐하는 것에 대한 기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만약 대중 예배를 유보하는 것이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라면, 예수님의 뜻에 부합한다”며 “한편 대중 예배 강행이 자신의 확신과 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즉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바리새인의 의를 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율법을 무시하지 않았다. 율법은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고, 율법은 삶의 가장 중요한 근거였다”며 “문제는 율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은 랍비들에게 전승돼 온 할라카(Halakah)에 의해 해석했고,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해석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뜻’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예수님은 율법 해석이 ‘생명’이라는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면 받아들였지만, 어떤 율법 해석이 사람을 억압하고 생명을 왜곡할 때는 거부했다”며 “그러므로 율법에 대한 논쟁은 예수님에게 생명이냐, 죽음이냐의 문제였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예로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손 마른 자를 고치셨다(막 3:1-6). 예수님이 구경꾼들에게 물었다.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무엇이 옳으냐?’ 예수님은 곧 이어 다시 물었다.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라며 “당시 안식일 규례는 율법 준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에 속한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생명 살림을 안식일 법의 형식적 준수보다 위에 두셨다”고 설명했다.

김동건 교수는 “지금 일부 개신교와 가톨릭 교회가 대중 예배와 집회를 일시적으로 폐하는 이유가 코로나19에 의해 사람이 상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고, 나아가 일반 시민과 공공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대중 예배를 ‘모여서’ 드리는 것을 피하면서, 가정에서 혹은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리는 것이므로, 예배를 폐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기독교 초기의 박해 시대 혹은 기독교 탄압으로 행해지던 교회 폐쇄와는 다르다”며 “만약 공권력에 의해 주일예배가 금해진다면, 당연히 목회자와 신자들은 결연히 이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대중 예배의 폐쇄를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숫자가 많고,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중예배를 유보할지, 최소화해서 드릴지는 교회의 구성원들이 교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도시 지역인지, 이동 인구가 많은 곳인지. 노약자가 많은 곳인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중 예배를 드리게 되든 유보하게 되든, 이웃 교회에 대해서는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바울은 할례 여부, 터부시 되던 음식에 대한 태도, 종교적 예식에 대해, 가장 중요한 기준을 형제에 대한 배려(롬 14장)에서 찾았다. 지금처럼 혼란하고 힘든 시기에는 비판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건 교수는 “바리새인은 결코 율법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종교 지도자요 율법의 조항을 잘 지키는 자들이었다”며 “무엇이 문제였는가? 바리새인은 율례를 지키면서 스스로 의롭다고 여겼다. 그들은 자신의 공적을 내세웠다. 의(義)의 중심에 자신이 있었다. 바리새적인 의(義)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마 6:2, 5, 16)’”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 광화문에서 대중 집회를 강행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스스로 교회를 수호하고 순교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개탄한다”며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혼란스러워한다. 대중들의 무분별과 무관심보다 더 나쁜 것은, 책임 있는 자들과 종교인들의 잘못된 자기 확신(self assurance)”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껏 대구에서 살고 있다. 혼란의 시기에 대구에서, 대구 시민들과 함께, 대구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주님께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라고 글을 맺었다.

김동건 교수는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B.A.)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했다(M.Div.).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고(Th.M.), 에든버러대학교에서 현대 그리스도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Ph.D.). 현재 영남신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그리스도론의 미래>를 펴냈으며,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그리스도론의 역사>, <예수: 선포와 독특성>, <김동건의 신학이야기>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