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도 책을 읽는 모습에 대해
자신을 위한 책과 남을 위한 책
무엇이 내 손자를 사로잡았을까
책을 좀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최휘운 독서논술 교사
▲최휘운 독서논술 교사

20세기 최고의 강해 설교자로 알려진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는 대단한 독서가이기도 했다. 그는 휴가 중에도 평소 사용하던 모자, 조끼, 양말, 구두 등을 그대로 착용하고 해변 모퉁이에 앉아 책을 읽었다. 놀라운 건 가족 누구도 그의 이런 독서 습관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서는 그의 일부였고, 그래서 가족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의 독서 생활은 인상적인 면이 매우 많은데, 그중 타인을 위한 독서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한다.

로이드 존스는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너는 자신을 위해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해."(프레데릭 캐서우드 外 '마틴 로이드 존스와 그의 독서 생활' 中)

로이드 존스는 본인 스스로 늘 그렇게 했다. 그는 각 사람에게 적합한 책을 추천했는데, 내성적이고 우울증에 잘 빠지는 이에겐 죄의 확신이나 인간의 전적 타락 등을 외치는 책을 주지 말라 조언했고, 엘리자베스와 그의 남편에게는 늘 조나단 에드워즈를 추천했다.

"자네는 조나단 에드워즈를 읽어야 해. 자네의 정치 활동 속에서, 그리고 세계를 여행하고 다닐 때에 조나단 에드워즈를 읽어요. 그는 자네의 발을 바위 위에 단단히 세워 줄 수 있는 자니까. 에드워즈를 읽고 그에게서 배우도록 하게나."

로이드 존스는 자신의 회중을 알았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알았다.

로이드 존스의 손자 요나단은 초월 명상(TM)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15세 소년에게 초월 명상은 세상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로이드 존스는 손자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넉넉히 내어 주는 할아버지였다. 그는 손자가 자랑하는 그 책들이 무엇인지 물었고 요나단은 롭상 람파가 쓴 책을 할아버지에게 건네 주었다.

"내가 이 책을 가져가서 읽으마.“

로이드 존스는 책을 받아 타지역으로 설교를 하러 떠났고, 귀가하는 기차 안에서 그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손자와 함께 각 내용을 세심하게 짚어 나갔다.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을 대할 때 자주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그런 것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철이 들면 다 잊어버릴 거야.’ 그러나 저의 부친은 달랐습니다. 그는 요나단의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세밀히 검토하고 어디가 좋은 점이고 어디가 위험한지를 지적하였습니다. 부친은 그 책을 읽었기에 요나단보다 훨씬 더 그 내용을 잘 알았습니다. 그 결과 부친이 얻은 정보를 가지고 요나단의 문제를 다룰 수 있었습니다”

다독가였던 로이드 존스는 의외로 책 읽는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자주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보,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다오. 내가 좀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소.”

그는 다방면의 수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철학 서적 같은 일반 서적은 저자의 생각을 저자보다 더 잘 알기 원했고, 전기(傳記)는 해당 인물이 출생하기 2백 년 전부터 시작하는 걸 찾았다. 그가 즐겨 읽었던 성경, 경건서, 신학서, 변증서, 교회사 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로이드 존스의 설교집을 읽어 보면 그 탁월성과 성실성에 전율을 느낄 정도인데, 책을 빨리 읽지도 못하는 그가 언제 그 많은 책들을 읽고 남을 위한 독서에까지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이 떠오를 뿐이다.

최휘운 독서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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