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메인 예고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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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요즘 세상이 돈이면 다 된다 생각하는데, 그러면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근데 돈 이야기에만 머무를 것 같아서 직업을 목사로 정하면…”
20일 개봉 예정인 영화 ‘기도하는 남자’의 강동헌 감독은 최근 개최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는 감독의 이 말로 요약된다. 영화는 성적 타락과 돈이라는 두 문제를 다루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돈’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추가로 선택한 소재가 기독교였다.
영화 제목이 ‘기도하는 사람’이다. 기도는 비기독교인도 한다. 그런데 굳이 왜 주연 배우들을 목사와 사모로 정했을까. 감독은 개척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배경 때문에 기독교라는 소재를 선택한 듯했다. 그러나 영화 속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은 신앙인보다 비신앙인에 가까웠다. 목사와 사모라는 직분을 빼고 인간의 연약함과 죄성에 초점을 둔 것 같았다.
▲관객과의 대화에 함께한 강동헌 감독, 박혁권 배우, 류현경 배우. 강동헌 감독은 “생각은 몇 년 했지만, 시나리오를 2주 만에 한번에 썼다”고 밝혔다. ⓒ김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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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와 관련해 주연 배우들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목사와 사모라서 다른 행동을 하거나 정제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을 의지하기보다 남편과 자신을 의지하는 캐릭터를 생각했다”, “저는 종교랑 거리가 먼 사람이고, 목사라는 직업을 배제하고 인간이 힘들어하는 모습,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주인공은 목사로 나오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 삼은 자가 아니다. 그는 돈의 노예다. 그는 영화 인트로부터 돈 때문에 한숨 쉬고, 돈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결국 돈 때문에 자존심도 버리고, 교회도 그만두려 했다. 그 외의 인물들은 다를까? 마찬가지다. 주변 인물들 중에서도 돈의 노예가 아닌 사람이 없다. 영화에서 반전을 보일까 했던 장모마저 스스로 뒷걸음질쳐서 가서는 안 될 길을 갔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몰랐던 방법으로 그들에게 돈을 안겨주었다. 그 돈으로 가족들의 삶은 바뀐다. 기승전결 ‘돈 얘기’다.
“여보, 돈 좀 없지?”
“또 빌렸어요?”
“얼마나 필요한데?”
“5천 정도.”
“못 갚을 수도 있는데.”
“다른 가정들처럼 돈 벌어야겠어.”
“도와주세요. 돈이 필요해요.”
“보험 없는 거로 아는데.”
-극 중 대사 中
그렇기에 영화를 보았을 때 기독교보다는 샤머니즘과 민간 신앙, 기복 신앙 등이 먼저 떠오를 수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이 기도하는 대상을 알지 못한다. 기도하는 대상, 하나님에게 관심조차 없다. 성경이 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성경을 알려고도 않는다.
또 기도하는 장면은 기도가 아니라 혼자 무언가를 결심하는 시간에 가까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물들이 기도하는 장면 뒤에 종종 뭔가를 저지른다. 그것도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으실 방향으로. 그리고 그 끝엔 하나님을 원망한다. 영화엔 이러한 반신론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또 다른 인물을 통해 “기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무신론적 세계관도 공존한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판타지적 요소가 다수 등장한다는 점이다. 극중 인물들은 자신의 상황을 타개하고자(돈을 구하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 관심 있는 건 자기 사정 뿐이다. 협박과 몰카, 폭행, 납치에 살인미수까지 나온다. 심지어 주인공은 버스 광고에서 처음 본 사람을 살인하려 한다. 21세기에 CCTV가 다 있는 곳에서 모자와 마스크 하나 쓰고 건물 주차장에서 벽돌 하나로 살인하려 했다는 것도 의아하지만, 도대체 저런 짓을 해서 어떻게 돈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지도 의문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인공은 이 계획을 철회한다. 그는 이후의 장면에서 제3자와 모의해 사랑하는 누군가를 또 돌로 쳐 죽이려 하는데, 순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노아’가 생각났다.
판타지적 요소를 불러온 인물 중에는 성적 타락과 돈, 두 가지에 다 무릎 꿇은 캐릭터도 있다. 이 캐릭터도 목사다. 아버지가 섬기던 대형교회에 후임 목사로 들어온 캐릭터라는 설정이다. 술주정뱅이에 불륜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첫 등장을 알린 이 캐릭터는, 주인공을 폭행하면서 “나는 망가져도 넌 완벽한 목회자여야지”라고 말하는 모순도 보인다. 그런 그가 대낮에 본인이 담임으로 있는 교회 앞에서 납치극(?)을 벌이는데, 어찌나 허술한지 납치당한 주인공이 당일 저녁에 집까지 무사히 들어온다. 그 후 대형교회 목사도 납치를 당한다?! 스릴 넘치는 막장드라마나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