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보청기 착용해도 속시원하게 안 들려
디지털 방식이라 잡음 없고 관리·사용도 편리
TV 시청 때도 가족들 간 ‘리모컨 다툼’ 없어져

복청기
▲이수영 장로와 전창 집사(왼쪽부터)가 복청기를 소개하고 있다. ⓒ고엘바이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성 난청도 급속히 늘고 있다. 난청으로 인해 못 듣거나 대화가 안 돼서 고통을 받은 이들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건 당국은 150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회에서도 설교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노년 성도들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은 멀리서 들리는 소리와 스피커 소리의 경우 잘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설교와 TV 소리가 속시원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교회 예배당은 공간이 넓어, 소리의 울림 현상으로 더 잘 들리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몇 차례 반복되면, 설교 듣기를 포기하고 그냥 앉아만 있다 가는 비율이 늘어나고, 설교 말씀을 듣지 못하니 신앙과 생활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인성 난청으로 일상과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에게 복음과 같은 소식이 나왔다. 설교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복음 보청기, 일명 복청기(HNE-70)가 출시된 것이다.

청각장애인용 특수보청기를 개발해온 고엘바이오(대표 이수영 장로)에서 개발한 이 ‘복청기’는 난청으로 설교가 잘 안 들리는 성도들과 보청기 가격이 비싸 구입을 못하여 불편하게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 마이크로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다.

디지털 방송 방식이라 잡음이 없고, 관리와 사용도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기존 보청기의 단점인 큰 소리와 원거리, 그리고 ‘삐’ 하는 잡음과 ‘윙’ 하는 하우링(울림)을 해소한 것도 특징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보청기 구입을 꺼렸던 이들에게도 희소식이다. 기능과 성능은 기존 200-300만원대 보청기와 견줘도 손색이 없으며, 가격은 40만원 대로 저렴하다.

복청기
▲작은 크기의 복청기 송신기와 수신기(왼쪽부터). 이 기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기존 보청기는 몇 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복청기는 맵핑이나 적응훈련 없이 구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복청기 기계에 이어폰을 꽂아 소리를 들으면 된다. 교회의 경우, 송신기만 하나 달아 놓으면 보다 깨끗한 소기를 들을 수 있다.

교회 음향 시스템에서 직접 설교 음성을 각 성도들이 착용한 복청기 기계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라, 소리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가 교회 차원에서 송신기를 설치해 복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시력이 좋이 않는 노인들을 위해 돋보기를 비치하듯, 복청기를 비치해 언제든지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복청기를 사용 중인 김무용 장로는 “사용 전에는 설교 말씀이 잘 안 들려서 멍하게 있다 집에 갔는데, 지금은 바로 옆에서 설교 말씀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귀속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소리를 크게 듣는 것인데, 복청기는 넓은 공간에서 울림 없이 복음의 진수를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청기는 교회뿐 아니라 가정에서 TV 시청시에도 아주 유용하다. TV 소리 역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소리와 달리 울림이 크고 거리가 멀어,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소리가 상대적으로 잘 들리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할 때는 음향 크기로 인한 ‘리모컨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청력이 약한 이들이 복청기를 사용하면 TV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함께 시청이 가능하다.

특히 한 번 주파수를 등록해 놓으면, 교회에서 사용한 뒤 집으로 돌아와 TV를 시청할 때 별다른 조치 없이도 자동으로 TV 음향 주파수를 찾는 기능이 있어 기계 작동에 취약한 노년층에 적합하다.

순수 국내 기술로 생산하여 고장이 거의 없으며, 품질에 이상이 있을 경우 신속한 A/S를 통해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존 보청기 가격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지만 품질이 뛰어나고 고성능이며 충전식이어서, 본인의 청력에 맞게 음량을 조절하여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엘바이오 이수영 대표는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회에도 어르신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며 “교회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돋보기를 비치해 두는 것처럼, 이제는 복청기를 비치해 설교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엘바이오, 청각장애인들 돕기 앞장

‘고엘’은 하나님께서 주신 율법(레위기)에 등장하는 히브리어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기 위한 제도를 뜻한다. 룻기에서 보아스가 ‘기업 무를 자’를 찾을 때 등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복청기를 내놓은 고엘바이오는 청각장애인 심도 난청자들을 위한 특수 보청기를 개발한 바 있다. 2013년 창립된 바이오벤처 회사 고엘바이오는 기존 ‘귓속형’이 아닌, 외이도 근처의 두개골을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골도형’ 보청기를 통해, 난청 정도가 심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롯데마트에서 소이증과 중증 난청 아이들을 위해 고엘바이오 골도형 보청기 GL-120A3 40대를 무상 지원하고, 언어치료 전문 인력을 고용해 정기적 발성·언어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복청기와 골도형 보청기는 고엘바이오 전 창 전무이사가 개발했다. 잘 나가던 대기업 연구원이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진동이 머리뼈를 타고 뇌에 소리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전 이사는 국내 모든 청각장애인 학교들을 모두 다니며 임상실험을 거쳤고, 직접 많은 난청 아동들의 언어 치료를 통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아이들에게 ‘소리와 말’을 모두 찾아줬다. 심지어 의학적으로 소생 불가능 판정을 받은 청각장애인들까지, 골도형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듣게 만든 사례도 있다.

달팽이관이 없어 요즘 많이 하는 인공와우수술도 불가능했던 아이들이 골도형 보청기와 전 이사의 ‘찾아가는 언어치료’로 소리를 되찾고, 가족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가히 ‘한국의 설리번’이라 할 만하다. 한때 그는 신촌성결교회에서 고도 난청인들을 위한 ‘새 생명 고운소리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