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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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이 있다. 별다른 말이지만, 자기를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상처를 받는 아동이다. 이런 아동은 겉으로는 착하고 모범적일 수 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울기를 잘하는 아동일 수도 있다.

착하기만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아동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갖고 있기에, 더욱 깊이 관찰하여 개선해야 한다.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아동, 내면이 허약한 아동, 신경이 예민한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다음 심리적 원인에서 이해해야 한다.

1. 존재감이 발달되지 못한 결과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존재감이 발달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가치감이 발달하면, 내면적으로 당당한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긍정성을 내면에 채워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긍정성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높은 느낌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동의 존재 저하감이란 애정 편중과도 관련이 있다. 동생에게 부모의 애정이 집중된다고 생각될 때, 존재 저하의 느낌을 갖는다.

물론 아동이 느끼는 존재 저하감이란 성인들이 느끼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동은 단순히 애정을 많이 쏟는 대상에 비해 자기는 그렇지 못하다고 할 때, 존재 저하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동생만 사랑해, 나는 사랑하지 않아!” 하는 식이다. 존재 저하감은 아동의 심리를 건강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의식이란 그 정도가 적을지라도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소외의식을 갖게 만들고, 자아의 위축을 경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존재 저하감은 아동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긍정적인 존재 가치감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 하는 것은 일상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 느끼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선택하는 방식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자아존재감이 높다는 것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인간관계와 학업 수행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감이 높을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 자기애가 허약한 결과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자기애가 허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자기는 속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긍정성이 결여되면 자기애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코헛은 자기애를 중요시했다. 자기애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개인의 인격이 발전한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자기애가 병리적인 측면을 질병이라고 보았다.

자기애의 기초가 되는 나르시즘은 프로이트에게서 자아도취이지만, 지나치게 자기에 도취하여 물에 빠져 죽은 후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신화적인 개념이 둔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자아의 지나친 행동은 더 깊은 자아의 의미를 가지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헛(H. Kohut)은 나르시즘을 자기애적 리비도의 장애로 본다. 프로이트가 말한 나르시즘은 리비도가 대상을 향해 성숙하기 전의 상태, 또는 일단 성숙한 후에 정신 병리적 상황에서 다시 자기를 향하여 퇴행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코헛은 자기애적 리비도와 대상리비도로 나뉘어져 있어, 그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른 발달 경로를 거쳐 성숙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런 것은 코헛의 주요 저술이나 논문에서 잘 드러난다.

논문에서 코헛은 자기애가 무의식에 존재하는 특정한 형태의 형성을 수반하는 정상적 발달 과정을 갖고 있다는 가설로, 자기애적인 장애라는 특정 정신 병리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자기의 분석(The Analysis of the Self)’에서 ‘자기애적인 성격장애’가 발달 과정에서 생긴 문제부터 진단적 실체(diagnostic entity)라고 보았다. 자기 분석은 이론적으로 욕동 모델과 연속성을 강조하고 자기애적인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과 그에 따른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3. 자기애적 박탈감 상태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내면에 자기애적인 박탈감을 갖고 있다. 자기애적 박탈감이 외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행동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은 누군가가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그것을 순응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차 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여 반격하는 편이다.

그들은 작은 단점이라도 지적을 당하면 견디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공격성으로 대응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쉽게 상처를 받는 모습이란 자기애적인 박탈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자기애적인 박탈감으로 수치심과 굴욕감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의 공격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마 해결되지 못한 공격성을 다루는 일차적인 기제가 투사라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 투사는 편집증 환자들의 자존감을 형성하는 이후의 내사물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들의 방어기제로서는 그들에겐 매우 훌륭하게 사용되는 편이다.

이런 시각에서 코헛은 자기애의 발달적인 병리에서 내사가 뿌리내려 고착되고 박탈된 자기애의 특징적 성향을 과대적 자기 측면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쉽게 상처를 받는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의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