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를 끄는 목사
손수레를 끄는 목사

베아트리체 플럼 | 전소윤 역 | 생명의말씀사 | 328쪽 | 15,000원

상대적으로 교리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종종 신앙 선배들의 삶을 다룬 책도 읽는다.

누군가의 삶을 한 사람의 관점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가가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피고 예수님의 전기를 차례대로 데오빌로 각하에게 써 보낸 것처럼(눅 1:1-4)’, 오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독자에게 소개해주는 전기문이 주는 힘과 영향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신학자, 목사들이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조언하는 것 중 하나가 ‘전기문을 많이 읽으라’인 것 같다.

에드거 헬름스(Edgar James Helms) 목사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부지런히 연구하고 펜을 든 저자는 베아트리체 플럼(Beatrice Plumb)이다(1886-1958).

탁월한 작가인 그녀의 글은 17세 때 종교 월간지에 실리기 시작하여 1923년 미국 크리스천 해럴드(Christian Herald)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려졌다. 단편소설, 연재물, 소설, 기사, 시집, 신앙 서적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플럼이 독자에게 소개한 인물은 참으로 매력적인 신앙인인데, 오늘날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유명한 ‘굿윌’을 만들어낸 에드거 헬름스 목사다(1863-1942).

328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플럼은 에드거의 수없이 많은 희생적인 삶을 잘 요약하여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그 많은 이야기를 짧은 서평에 다 담을 수 없기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에드거 목사의 삶의 단편을 나누기 원한다.

첫째, 에드거 목사는 서부 개척시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 태어났다.

개척자였던 부모와 주변 사람이 겪어야 했던 일은 결코 쉽고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흉년과 자연재해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아버지는 아들이 자라면서 자신을 도와 가족을 붙들어 세우는 든든한 기둥이 되길 기대했지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구원을 얻은 에드거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초창기 가정에서 자라나며 에드거가 계속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앙이었다. 헛간에 가서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하던 아버지와, ‘아무리 가난해도 기도는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어머니는 에드거의 생애 큰 기도의 스승이 되었다.

레로나는 가끔 남편이 유명한 성경 구절을 큰 소리로 읽을 때마다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그가 기도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때가 바로 그녀가 하나님께 이렇게 좋은 남편과 결혼한 것에 대해 겸손하게 감사드리는 때였다. 그는 하나님과 아주 친밀한 모습으로 기도했다(38쪽).

둘째, 에드거 목사는 그리스도의 헌신적 사역을 그대로 좇아 행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병들고 배고픈 사람, 그리고 세상에서 죄인이라 손가락질당한 사람을 헌신적으로 돌보신 것처럼, 에드거는 자기에게 맡겨진 교구, 정말 심각하게 부패하고 열악한 그 지역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난하고 병든 자들, 범죄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에드거의 사역이 예수님의 사역을 닮은 것은 그가 무분별하게 원하는 대로 사람들의 필요를 채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수님은 자기를 왕으로 세우려는 사람들에게서 떠나셨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빵이었기 때문이다.

에드거 역시 무료배식을 없애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구별했으며, 그들에게 몇 푼의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었다.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자기 손으로 번 돈을 가지고 먹고살 수 있게 해주었다.

장애인,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 차별하지 않고 변화되기 원하는 이들에게 그럴 기회를 베푼 것이다.

에드거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 프레드에게 죽기 전 한 말을 들어보라. “프레드, 내가 시작한 사업에 관련해 매우 염려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종교적 특성은 절대 지켜져야 합니다. 만약 신앙적 원동력이 사라지게 되고 물품들과 사회복지 부분에만 몰두하게 되면 예배당 사역이 중단되고 우리 사업장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의 영적인 부분에 소홀히 하게 될 겁니다(320쪽).”

에드거는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 없이 떡만 제공하는 사역이 될까 두려워했다. 이것은 오늘날 모든 기독교 구제 사역이 놓쳐선 안 될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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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셋째, 하나님은 에드거의 삶 속에 놀랍게 역사하셨다. 에드거는 본래 사업을 하고 싶어했다. 신문사에 들어가 오랜 세월 수습생으로 일했고, 놀라운 소질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회심으로 이끄셔서 하나님을 향한 삶을 살도록 하셨고, 그는 아내와 함께 인도 선교사가 되기로 결단한다.

많은 수고와 노력으로 선교사가 될 준비를 마쳤지만, 당시 상황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한 교구를 맡은 목사가 되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한 가지 소망을 품었는데, 다민족이 그들의 언어로 한 예배당에서 예배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에드거를 통해 마침내 그 일을 이루셨다. 그의 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리스도를 닮은 헌신적 사랑과 구제의 사역은 민족을 불문하고 많은 신자를 낳게 만들었고, 하나님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에드거와 그의 사역을 칭송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함께 후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통해 교회를 세우셨고, 그곳에서 정말 그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만인을 위한 교회, 모든 방언과 족속을 위한 교회가 생겨났다.

경제 대공황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은 에드거의 삶을 놀랍게 인도하셨다. 아내가 죽고 많은 비판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은 에드거를 위로하시고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셨다.

한 도시에서 시작된 굿윌 사역을 미국 전역과 세계까지 뻗어가게 하셨다. 미국 가난한 개척자의 자녀로 태어난 그를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세계 수많은 이들의 삶을 개척하는 도구로 삼아주셨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부자들이 버리는 옷을 가져다 일꾼들의 손을 거쳐 판매하고, 그 판매금으로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왔던 에드거.

그의 삶을 보면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명령과, 실제로 본을 보이신 그분의 부르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모든 사람이 에드거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지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필요한 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에드거처럼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손수레에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물질, 평안, 안락, 유익만 담아 죽을 때까지 집으로만 배달하고 있는가? 당신의 손수레에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겨 있는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대하여 한 것이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 앞에 섰을 때, 내가 돌아본 지극히 작은 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를. 세상에 에드거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가 많아지기를.

그래서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과 혀로만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나타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그러한 삶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게 해주는 꽃이 되기를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