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복음 4장 7-8절

우물 한 방울 생수 구원 물줄기 청량
▲ⓒ픽사베이
주님께서 수가 우물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피곤한 여행길에서 목이 말라 물을 청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주님이 사마리아 여자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이 모습은 전도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를 보여줍니다. 이런 배경을 중심으로 ‘물을 좀 달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대화의 접촉점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러라(7-8절)”.

우물가에서 물을 청하는 모습은 ‘로맨스’를 연상할 만한 장면입니다.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와 물 한 모금을 요청하자, 급히 마시다 체할까 버들잎을 훑어 표주박에 띄워 다소곳이 건네주어 부부가 되었다는 젊은 화랑도의 이야기, 나그네에게 물 한 모금 떠주고 한 번 웃어 보인 우물가의 일로 마을에 뜬소문이 퍼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물을 청하는 남자에게 상냥하게 대응하여 이삭의 아내가 되었다는 리브가의 이야기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원초적 서정성을 자극하는 작품 소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튼 주님이 물을 달라고 하는 것은 처음 만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기 좋은 방법입니다. 사마리아 여인 입장에서 보면, 주님이 기분 나쁠 정도의 남자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낯선 남자에 대한 심리적 경계심이나 거리감은 있을 법한 일입니다.

그것을 예견하신 주님은 물을 청하면서,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심리적 접촉을 시도하셨습니다. 물을 달라고 청하시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대화의 접촉점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2. 마음 문을 열다

7-8절을 보면, 대화의 접촉점, 심리적 접촉점은 마음 문을 열기 위한 수단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마음 문’이란 것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마음 문’을 찾으면, “상대를 받아들이는 마음 길목의 문”으로 돼 있습니다.

마음의 길목이라면 마음에 무슨 길이 있다는 것인데, 마음의 문을 열면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면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태도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 “물을 좀 달라”고 하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의 마음 문을 열고 계십니다. 이는 매우 심리적인 접근방법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서둘러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예민하게 살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마음 문을 닫고 있으면,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되니 마음의 창에 햇살이 내리고, 바람이 지나가고, 때로는 소나기가 내리고, 눈이 부시고 창문이 흔들리고 새 옷이 젖기도 하지만,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노래했습니다. 이는 대화를 하기 전에 마음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3. 공감대를 형성하다

주님이 “물을 좀 달라” 청하시는 모습은 공감대 형성 차원으로 봐야 합니다. 낯선 남자에게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것을 고려해, 해소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는 이 공감대를 라포(Rapport)라고 하고, 공감대 형성을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이라고 합니다.

공감대 형성은 상담의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라포 형성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공감대를 통해서만 내담자의 무의식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입니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내담자는 사소한 감정과 생각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을 ‘불신의 시대’라고 합니다. 부부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부모가 자식을 믿지 못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많이 깨어지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는 대인관계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대인관계 문제는 신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자신이나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할 때, 대인관계는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신뢰하는 경험, 그리고 상담자의 신뢰를 받는 경험은 내담자의 성장과 변화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주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셨습니다. 이는 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사람들이 마음 문을 닫고 사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만나는 사람의 마음 문을 열어, 좋은 정신에너지를 나누면서 도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가는 인생의 길에서 많은 사람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축복을 체험하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우리로 대화의 접촉점을 잘 시도하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열수 있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소통하는 사람들이 되게 하옵소서, 마음의 원리를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