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우)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에 출마했을 당시 선관위원장이던 이영훈 목사(좌)와 함께한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전광훈 목사(우)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에 출마했을 당시 선관위원장이던 이영훈 목사(좌)와 함께한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훈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70만 성도를 다 데리고 나오기로 했다”.

요즘 전광훈 목사(한기총 대표회장)가 집회 때마다 하는 이야기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월 16일 부산에서의 애국집회를 시작으로 거의 매 집회 때마다 이영훈 목사를 거론하면서, “이 목사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쓴 ‘주사파가 집권한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읽고는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3.1절 집회 때 여의도순복음교회 70만 교인, 그 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교단 300만 교인을 다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전 목사는 이영훈 목사가 기하성 이태근 총회장을 통해 75만장의 서명용지를 전달했다고도 했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 목사 일방적 주장 뿐… 이 목사 본인은 침묵 중
여러 정황상 완전 거짓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워
이 목사가 속 시원하게 입장 표명 못하는 이유는…

현재까지는 모두 전광훈 목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이영훈 목사 본인이 직접 말한 것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아예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무시만 하기도 어렵다. 그 근거 중 첫째는 기하성 총회장 이태근 목사의 행보다. 전광훈 목사가 “이영훈 목사가 광화문 집회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하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돼서, 이태근 목사가 지난 1월 18일 광화문 국민대회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특히 그날 전광훈 목사는 이영훈 목사에 대해 역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뒤 이태근 목사에게 “제 말이 다 사실 맞느냐”고 물었고, 이 목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둘째는 이영훈 목사의 최근 설교다. 이 목사는 최근 설교에서 북한 정권, 북핵, 주체사상 등에 대해 비판하는 빈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이 목사는 특히 올해 교직원 시무예배에서 “적화되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호 숙청대상”이라거나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번에 선거법을 바꾸면서 제1야당의 동의 없이 투표했다”는 발언도 했다.

셋째는 기하성의 한기총 복귀 움직임이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월 1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영훈 목사가 이태근 목사(기하성 총회장)를 통해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전제로 복귀 의사를 밝혀 왔다”고 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기하성 엄진용 총무는 금시초문이라며 한기총에 복귀하려면 임원회와 실행위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기하성은 약 1주일 뒤인 1월 23일 임원회를 열고 연합기관의 대통합을 전제조건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행정보류를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물론 한기총 복귀를 위해선 실행위 결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넷째는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 이태석 목사와 유혁희 장로가, 비록 교회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서 공개적으로 지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유 장로는 이번에 ‘순복음나라사랑’ 모임이 결성되면서 자신이 회장이 됐다고 했고, 또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장로가 몇이나 되느냐”는 김문수 전 지사의 질문에 “순복음교회 장로가 약 1,700명인데, 거의 대다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섯째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전광훈 목사 측의 주장에 대해 긍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0월 3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는 “성도들을 동원할 것이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었고, 얼마 뒤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운동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동참하고 50만 명의 서명지를 보내왔다”고 주장하자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당회 및 성도 일동의 ‘해명서’를 발표했었다. 지금 보이고 있는 태도와는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영훈 목사 측은 왜 속 시원하게 입장 표명을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이영훈 목사가 청와대로부터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순복음교회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장로와 안수집사가 약 3천 명인데, 청와대에서 이영훈 목사가 현 정권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기업들을 세무조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 스스로도 한기총 대표회장 재직 시절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당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하성과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내에도 좌우 이념 대립이 매우 격렬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따라서 이영훈 목사가 어느 한쪽 성향의 발언을 할 경우 반대쪽의 반발이 극심하기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또 실제 그 같은 압박이나 대립이 없었어도, 이영훈 목사가 이를 지레 걱정해서 소극적 내지 친정부적 행보를 보여 왔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훈 목사가 전광훈 목사의 말대로 광화문 집회에 동참한다면, 이는 지금의 시국이 더는 지켜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거나, 또는 전 목사를 비롯한 보수 세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혹은 둘 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