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무기력이다
문제는 무기력이다

박경숙 | 와이즈베리 | 324쪽 | 15,000원

자신의 역할 다할 수 있는 것, 복받은 사람
살 것인가, 살아낼 것인가? 극과 극의 차이
‘살아내는 하루’는 아프고 슬프고 힘들어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려면,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써야 한다”고 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말은 삶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칙을 가르쳐 준다.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은 복받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꿈도 이루고,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성공도 이뤄낼 수 있다. 그러나 무기력한 사람은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한다.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은 행동조차 할 수 없다.

‘사는 것’과 ‘살아 내는 것’은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극과 극이다. 우리는 매일 오늘 하루를 보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살 것인가, 살아낼 것인가?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내게 된다.

‘살아내는 하루’는 아프고 슬프다. 힘들다. 하루를 살아냈다는 것은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하루만큼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의미이다. 다른 이가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해내는 노예의 삶이다.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의 심리 상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며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심리학적 무기력, 하고 싶으나 에너지 바닥나
아무것도 못하고 스스로 처지 못 바꾸는 상황
한 자리 계속 머문 원인이 무기력임 모르거나
알면서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심리학에서 무기력이란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즉 무기력은 자발성과 의욕이 상실된 상태이다.

어려운 시대적 상황 가운데,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행동한다.

하지만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단지 게으르거나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지 않아서, 무관심해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성공에 대한 관심이 많고, 때로는 매우 부지런히 뭔가를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와 거리가 멀거나, 행동하기를 무한정 미루며 늘 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그것의 원인이 무기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기력이 원인임을 알면서 무기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이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이다.

무기력이라는 황폐함 직접 이겨낸 자전 에세이
무기력 빠져나온 과정 정리 인지 과학 보고서
극복 능력 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상

이 책의 저자 박경숙은 대한민국 1호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혜전대학교에 임용돼 10년 6개월간 교수직을 수행했다. 2005년부터는 로봇의 마음을 만드는 일과 인간 로봇상화작용, 인간로봇 개발 등의 연구를 7년 동안 진행했다.

컴퓨터 공학, 인공지능, 인지과학, 로보틱스 등 첨단의 학문을 가장 빨리 배우고 연구했지만, 25년간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일에 더 가치를 느끼고 자신의 마음 하나 잘 다루는 것이 곧 행복한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무기력이라는 정신의 황폐함을 직접 겪고 이겨내며 쓴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중년에 무기력의 재앙을 만나 10여 년을 탕진하면서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정리한 인지 과학적 보고서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을 괴롭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 마음의 병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책을 읽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 3-4권씩 닥치는 대로 읽으며 문제에서 벗어나 보려 했다.

그러다 마틴 셀리그만이 이야기한 ‘학습된 무기력’이 자신의 증상과 정확히 일치함을 알았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다른 상황에서 자신이 실제로 극복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저자는 자신의 증상이 무기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무기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셀리그만의 실험용 개들처럼 그대로 주저앉으려 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국 나를 지키는 것은 내 마음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기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저자는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을 이렇게 정의한다. “무기력에 빠진 다는 것은 마치 주인이 얹은 짐을 지고 억지로 버티며 사막을 건너가던 늙은 낙타가 기력이 다해 뜨거운 모래 한가운데 쓰러져 죽을 수밖에 없는 순간을 만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저자는 낙타가 죽은 자리에서, 사자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환상 같은 일이 우리 삶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게으름은 내부에서 생겨난 일종의 습관
무기력은 외부 자극 때문에 하지 않는 힘
게으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만 무기력은…

무기력이나 게으름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실제 게으름의 결과와 무기력의 결과는 둘 다 행동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무기력과 게으름은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게으름은 내부에서 생겨나며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인 반면, 무기력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유기체를 반대하는 자극 때문에 의식과 무의식에 남게 된, 행위하지 않으려고 하는 힘이다.

따라서 무기력이 게으름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극복하기도 더 어렵다. 또 게으름의 모습은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만 무기력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실행하지 마음의 병’에서는 무기력의 여러 가지 모습을 설명한다. 2부 ‘나는 왜 무기력한가?’에서는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이유를 심리적인 원인과 사회 현상적인 원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3부 ‘무기력 사막 건너는 법’에서는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훈련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세 가지를 설명한다. 우선 인간이 변화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설명한다.

4부 ‘자발성 회복법’에서는 낙타가 사자가 되기 위한 실절적인 수련법을 다룬다. 즉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발적으로 살 수 있는 자발성 회복을 위한 자기 마음 깨우기 방법이다.

무기력 낙심 낙망 패배 처절 포기 실망 고아 폐가 절망 소망 청소 정리
▲ⓒ픽사베이
저자는 여기서 마음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통합적 마음 전환’ 기술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동기, 인지, 정서, 행동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어 함께 돌아갈 때 변할 수 있다. 물론 이 중 하나라도 변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총체적으로 완전히 변화기 위해서는 마음의 모든 요소가 함께 변해야 한다.”

5부 ‘마음유지법’에서는 변화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세 가지 팁을 부연 설명한다. 저자는 낙타에서 사자로 변한 사람은 자발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자발성을 찾은 이후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 기본원칙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욕심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무기력이다. 무기력이 들어오면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삶의 의욕을 상실하면 삶의 자체가 힘들어진다. 미래는 어둡고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자존감을 회복하라
외부의 영향 받는 자존심, 자존감과는 달라
‘나는 잘났다’가 아닌, ‘나는 의미 있는 사람’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그리스도인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을 살 때가 있다. 물론 정말 힘든 상황가운데서는 살아내는 것, 견뎌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책의 저자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존감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태도다.

자존심(自尊心)과 자존감(自尊感)은 한문으로 스스로 자(自)와 높을 존(尊)을 쓴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자존심’은 외부의 영향을 받고 주변과 비교되면서 스스로 가지는 마음을 말한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을 만나면 비참해지기도 하고, 자기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을 만나면 우쭐해지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우리가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비참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는 마음이 바로 자존심이다.

이에 반해 ‘자존감’은 스스로의 존재의 깊이를 들여다보면서 무엇에나 누구에게나 비교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다.

다시 말해 자존감이란 ‘나는 잘났다’ 아니라 ‘나는 의미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세이다.

그런데 자존감은 어디에서부터 생겨나는 것일까?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들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왜 의미 있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은, 이미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인생인지 성경을 통해 말씀해 주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하나님 최고의 걸작품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동일한 상품이 아니라, 하나 하나 최고의 걸작품으로 만드셨다.

이 자존감으로 우리는 무기력을 이겨내야 한다. 또 한 가지, 하나님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무기력에서 탈피할 수 있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무기력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인간을 무너뜨리는 사탄의 계략이다. 이것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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