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복음

당신에게 복음이, 그 무엇보다 정말, 중요한가요?

오직 복음
J. D. 그리어 | 조계광 역 | 생명의말씀사 | 335쪽 | 18,000원

'복음’이라는 단어만큼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단어가 있을까? 복음은 이 책의 원래 제목처럼, 정말 모든 것 위에 있다(‘Above All’).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복음만큼 자주 듣고 많이 배우는 것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그 부작용으로 복음이 진부하고 형식적으로 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오직 복음’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큰 기대감보다는 ‘대충 이런 내용이겠지’라는 마음이 든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인 J. D. 그리어는 그런 복음에 대한 얕은 기대감을 강한 만족감으로 바꿔주는 훌륭한 책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이 책 부제인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처럼, 복음이 단순히 어떤 의미인지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저자 그리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서미트 교회(The Summit Church) 담임목사이자 미국 남침례교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최연소 대표다. 남침례신학교에서 조직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2년간 동남아시아 이슬람권 국가에서 선교사로 일한 경험도 있다.

300여 명이었던 교회는 그의 가르침과 양육으로 만 명이 넘는 교회가 되었고, 미국과 전 세계 천 개의 교회를 개척하려는 비전을 품은 교회는 벌써 천 명 이상의 교회 개척팀을 파송했다.

그의 책은 국내에 <구원의 확신(새물결플러스, 2019)>,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두란노, 2018)>, <담장을 넘는 크리스천(두란노, 2016)>, <지저스 컨티뉴드(두란노, 2015)>, <복음본색(새물결플러스, 2013)> 등 다수 소개된 바 있다.

소위 대형교회 목사로서, 그가 제시한 성장의 원동력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교회의 예배 형식이나 잘 짜인 조직도 아니다. 그리어는 “복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복음이 아니라(16쪽)”고 말한다.

그는 책 전체의 방향을 이렇게 결정했다. “우리는 복음을 가장 중요한 것, 곧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으로 알고 복음의 위대함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밝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며, 이것이 이 책의 나머지 내용을 이끄는 지침이다(35쪽)”.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는데, “복음에 진실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이다. 정체된 것 같은 교회에 오래 머물면서 어쩌면 성장을 기대하는 교회 인도자들이 복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다른 곳에 관심을 두려고 하지는 않은지.

저자 그리어의 현재 교회가 가지고 있는 외형이나 다채로운 프로그램, 전문적인 가르침과 일꾼들을 보면서, ‘복음이 아니라 바로 저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능력의 원천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하지만 <오직 복음>을 읽으면서 더욱 더 분명해지는 것은, 300여 명의 교회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굳게 신뢰했던 것이 지금 1만 명의 교회에서도 여전히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목사뿐 아니라 전 성도가 ‘오직 복음’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복음이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일에 동기를 부여하고, 그분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일에 능력을 부여한다(68쪽)”고 말한다. 정치적 정책, 프로그램, 감동적인 연설, 사회적 정의는 “복음을 경험한 데서 비롯하는 자연스러운 결과(75쪽)”이지 복음 그 자체가 아니다.

복음이 우리를, 복음이 우리 교회를, 복음이 우리 지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저자가 이 책 초반에 강조하는 핵심이다.

J.D. 그리어 목사
▲J. D. 그리어 목사. ⓒ美 CP

<오직 복음>이 매우 실제로 복음을 제시하는 것은 3장에서 시작되는데, 저자는 복음이 교회 사역(3장), 제자 훈련(4장), 교제(6장), 문화(7장), 취향(8장), 정치(9장) 영역 안에서 중심을 차지하도록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이 ‘전도’를 교회 사역의 일부라 여기지만, 저자는 그것이 교회 사역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단지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복음을 확장하는 일이 교회 최우선의 사역이라는 말이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성장하는 교회가 소위 교회 내 수평 이동을 통해 성장을 이룬다. 전체적 수치를 보면 기독교인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가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은, 언제나 교회의 제 일 사명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일은 교회 인도자만의 일이 아니다. 초대교회 사도들이 교회를 세우기보다 주로 성도가 자기가 있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여 교회가 세워진 것처럼, 오늘날 성도가 각자 자기가 있는 곳을 선교지로 삼아 복음을 확장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제자 훈련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미래가 하나님의 약속만큼 밝다는 윌리엄 캐리의 말을 인용하며, 평범한 성도들이 복음의 증식을 일으키는 성경적인 사역이 교회에서 강조돼야 한다고 피력한다.

성도간 교제의 중심에도 복음이 있어야 한다. 그 말은 세속적인 비판 문화를 버리고(자기 죄보다 다른 사람 죄에 더 분노하기, 용서를 거부하는 것, 험담하는 것 등), 복음 문화 곧 은혜로 충만함을 누려야 한다(믿어주기, 좋게 생각하기, 정직하고 직접적인 대화 나누기, 먼저 은혜 베풀기 등). 교회 안에서 먼저 이런 은혜가 흘러넘쳐야, 믿지 않는 세상 속으로 그 은혜가 흘러나갈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세상 문화 속엔 여러 가지 갈등이 존재한다. 인종별 갈등, 종교별 갈등, 성별 갈등, 경제적, 정치적 계급 간 갈등. 이 갈등을 풀어 하나로 만드는 능력은 오직 복음 안에 있다. 초대교회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가 된 것처럼 말이다.

교회는 성경의 진리를 담대하게 말하되, 복음이 가지고 있는 은혜 안에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령 동성애에 관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담대히 강단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동성애자가 예배에 참석했을 때 그들을 문밖으로 내쫓거나 일부러 그들에게 정죄하는 말을 하거나 가르침을 나누는 것으로 그들이 복음의 은혜를 맛볼 수 있겠는가?

세리와 죄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그들을 참고 용납하셨음을, 복음을 강조하는 교회는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예배 형식이나 전통이 복음보다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치에 있어 교회가 둘로 나뉘어서도 안 된다. 복음이 교회 예배 형식보다, 전통보다, 정치적 성향이나 의견보다 더 중요하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예배 음악을 과감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성경 해석을 도입한다. 성전을 정결하게 하신 예수님께서, 이방인보다 유대인의 편의를 위해 성전 앞에 편의시설을 두고 장사했던 것을 문제 삼으셨다고 말하고 있다.

혹 오늘날 교회가 자기들만의 전통과 예배 형식을 고집하면서,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저자는 각 교회의 예배 형식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것이 복음을 확장하고 드러내기보다 막는 역할을 한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정치에 있어서도 한쪽으로 편향된 정치적 발언이나 지지보다, 복음이라는 같은 기초 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논의하는 것이 복음을 가로막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복음이 개인 견해나 취향, 정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교회가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교회가 만 명이 되는 교회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교회는 주님이 주신 사명에 충성하기를 원한다.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 거기에 있다.

주님께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는 복음적 고백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복음이 주님께서 교회의 터로 사용하시는 기초석이고, 주님은 복음으로 교회를 세우신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복음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어쩌면 그 강조점이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 교제, 제자훈련, 예배 형식,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이 책은 우리가 ‘오직 복음’으로 교회를 세우고 계시는 주님의 사역에 전심으로 동참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