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여고 박정자 보건교사
▲박정자 보건교사(부산 반여고).
동성애와 AIDS, LGBT. 성적 취향 및 성 인권 등은 사회적 핫이슈이다. 나는 동성애자들이 나와 똑같이 소중한 분들임에 틀림이 없으며 성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에 먼저 성교육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에서 보건교육을 29년 이상 실시한 보건교사로서 학생들이 AIDS, 게이와 레즈비언에 관해 배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현재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성교육 실태에 대해 말하고 싶다.

몇 년 전, 00고에서 보건 수업을 처음 들어갔을 때, 그 반의 반장이 손을 들고 나에게 한 첫 질문이, “선생님, 내 여친이 항문 성교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입니꺼?” 또 묵직하게 생긴 다른 한 남학생이 손을 들어서 하는 말이 “선생님, 야동에는 전부 다 하던데…”

내가 보건교육을 하기 전에는 음란물이 학생들의 성 교과서가 되어 있었다. 물론 학생들은 보건 수업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성교육을 받고 항문성교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 무분별한 성관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배우고 난 뒤에는, 저절로 “선생님 수업을 받고 나니, 호기심에 의해서라도 아무나하고 함부로 sex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데 성 교과서 또는 보건 교과서에는 동성애, 특히 항문 성교가 의학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고, AIDS 예방으로 콘돔 사용 등에 관한 내용만 실려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윤리 교과서에는 성소수자의 인권만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에서 동성애 반대 운동을 아무리 펼친다고 해도 만약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별 영향을 못 미치며 계속 10대의 성병 및 에이즈 발생률은 높아질 것이다. 나는 성 교과서나 보건 교과서 집필에 여러 번 참가한 적이 있는데, 동성애 등의 사회적 핫이슈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심사에서 불합격될 수 있으므로 교육 내용에서 모두 빼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교과부에서는 성교육을 실시하라고 학교에 공문은 내리지만, 학교마다 교육시간 편성이 다르다. 나는 4년마다 다른 공립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은 성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보건교육을 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아파서 보건실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그리 많은데, 학생이 보건실에 갔는데 선생님이 자리에 없으면 민원이 들어온다”며 교육 시간을 내주지도 않았다. 새 학교로 옮길 때마다 관리자들에게 “보건교사는 지침에 의거 성교육을 하고자 했으나 학교 관리자가 보건교육을 못하게 했다는 각서를 써주시면 제가 보건수업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서야 보건 수업을 겨우 할 수 있었다.

초·중학교에서의 보건교육 실시는 예전보다는 좀 증가되었다. 그러나 내가 거쳐 왔던 고등학교에서는 보건 수업이 전무했었고 일회성의 성폭력 예방 관련 성교육만 실시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요즈음은 학생 수가 적은 학교라도 학생들이 보통 하루에 50~60명 이상 보건실을 방문하고, 안전 공제회, 미세먼지, 환경업무, 난치병, 씰 모금 등 보건교사 본연의 건강 관련 업무 외에 잡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담임교사들은 학생이 병원에 가는 것도 무조건 보건교사에게만 미루고, 원칙을 무시하며 전교생의 NEIS 건강기록 입력마저도 보건교사에게 미룬다. 성과금에서는 일반교사를 위한 평가 기준만을 내세우며 항상 bottom line에 소위 비교과 교사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교사들이 굳이 힘들게 보건교육까지 주장하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보건수업을 실시했던 모든 학생들의 반응은, 성병, 항문성교의 위험성, AIDS, 낙태, 임신, 피임 등의 성교육을 배우고 난 뒤에는 확실히 책임 있는 성행동을 하겠다고 말했었고 행동의 변화도 있었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이든 학교에서 의학적 지식을 가진 보건교사가, 내가 선택하는 성행동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정확히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성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 시간이 배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무분별한 성 개방, 항문 성교나 AIDS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부터 성교육이 제대로 실시되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자 보건교사
부산 반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