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한복협이 1월 10일 발표한 ‘시국 선언문’의 초안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명수 교수, 유관지 목사, 허문영 박사가 맡았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현 정권에 대한 기독교계의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다. 보수 뿐 아니라 중도보수, 중도, 심지어 좌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던 이들까지 현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 인물은 정주채 목사(예장 고신, 향상교회 원로)다. 정주채 목사는 지난해 전광훈 목사(한기총 대표회장)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던 당시, 30여 명의 기독교계 원로들과 함께 “반성경적·반복음적 폭거”라고 전 목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었다. 또 정 목사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공산화가 될 것”이라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핀잔을 줬고, 자신이 비록 문 대통령을 지지하진 않았어도 그가 지난 보수 정권의 대통령들보다는 정직하고 더 공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밝혔다.

정주채 목사 “이 정권 때문에 분노로 밤잠 설치고 소화불량”

그러나 정 목사는 1월 25일 코람데오닷컴에 게재한 “악하고 거짓된 문재인 정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나는 바보였다. 나는 정말 멍청하고 더디 깨닫는 사람”이라며 “요즈음 이 정권이 행하고 있는 거짓되고 악한 일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일어나는 분노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소화불량까지 생겼다”고 한탄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분노하게 만든 일들 중 대표적인 것 세 가지로 탈원전, 조국 사태, 그리고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인 책임검사들을 하루아침에 다 날려버린 일을 꼽았다.

정 목사는 “이 정권이 이런 이중성을 드러내며 위선적인 횡포를 감행하면서도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사람들처럼 아주 노골적”이라며 “양심이 살아있다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국민들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그런 조심스러움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소위 살아있는 권력과 연관된 수사를 하는 모든 검사들을 하루아침에 다 제거해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안하무인이다. 자기들을 지지하는 국민들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복협 “정부가 대한민국 정체성 명확히 안 해서 사회 갈등”

한기총 전광훈 기독교 원로
▲지난해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이 큰 논란이 된 뒤, 교계 원로들이 전 목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종화·민영진·전병금 목사, 박경조 주교, 신경하·김명혁 목사, 손봉호 박사, 김재열 신부, 윤경로 장로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도 1월 10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냈다. 한복협에는 회장인 이정익 목사(기성, 신촌성결교회 원로)를 비롯해 김명혁 목사(예장 합신, 강변교회 원로), 손봉호 장로(예장 고신, 서울대 명예교수) 박종화 목사(기장, 경동교회 원로) 등, 역시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을 비판했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을 자유와 민주주의로 충만하게 하라!”는 제목의 이 성명에서 한복협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를 둔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자와 농민의 이름을 이용하여 김일성 일가의 왕조를 만든 북한 공산 독재를 반대하는 동시에, 반공과 경제 발전의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공정한 경쟁을 외면하는 극우 권위주의 정권도 배격한다”고 전제한 뒤, 현 정부를 향해 “현재 사회 갈등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이 정부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남북 관계 및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복협은 “우리는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 존중을 공표하고, 이로써 진보와 보수를 포용하며 남북 관계를 평화롭게 증진시키며 국제 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주의는 권위주의 정부와 타협한 것을 반성해야 하고, 극단적 진보주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것과 비민주적인 종북적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홍정길 목사 “이 정부, 너무 말에 의지… 궤변으로 끌고 가선 안 돼”

좌파 성향 기독교 단체들을 지원해 왔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던 홍정길 목사(남서울교회 원로)도, 양비론이긴 하지만 현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홍 목사는 1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10개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 다시 10개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100개의 거짓말이 필요한데, 결국 독재나 전횡이 불가피하다”며 “이 정부는 너무 말에 의지한다. 말은 실재(實在)가 있어야 한다. 말재주꾼 몇 사람이 궤변으로 정부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깊은 사유 없이 온라인에서 배설하듯 얘기하고, 그걸 정치라고 하면 안 된다”며 “좋은 생각 한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이 뭘 했는가, 뭘 하는가를 봐야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일부 인사의 궤변을 앞세운 ‘말의 정치’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정길 목사, 그리고 고(故) 옥한흠·하용조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린 이동원 목사(기침, 지구촌교회 원로)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혹시 자유라는 가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가 북한 선원 두 명을 북송한 데 대해서도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훈 목사(기하성,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도 최근 신년하례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이 주사파 세력에 의해 장악당했음을 고발한 글을 읽고 충격과 도전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