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록뮤지컬 ‘지저스’ 공연 현장. ⓒ김신의 기자

인터미션을 제외한 120분 동안 마태복음 한 권 이상을 재미있게 읽은 느낌이다. 록뮤지컬 ‘지저스’에는 마태복음뿐만 아니라 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 등 성경 속 수많은 예화가 준비됐다. 40개 이상의 성경구절을 인용한 만큼 전개는 다소 빠르다.

록뮤지컬 ‘지저스’는 교회 성극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가스펠’을 원작으로 한다. 족보로 시작하는 마태복음을 대신해 하나님의 창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전체적인 원작의 뿌리를 유지했다. 이후 토마스 아퀴나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과거의 여러 철학자들이 등장하는 부분도 원작과 일맥상통한다. 원작에서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이 장면은, 배우들의 탁월한 가창력과 리듬감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과 긴장을 더했다. 공연 내내 정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인트로 이후에는 ‘세례 요한의 전파’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이어졌다. 성경 속 시대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이를 2020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무거울 수 있는 ‘성경’을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소 짧고 쉬운 언어로 순화하고자 한 노력이 보였다. 또한 관객들을 위한 웃음 포인트도 끊임없이 준비됐다.

뮤지컬 지저스
▲록뮤지컬 ‘지저스’ 공연 현장. ⓒ김신의 기자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 안무 또한 단연 돋보였다. 무려 16개의 곡을 선보인다. 베이비복스 출신의 간미연과 걸그룹 출신의 안소현 등 기량이 뛰어난 배우를 대학로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이 공연이 갖는 장점이다. 간미연의 말을 빌리자면, 무대와 객석은 침 튀기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일 정도의 거리다. 배우 각각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원작 ‘가스펠’이 유행 지난 노래 같다면, 뮤지컬 ‘지저스’는 현 시대를 반영한 편곡들로 보는 데 위화감이 없다. 힙합 스웨그도 즐길 수 있다.

“사람들 앞에 너희 창조주 밝히 보이라… 너희는 세상의 빛” -뮤지컬 ‘지저스’ 中

한편 ‘율법’과 ‘심판’, ‘용서’와 ‘구원’, ‘대속’, ‘천국’ 등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일만 달란트 빚진 자에 대한 예화의 경우, 그것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 원화로 계산했을 때 조 단위의, 혹은 약 10만 년을 일해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점에 대한 설명이 없어 비기독교인이라면 이 의미를 다 알 수는 없을 것.

때문에 연출을 맡은 손남목 감독의 말처럼 배경지식이 있는 기독교인이어야 공연을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우들의 톡톡 튀는 캐릭터와 잘 짜여진 안무,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과 재치만큼은 모두가 누릴 수 있으리라. 그리고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인생에 관해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신 떠오르는 질문들을 생각하느라 일부 장면들을 놓치거나, 전개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예화는 미시적으로 풀었다. 특히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 이야기는 여러 번의 장면 전환을 통해 다른 예화들보다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이는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모두가 웃으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몰입도 높은 이 장면은 곳곳에서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보인다.

이 밖에 공연 전과 인터미션, 관객의 참여, 공연 후 등에서도 깨알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작품성과 완성도로 무장한 뮤지컬 ‘지저스’가, 대학로 원패스아트홀에서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더 큰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