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소재한 아카데미하우스가 매각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측이 최근 속회 총회를 열어 과반의 찬성으로 매각을 결의한 것이다.

이 사건이 너무나 큰 안타까움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 아카데미하우스가 단순한 하나의 자산을 넘어 엄청난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당대 기독교를 넘어 사회 전체에까지 큰 도전과 울림을 줬던 대화 문화의 산실이었다.

아카데미하우스는 지난 1965년 설립된 ‘한국 크리스찬 아카데미’에 의해 사용됐다. 당시 이 건물에서는 이 사회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했고, 사회 양 극단의 갈등 주체들이 모여 화합의 해결점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랬던 이 건물을 지난 2005년 기장 유지재단이 매입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설립자 故 강원용 목사가 기장의 상징적 인물이고 해당 건물의 역사에 기장 교단이 기여한 부분 역시 매우 크므로, 그 같은 공공성과 정통성을 계승하자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장이 끝내 이 건물을 매각하기로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교세 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 악화가 가장 근본적이라는 평이다.

이러한 사건을 한국 기독교계 전체가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교세 감소와 재정 악화는 단지 기장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거의 모든 교단과 교회들이 이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과거 소위 ‘황금기’에 엄청나게 키웠던 덩치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물론 거시적으로는 세상 끝날까지 주님의 복음 선포의 역사는 끝없이 전진할 것이고, 하나님께서 분명 새로운 전기를 주실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는 그 여정 가운데 수많은 파고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할 순간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교계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이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가? 그저 막연한 낙관론만 가지고 능력 이상의 예배당 건축을 하거나 방만한 재정 운영을 하지는 않는가? 사례비나 판공비 등에 과도한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례적인 각종 행사에 시간과 열정을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 기독교계가 부디 이번 일을 경종 삼아, 보다 건전하고 건강한 구조로 거듭나며 교회 본연의 사명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것들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