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2019년, 한 해를 건너가는 365개의 징검다리 중, 이제 몇 개를 남기고 있습니다. 가다보니 솟아오른 여울에 물 튀어 옷 젖기도 하고, 흐르는 물소리에 취하여 온 몸이 감동에 젖기도 했습니다.

징검다리 하나 건널 때마다 멀리 보이는 강 건너 저 편의 아름다움에, 한참 서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제 몇 개 남아 숫자로 세어지는 그 돌들을 헤아려보니,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랑하고,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고, 같이 모든 감정을 공유하고 싶고, 그 아픔이 내 아픔이고, 또는 전혀 그 반대의 격정에 휩싸여 삶이 왜 이렇게 다양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살아갈수록 깨닫는 것은, 삶의 어리숙과 유치함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깨달아질 뿐임을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생의 길 위에서 알아지는 또 다른 발전이 있다면, 우리 삶이란 내 생각과 내 계획과 내 소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흘러갈 뿐이고, 우리는 그 뜻에 나를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유일한 우리의 선택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됨입니다.

"여호와 이레"는 신앙의 적극적 성취가 아니라, 당위적 순종이고 그것이 우리의 믿음임도 깨닫습니다.

오늘은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메모를 본다거나 며칠 새 어떤 생각을 했었는가를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그냥 빈 면을 대할 때 드는 생각이 무엇일까를 받아 보았습니다.

물론 최근의 일일수록 더 생각이 드는 경향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생각도 듭니다. 최근의 생각은 원래 어느 만큼의 숙성 기간이 있어야 표현되기 때문에 오히려 빈 생각이 객관적입니다.

역시 인생은 사랑하고 살아야 고독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삶의 어려움은 하나님의 뜻을 일깨워주는 축복의 메시지이며, 번민과 실망과 시련의 아픔과 갈등은 우리를 더 깊은 사고와 묵상과 기도의 세계로 이끌어줌입니다.

나를 넘어섬은 수많은 잠 못 이루는 밤을 거쳐, 나의 한계와 바닥을 보고서 이루어지는 축복입니다. 내 삶의 눈앞과 저 멀리를 받아들이고 인정함의 수용은 쉽지는 않으나 하나님의 인도하심 은총입니다. 인생은 그 누구도 내 마음의 생각을 끝까지 유지하기 어렵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마음을 지킵니다.

그리움은 축복이고, 기다림은 선물이며, 참고 인내함은 하나님이 그 백성을 인도하는 꽃길입니다. 어느 날 눈 떠 세상이 아름답다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실 때, 우리 인생은 재창조의 영광을 봅니다. 인생이 존귀하다 여겨지는 것은, 내가 그 존귀함을 입었을 때 주어지는 표적이고 징표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2019년의 시간이 이제 우리 앞을 스쳐 흘러갑니다. 우리에게 있었던 모든 일들, 우리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우리가 지나온 모든 상황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고, 우리가 받을 자격 없는데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2019년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