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 목사
▲김경진 목사는 "자기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신 바보같은 분, 그 예수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미주 기독일보
미국 LA 글렌데일 지역에 한인 중형교회로 자리 잡은 기쁜우리교회(Joyful Chrisitain Community Church, JCCC) 김경진 목사(57)를 만났다. 인터뷰 가운데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고자 애쓰는 목회자의 고뇌와 영혼을 향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지식이 아닌 눈물이 필요하다'는 말 속에서 오늘날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경진 목사는 토론토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토론토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신학석사·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밴쿠버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뒤, 한국 익수스 교회, 나성영락교회를 거쳐 2017년 2월 기쁜우리교회를 개척 시무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2019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올해는 단기 선교를 많이 다녀왔다. 얼마 전에는 인구의 98%가 힌두교인 인도네시아 산악지역을 다녀왔고, 여름에는 몽골 서부지역인 홉트란 곳에서 산재해있는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영성 수련회 인도했다.

또 실크웨이브미션을 통해 무슬림권 개척교회 사역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이집트에서 터키 지방 난민들을 사역할 사역자들을 만나 기도하고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회가 단기선교와 해외선교를 정립하고 다져가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올해는 재난 지역을 위한 구호금 모금, 몽골지역 신학교 건립, Gleanings for the hungry 지원, 차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교회의 양적, 외적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을 살리고 키우는 교회의 본질을 붙들고자 노력했다."

-내년 2월이면 기쁜우리교회가 창립 3주년을 맞게 된다.

"성도님들이 교회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기도해주셨다. 신앙의 연륜이나 깊이가 있는 믿음의 성도님들이 많아 교회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교회가 사역을 펼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사회복지, 지역 및 해외 선교, 차세대를 위한 사역에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기쁜 우리교회는 복음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복음 전도와 선교를,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근본적인 사명으로 붙들고 있다. 특별히 한인들의 믿음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밀알의 역할도 감당하고자 차세대를 위한 사역을 장학사업도 진행해 왔다. 지역 복음화, 세계 복음화와 함께 다음 세대 역시 선교지가 분명하다. 기도뿐만 아니라 전략과 재정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교회 창립 후 교회의 존재 목적이 복음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데 두고, 프로젝트가 아니라 늘 사람과 생명에게 초점을 두고 사람을 키우려고 했다."

-교회 개척 전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어떤 의미가 있었나?

"하나님께 감사하다. 어려운 기간이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요구하시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굳건히 세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힘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교회 건축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나?

"교회 건축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는 있지만 핵심 사역은 아니다. 교회 건축이 필요하면 하나님께서 건축의 때를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다수 교회가 건축으로 인해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못할 때가 많다. 교회 건축 후 선교나 장학 사업을 뒤로하고 모기지에 교회 재정의 상당 부분을 쏟아붓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나?

기쁜우리교회는 지금까지 미국 교회를 렌트를 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미국 교회를 세워가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교회 성도들이 떠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엄청난 교회당을 가졌지만 불과 10명에서 15명이 모여 예배만 드리는 교회도 많다. 기쁜 우리 교회는 현재 미국 교회 건물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교회 예배당을 유지 보수하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선교와 더불어 미국 교회와 협력하면서 우리 교회에 맡겨진 일들을 감당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회 소신이 있다면?

"모든 목사님들께서 그러시겠지만 말씀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씀대로 살려고 몸부림을 쳐왔다. 아무리 어려워도 복음의 말씀이 진리임을 붙들고 바보처럼 예수님만 따르려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바보들의 행진이다. 세상의 가치로 봤을 때는 잃어버리는 것 같고, 한없이 바보 같지만 그 복음 안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안이 있다. 우리의 삶은 바보를 그리는 어리석은 삶이다. 하나님께서도 긍휼히 여기실 것 같다."

-성도들에게 어떤 목회자이길 바라는가?

"무엇보다 투명한 목회자이고 싶다. 하나님께서 주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떤 덧붙임도 없이 성도들과 삶을 나누며 함께 웃고 때로는 울면서 복음으로 인해 기뻐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정직한 모습으로, 성도들 앞에서는 권위를 세우는 모습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지면 좋겠다. 하나님 앞에서나 성도들 앞에서나 주신 사명 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낮은 자리에서 주의 뜻을 이루려는 마음이기를 원한다."

-설교 때 자주 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운다. 원래 눈물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힘들어서 울어본 적은 거의 없다. 설교할 때면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간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쳐 온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부족하고 허물도 많은 사람인데 사랑하시는 주님만 생각하면 감격이 크다."

-새해 교회에 필요한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회에 눈물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지식적인 교회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강한척할 뿐 그 속은 매우 부드럽고 연약하다. 우리의 생명도 마찬가지다. 돌처럼 바위처럼 강하지 않다. 사람들은 마음의 고향, 영혼의 고향을 교회를 통해 찾고 싶어 한다. 교회가 세상의 방식이나 가치가 아닌 복음의 방식과 가치로 사람들에게 편안한 영혼의 고향이 되면 좋겠다.

목회자들도 인위적으로 권위를 세우려는 자세보다는 본연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성도들에게 다가가면 좋겠다. 언제라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 말이다. 설교 잘하는 목회자보다 진실된 목회자가 필요한 시대다."

-미주 한인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는 미주 한인교회가 사역의 지경을 넓혀서 한인교회라는 범주를 넘어 미국 주류사회로 들어가 미국 내 교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타 인종과 복음 전파를 위해 마음과 뜻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가 축복된 미국 땅에서 안정되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살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디아스포라로 우리를 부르신 이유는 우리를 통해 이루길 원하시는 분명한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치유와 회복이 필요하다. 영적 대각성이 일어나야 한다. 미주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우리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하루하루를 뜻있게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리며 살아가는 복을 누리길 바란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목회를 하면 할수록 목회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말씀 묵상과 기도인 것 같다. 목회자가 삶의 진정성과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단과 교계를 섬길 수 있지만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회자가 순수함을 잃어버리면 누구보다 성도님들이 가장 먼저 알게 된다.

이민 교회 성도들은 상처가 많다. 성도들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본인이 먼저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한다. 목회자가 상처가 많으면 성도들과 부딪히게 된다. 먼저는 자신을 치유하고 성도들의 상처를 품어줘야 한다. 목회 과정에서 상처를 받더라고 복음으로 승화시켜 나아가면 하나님 앞에서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