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모범은 에서와 야곱에서부터
평화의 외침은 분쟁지역과 한반도에
통일의 준비는 예레미야처럼 교회가
‘화해, 평화, 통일’, 공통분모는 ‘교회’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복협 명예회장)와 교계 원로와의 2019년 마지막 대담이 12월 19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개최됐다.

김 목사는 매달 교계 지도자들과 신학자 등을 초청해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12월에는 유관지 목사(북한교회연구원장, 성화감리교회 원로)와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영성을 염원하며’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유관지 2019년 12월
▲유관지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유관지 목사는 “성경에 ‘화해’라는 단어는 두 번밖에 나오지 않지만(눅 12:58, 행 7:26), 성경 전체에는 화해의 정신과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대표적 이야기가 야곱과 에서의 화해(창 33:1-4)”라며 “참으로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기적적인 화해이다. 살기가 등등했던 에서가 변화된 이유는 날이 새도록 씨름하며 기도했던 야곱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야곱은 ‘발꿈치를 잡았다(창 26:26)’는 의미다. ‘야곱이니이다(창 32:27)’는 대답은, 태어날 때부터 형보다 늦게 나오는 게 싫었던 시기와 승부욕 가득한 존재였다는 회개의 고백”이라며 “우리에게는 야곱처럼 필사적인 기도, 회개의 기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 남북 간의 화해, 남남 갈등의 요인인 진영간, 이념간, 지역간, 세대간, 노사간 화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권면했다.

‘평화’에 대해선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 수많은 천군 천사들이 함께 하나님을 찬송했다고 한다(눅 2:14)”며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이 찬양이 분쟁 있는 모든 곳에, 특히 한반도에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유 목사는 “2020년은 6.25 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다. 저는 초등학생 시절 서울에서 6.25를 겪었고, 1.4 후퇴 때 그 추운 겨울에 피난길에 올랐다”며 “희미하지만,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한 것인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위 찬양이 더욱 그리워진다”고 전했다.

‘통일’에 대해선 “앞서 언급한 화해와 평화는 통일의 과정 또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통일에 대한 교훈은 예레미야 32장, 시위대 뜰에 갇혀있는 예레미야가 아나돗의 땅을 사는 기사에서 찾고 싶다”며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해 언제 함락될지 모르던 때 예레미야는 시위대 뜰에 갇혀 있었는데, 하나님 말씀에 따라 고향 아나돗의 땅을 샀다. 예레미야 32장 15절에 그 답이 있다”고 했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사람이 이 땅에서 집과 밭과 포도원을 다시 사게 되리라 하셨다 하니라”는 말씀을 언급한 뒤, 그는 “지금 포위돼 멸망과 포로 생활이 기다리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라는 말씀”이라며 “그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향해 통일 이후를 준비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요즘 통일에 대한 비관적 견해를 가진 분들이 늘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이 통일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면서, 또는 통일을 중요시지 않거나 심지어 원하지 않는 풍조 등 여러 이유 때문”이라며 “합리적 생각으로는 통일이 쉬워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는 하나님의 초월적 개입을 믿어야 한다. 30년 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와 통일에도 그런 면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레미야가 귀환 후를 바라보며 고향 땅을 샀듯, 우리도 지금 분단 상황이지만 하나님께서 곧 통일을 주실 줄 믿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화해, 평화, 통일’, 이 세 키워드의 공통분모는 바로 교회이다. 교회가 화해의 모범을 보이고, 평화를 외치며, 앞장서서 통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9년 12월 김명혁 유관지
▲유관지 목사와 김명혁 목사(왼쪽부터). ⓒ이대웅 기자
성경 목표이자 하나님의 귀중한 주제
교회와 사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죄인 의식’ 갖고 서로 끌어안고 울기
잘못 덮는 ‘긍휼과 용서, 자비와 사랑’

김명혁 목사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시는 주제라 생각한다”며 “이 세상은 시작부터 항상 분열과 분쟁과 싸움으로 가득했지만, ‘화해와 평화와 통일’은 하나님의 궁극적 뜻과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화해와 평화와 통일’은 성경의 목표이며 역사의 완성점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연합하여 하나 되는 아름다운 모습과 자연 만물이 모두 하나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전에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다(시 133:1, 148:3)”며 “광복 74주년을 맞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모든 교회들과 국민들이 최선을 다해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한반도와 아시아와 세계 안에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에서 근거를 찾았다. 먼저 ‘화해’에 대해선 “구약 성경은 야곱과 에서, 요셉과 형들, 이스라엘과 애굽·앗수르가 서로 ‘화해’하는 것이 성부 하나님의 뜻이고 섭리라고 지적했다(사 19:23-25)”며 “신약 성경은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상과 ‘화해와 화목’을 이루라고 했다(고후 5:18-19). 성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이루신 것도 ‘화해와 화목’이었다(엡 2:16,18)”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는 ‘화해’의 종교다. ‘화해와 화목’은 진리의 깃발을 높이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끌어안고 우는 ‘착함과 양보와 선행’의 마음과 자세와 행실로 이루어진다”며 “지금 우리 한국 교회와 사회와 남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긍휼과 용서, 자비와 사랑’을 몸에 지니고, ‘화해와 화목’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둘째로 ‘평화’에 대해선 “성부 하나님께서는 평화를 만드시고 가져다 주신다(레 26:6).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셔서 평화를 이루셨다(사 9:6, 53:5)”며 “성자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루시기 위해 ‘평화’의 왕으로 세상에 오셨고, ‘평화’를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눅 2:14)”고 전했다.

김 목사는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우리의 ‘평화와 화평’이라고 선언했다(엡 2:16). 성령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시는 열매도 사랑과 희락과 ‘화평’이라고 했다(갈 5:22)”며 “바울은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롬 12:18)’고 했다. ‘화평과 평화’를 도모하면서 한 평생을 산 프랜시스처럼, 우리도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혁 2019년 12월
▲김명혁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셋째로 ‘통일’에 관해선 “화해·평화와 함께 죄인들과 피조물을 향하신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과 비전이다. 성부 하나님의 뜻은 갈라졌던 남과 북이 하나를 이루는 것이었고, 원수같이 지내던 이방인들과도 하나를 이루는 것이었다(겔 37:18, 사 19:25)”며 “성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못박혀 죽으심으로,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인간들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시고, 하나 되어 ‘통일’을 이루면서 살게 하셨다(엡 2:13-16)”고 이야기했다.

그는 “바울은 하늘과 땅에 있는 우주 만물이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된다고 선언했고(엡 1:1),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모두 ‘하나’라고 강조했다(갈 3:28)”며 “성령님께서 오순절 강림하셔서, 불신과 증오 가운데 살던 다문화·다인종·다민족 3천여명이 함께 모여 친밀하게 교제했고, 모두 하나 되어 ‘통일’을 이뤘다”고 전했다.

김명혁 목사는 “지금 우리 교회와 사회 안에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화려한 예배나 정통 진리의 선포 이전에, 서로 끌어안고 울면서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는 ‘의인 의식’ 대신 ‘죄인 의식’을 가질 때 가능해진다. 야곱과 요셉처럼 상대의 죄와 잘못을 덮어주는 ‘긍휼과 용서, 자비와 사랑’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신자들은 성자 예수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귀중한 신앙의 선배님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잘못을 범한 상대방을 끌어안고 울 수 있는가”라며 “총칼을 든 상대방을 용서하면서 기도할 수 있다면, 적대와 대결로 치우치고 있는 이 땅에 놀라운 ‘화해와 평화와 통일’이 아주 조금씩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적대적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우리 죄인들은 이기적이고 정욕적이고 배타적이고 위선적이지만, 신앙의 선배들처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주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면 ‘긍휼과 용서, 자비와 사랑’과 함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흔적을 몸과 마음과 영혼에 아주 조금씩 지니고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본래 일본·북한·중국 사람과 무슬림, 타종교인들을 싫어했다. 자유주의자와 순복음주의자들도 싫어했다. 반일, 반북, 반공, 반중, 반무슬림이었다”며 “그러나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한경직 목사님, 존 스토트 박사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봄을 통해 조금씩 생각과 마음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무 자격이 없는 죄인 중 괴수이지만, 주님과 누군가를 위해 제물 되는 삶을 살다 제물 되는 죽음을 죽기를 소원한다”며 “북한 동포들을 위해,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불쌍한 아프간 사람들을 위해 제물로 살다가 제물로 죽을 수는 없을까? 주여, 저와 우리를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도구들로 써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