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롬나비(상임대표 김영한 박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횃불회관 화평홀에서 '교회와 정치'라는 주제로 제19회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본지는 당시 발표했던 안상수(자유한국당)·이언주(무소속) 국회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발제문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샬롬나비
▲샬롬나비 제19차 학술대회가 진행되던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안상수 의원, 이언주 의원, 이일호 교수(칼빈대, 사회), 김철홍 교수, 임종헌 박사, 김성봉 교수. 원희룡 지사는 불참했지만 발제문을 보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진영 기자
1. 혼돈의 한국 정치

대한민국의 성취는 찬란하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게 된 나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식민지 국가의 아픔을 간직한 나라 중에 세계경제 10위권에 이르고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인구 5천만 이상에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들을 지칭하는 3050클럽, 전 세계에 7개 나라밖에 없다는 그 클럽에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 게다가 우리의 나라는 해방과 함께 분단과 전쟁이라는 처참한 상황을 인고해야 했으니 이 성취는 더욱 각별하여 기적으로 불리어도 마땅하다. 유엔의 원조와 보호 없이는 존망 자체가 회의적이었던 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한 나라가 되었고 지구촌을 이끌고 있는 G20회의 의장국이 되어 이제 인류의 운명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 경제적 성취만이 아니다. 불가역적인 민주주의를 달성한 아시아 유일의 나라가 바로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대한민국이다.

눈을 감고 그 성취를 상기하면 가슴이 벅찰 정도이다. 고마운 분들 덕분이다. 하나의 집안도 저절로 일어설 수 없으니 대한민국이 여기에 이른 데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피와 땀과 눈물이 아로새겨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모든 헌신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자들, 전쟁의 참화를 이겨낸 분들, 단군 이래의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해 낸 분들,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스러진 분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 이 모든 분들이 우리의 존경과 감사를 받으실 분이다. 한국 교회의 기도도 이 빛나는 자취를 가능하게 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 성취를 바탕으로 힘차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를 보고 용기를 얻는 지구촌의 대다수 나라들을 위해서 힘차게 전진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혼돈에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손발이 묶인 경제는 빨간불이 켜지고 경고음이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외교와 안보는 사면초가의 상태로 접어들며 주변국들이 연일 우리나라를 시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고 정치권은 이 분열을 완화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조국사태'와 그 여진은 이러한 혼돈의 극명한 사례이다. 수백만 명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져 대립했다. 한 쪽은 다른 한 쪽을 친일세력 독재세력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방은 또 다른 일방을 종북세력, 사회주의혁명세력으로 의심하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지구촌을 거대한 변화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강대국들은 주도권을 잡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인류의 진보를 추동했던 자유화의 흐름은 자국중심주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지금까지 팔로워이자 추격자의 지위에만 머물렀던 우리 대한민국은 역사상 최초로 같은 출발선에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뒤처지면 우리나라는 또다시 2등 국가로 전락하게 되어 있는데 기술혁신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이어서 한번 뒤처지면 산업사회와 달리 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질척거릴 시간이 없다. 산업화를 이룩할 때처럼 민주주의를 꽃피울 때처럼 마음을 모아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며 새로운 출발을 향한 마음가짐이다.

이 중대한 도전의 시기에 정치는 정치대로 심기일전을 해야 하며 교회는 교회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2. 한국 교회, 정치 참여의 자취

교회는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 참여해야 한다.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이를 살피기 위해 그간 교회가 한국 정치에 참여한 자취를 살펴보고 그 공과를 살펴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을 성찰해 보아야 할 듯하다. 단순하게 우리 국민들의 분포를 보면 기독교는 한국사회에서 약 1/4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개신교가 약 8백만 명이고 천주교가 약 4백만 명으로 총 1200만 명의 국민이 교회에 포괄되어 있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신앙하는 한국 교회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였다. 교회가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사명에 충실할 때 지금까지의 성취를 더욱 발전시켜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1) 긍정적 역할

교회는 한국 근대화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구한말 근대문명의 도입이다. 구한말 최초로 세워진 근대학교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 등 다양한 인재를 배출한 배재학당이라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근대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간명하게 드러낸다. 한국 교회는 교육과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근대적인 서구문물을 도입했다. 장로를 선출하고 협의에 의해 운영하는 교회 조직 자체가 큰 사상적 제도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짐작된다. 한국 교회의 사민평등사상과 인재양성 사업은 해방 이후에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어 한국 근대화의 주요한 기둥이 되었다고 보인다.

두 번째 역할은 일제강점기 때였다. 교회는 그 시기에도 사회 참여의 역할을 이어갔다. 일제는 선교사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는 대신 조선 지배에 대해서 불간섭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선교사들은 핍박받는 조선 민중의 편에 섰다. 교회는 청년운동과 문화사업, 각종 교육 사업을 통해 조선인들의 독립정신을 응원했고 조선의 박해 상황을 외국에 전하며 경종을 울렸다. 한국교회는 또한 독일의 고백교회처럼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1940년 '장로교인의 언약'은 이 운동이 지침서가 되었다고 한다.

"1940년 '장로교인의 언약'은 만주지역의 신사참배 거부운동 지도자들이 작성한 것으로서 신사참배의 종교적 성격을 규며하고 우상숭배를 허용하는 거짓교회의 성격을 규명함으로써 한국 교회 안의 소수가 현실문제에 결코 도피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략) '장로교인의 언약'은 7가지 조문으로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신사참배는 우상 숭배임으로 기독교인은 절대로 행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우상숭배를 향하는 교회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김영한 교수, 한국교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신학적 성찰 中)

세 번째로 한국교회는 민주화에 뚜렷하게 기여했다. 특히 강력한 권위주의 유신체제 당시 한국의 교회는 인권과 민주화의 산실이자 은신처 역할을 했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교회의 울타리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지켜냈고 미래를 준비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상징공간이 명동성당이었던 것은 민주화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2) 비판적 반성

하지만 한국 교회는 부끄러운 역사도 역시 가지고 있다. 김영한 교수는 한국의 보수교회는 권력 지향적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며 반성적 자기고백을 했는데 이에서 그는 크게 두 가지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한국 교회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굴복했다. 1938년 평양 서문밖 교회에서 열린 27차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국민의례로 인정하자는 결의를 하였다.

둘째, 권위주의 시대에 교회는 인권문제에 소극적이었다.
이처럼 김영한 교수는 국가에 대한 도덕적 감시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잘못 처신한 것에 대해 깊은 뉘우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의미 있는 성찰이라고 평가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