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어린 시절 어머님과 함께 주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평소에 다니시던 길로 가시지 않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큰 골목길로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함께 걸어가던 중, 어머니께서는 땅을 유심히 바라보시며 갑자기 허리를 굽히시더니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주우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누가 흘렸는지, 빳빳한 새 돈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평소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것을 탐내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런데도 그 돈을 줍고 나서 얼마나 감격을 하시는지요. 즐거워하면서 하시는 말씀이 “얘 효준아! 오늘 주일예배 때 하나님께 드릴 헌금이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나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 해결을 해주셨네” 하셨습니다. 매우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피어오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저리게 느껴지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면 아파서, 치유되면 치유되어서,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해지면 부유해져서…, 모든 이유 앞에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는 우리의 의지이고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새벽기도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가던 중이었습니다. 하늘엔 영롱한 별빛이 빤작이는 이른 새벽시간, 새벽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키며, 시간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에 피곤했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하늘에서 반기는 새벽별의 윙크 인사는 새벽의 찬양으로 세상을 환한 빛으로 일깨워주는 고요한 속삭임으로 나의 심령을 두드립니다.

이런 새벽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빤짝이는 별빛에 취해 교회를 향해 가는 길, 어슴푸레 앞서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다가가 할머니의 한쪽 팔을 부축해 드리며 교회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드신데도 새벽기도회를 가시느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굽은 허리를 펴시고 저를 쳐다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님을 만나러 가는데, 이렇게 힘들게 가면 주님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반가워하시지 않겠니?”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마치 천사 같아 보였습니다.

아하! 되돌아보니 필자는 직장 때문에 피곤해서, 허리가 아파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무릎을 다쳐서 등 이 핑계 저 핑계로 오랫동안 새벽기도회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추억하면 후회로 돌아옴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 심지어 새벽기도를 나가는 대신 집에서 기도를 대신하며 아픈 것을 핑계로 삼았던 마음들이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가슴을 채우기도 합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습니다. 받은 은혜로도 충분히 감사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새벽기도회에 가다가 아니면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드리다가 자는 듯이 본향인 하늘나라로 가는 게 제 소원입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힘든 발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씩 떼셨습니다. 하늘나라에 대한 자신 있는 고백의 말씀이 필자의 마음에 감동으로 와 닿았습니다.

어머니의 기도 한국교회 초창기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유난히 별 하나가 크게 빤짝거리는 고요한 새벽, 그 큰 금성의 별은 할머니의 머리 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마치 동방박사의 머리 위 주님의 탄생을 알리는 별인 것 같았습니다. 필자는 더욱 할머니의 팔을 힘차게 부축하며, 함께 천국을 바라보는 귀한 새벽시간 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죽음을 놓고 기도하는 신앙인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필자가 저 할머니처럼 그런 기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필자는 마음을 정돈하여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할머니의 발을 건강하게 해주셔서, 예배드리러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시옵소서!’

오늘 이 새벽에 부축하고 있는 이 연약한 육신에도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시라고, 온전히 나를 비우고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오늘은 필자를 만났지만, 내일은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축을 받게 해주세요!’ 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지켜 주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그리고 힘들고 연약한 자들에게 조금 더 건강하게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해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이 되면, 새해에 봉사할 일꾼들을 뽑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결같은 핑계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많은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단돈 이천 원을 주우면서 하나님께 드릴 예물이라며 기뻐하고 감사하셨던 어머니의 믿음, 고령에 나이임에도 걷기조차 힘든 발걸음으로 새벽 제단을 쌓겠다며 묵묵히 힘들게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그 믿음은, 우리 신앙인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오로지 주님만을 위해, 주님만 바라보며 주님과 함께하는 삶에는 늘 기쁨과 평안이 가득함을 우리 신앙인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핑계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회개하며, 약하고 힘든 이들에게 부축해 줄 수 있는 의지의 친구로 다가가는 그런 신앙인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깊어갑니다. 아직까지 동참하지 못한 신앙인들이 있다면, 이웃을 돕는 일에 함께하는 크리스천들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며 함께 복음을 기뻐하는, 이 땅 모든 주님의 아들 딸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