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1) 초대 교회, '공정 사회'의 모델?

초대 교회 교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었다. ....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로 보아 초대 교회는 '공정 사회'의 모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쓴  『공동체로 사는 이유』(Why We Live in Community.)라는 책에는, 지금도 초대 교회처럼 신앙공동체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초대 교회 같은 신앙공동체 커뮤니티'가 '공정 사회'라고 믿는 것 같다.

기독교를 비롯하여 모든 종교는 신앙공동체를 꿈꾼다. 신앙공동체 안에서 공정한 세상이 이뤄지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공정'이란 무엇일까? 이희승 국어사전에 '공정'과 '공평'은 동의어로 나타나 있는데, '공평'에 관한 설명이 더 자세하다. "공평은 치우침이 없이 공정함"으로 쓰여 있다. 경제학에서는 '공평(equity)'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쓰인다. 즉,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공평'이다. 따라서 조세 부과에서 소득이 같은 사람은 똑같은 세금을 내고, 소득이 많은 사람은 소득이 적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공평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개인차(個人差)'를 무시하는 교육평준화정책은 공평 원리에 어긋난다. 그런데 공평의 문제는 '측정이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여러 가지로 공평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의 불공평 가운데 '경제적 불공평'은 항상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노숙자를 내려다보면서 고층 빌딩도 쳐다본다. '치우침이 없이 공정한 세상', 곧 공평한 세상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자발적 베풂'이 바탕이 되어 신앙공동체로 발전한 초대 교회가 답을 줄 수도 있다. 초대 교회와 관련하여 성경 말씀을 살펴본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은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날마다 한 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이 돌아가면서 빵을 떼며 순전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행2:44-47)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사람들은 모두 큰 은혜를 받았다.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팔아서 그 판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았고, 사도들은 각 사람에게 필요에 따라 나누어 주었다."(행4:32-35)

인용은 초대 교회의 베풂 정신을 보여준다. 초대 교회의 탄생에서는 공유(公有)와 공용(公用)이 바탕이 되었다. 공유와 공용에 힘입어 교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초대 교회는 신앙공동체의 모델로 꼽힌다.

그런데 초대 교회의 신앙공동체를 놓고, 공산주의를 기독교와 비슷하게 보는 목사들도 있는 것 같다. 칼 마르크스가 한 말을 보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능력에 따라 모든 사람들로부터,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이 말은 곧 '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뜻이다. 이런 논리로 마르크스는 '공유(公有), 공용(公用), 공산(共産), 평등분배'를 내세워 공산주의를 주창(主唱)했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기독교와 비슷하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성경은 '강요된 베풂'이 바탕이 되는 마르크스 주창과는 전혀 다르게 가르친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나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여라. 누가 바치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예물이면 받아라."(출25:2)

"당신들은 각자의 소유 가운데서 주님께 바칠 예물을 가져 오십시오. 바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주님께 예물을 바치십시오. 곧 금과 은과 동과, ...."(출35:5)

"마케도니아와 아가야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예루살렘에 사는 성도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낼 구제금을 마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였습니다."(롬15:26-27)

"각자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해야 하고,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서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고후9:7)

이처럼 기독교는 남을 위해서는 공산주의식 '강요된 베풂'이 아닌 '자발적 베풂'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초대 교회의 베풂 정신은 '공정 사회' 만들기의 본보기다. 이것이 기독교의 진정한 가르침이요,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된 이유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