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
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

김디모데 | 선율 | 268쪽 | 15,000원

우리 사회에는 아픈 과거가 있다.

차디찬 바닷물에서 제대로 구조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간 아이들, 저 멀리 이국 바다에서 가족을 위해서 생업에 뛰어들었다가 침몰한 스텔라디이지호, 생리대가 없어서 신발 깔창으로 뒤를 처리했던 우리의 딸들, 휘몰아치는 추위 속에서도 정의롭고 공의로운 나라를 위해 목소리 높여 외쳤던 촛불 집회 등.

최근에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은 우리 사회가 경험한 아픔이었고,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상처였다.

조국이 자신을 지켜주지 않아 조국을 버리고 머나먼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돌았던 난민들, 일제 시대에 제국주의를 향해 자신의 생명조차도 아끼지 않고 조국의 광복을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 했고,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의 침략 앞에서 어린 나이에 총을 들고 나서야 했던 애국지사들의 삶은 후손들이 책임져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과연 누가 그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해주고, 갈라진 손을 잡아 줄 수 있을까?

이런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의 아픔을 교회는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례 요한이 예수님의 등장을 앞두고 외쳤던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친 그 처절한 외침에, 오늘 우리 교회는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세례 요한은 하나님 나라를 외치면서, 결단코 사회의 부조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죽이지 않았다. 세리들을 향해서는 정당한 세금을 거둘 것을 요구했고, 군인들을 향해서는 힘 없는 백성들을 향해 강탈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함께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고, 외식적인 종교적 행위를 벗어버릴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시대에 이런 세례 요한의 피가 서린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으로 사회적인 아픔을 당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웃을 향해서 손을 뻗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사회가 점점 양극화가 되면서, 한쪽 편에 서 있지 않으면 무조건 사람을 왜곡하고 판단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세월호를 이야기할 것이냐며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향해 빨갱이라고 말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만약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그렇게 죽어간 아이들이 내 아들이고, 내 딸이고, 내 손자들이라면,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의 죽음에 대한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는 부모들의 절규를 빨갱이라고 하는 말로 판단할 수 있을까?

자신의 젊음을 나라 위해 몸 바쳐 싸웠는데, 수십 년 지난 오늘날 친일로 규정된 후손들은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아가는 반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아무런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되는가?

이런 사회적 아픔에 눈을 뜬 김디모데 목사의 이야기가 <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이다.

저자도 어린 시절 국가유공자인 할아버지로부터 역사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종교에 대한 허구와 의문, 그리고 부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느 날 찾아온 예수 그리스도의 강력한 부르심에 무릎을 꿇고 사역의 길로 접어든 젊은 목회자이다.

그는 오늘날 대형화를 추구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과 사회의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에 대해 발 벗고 나선 목회자이다.

예하운 선교회 사랑의 날개
▲‘사랑의 날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예하운 선교회 김디모데 목사와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고양시 지부 전미현 목사(왼쪽부터). ⓒ선교회 제공
특별히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자신에 대해 ‘생리대 전문 목사’라고 하는 표현이었다.

생리대가 없어 괴로워하는 한 여학생의 사연을 그냥 흘러가는 뉴스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 속에서 뛰어들어 그 일을 해결해 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 받은 자를 찾아다니며 기도해주고, 안아주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구약의 율법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절대로 천대하지 말라며 이웃 사랑을 강조한다. 예수님은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단지 쓰러져 있는 강도 만난 한 사람의 상황을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 아픔과 함께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참된 이웃의 삶이라고 정의하였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울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진정한 이웃된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하고 공감하는 그 자리에 예수님은 함께 계시는 것이지, 호화스럽게 장식된 거대한 건축물과 수백 명의 오케스트라와 성가대, 그리고 화려한 영상으로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그곳에, 과연 하늘의 모든 영광을 버리시고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예수님이 계실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참 좋은 책이다. 공감이 되는 책이다. 우리가 이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금 정리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바로 카카오톡을 열어 저자가 만들었다고 하는 샬롬 스토리라는 이모티콘을 처음 구입을 했다.

예수님은 우리의 삶 가까이 계시며, 우리 주변에 소외 받고 고통 받는 그들과 함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회복이 필요한 자이기 때문이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