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사과 데이
▲고명진 목사가 사과를 들고 사과 데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사과는 과거를 풀고, 용서는 미래를 엽니다. 사과하지 못하면 과거에 매이고, 용서하지 못하면 미래를 열지 못하게 되지요.”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가 5일 교회에서 열린 ‘미니스트리 리뉴얼(Ministry Renewal)’ 후 기자들과 만나 매년 성탄절 진행하는 ‘사과 데이’를 소개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성탄절인 12월 25일부터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사과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지내면서 사과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다가가 ‘사과(apple, 沙果)’를 건네며 ‘사과(apology, 赦過)’를 전하고, 새해를 새롭게 출발하자는 취지다.

고명진 목사는 “이스라엘은 매년 7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여기는데, 9일간 ‘샤냐토바’라고 인사하면서 사과와 석류를 나눠준다”며 “‘샤나토바’는 ‘당신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지난 1년간의 잘못을 사과하고 새해를 열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고 목사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한 해 동안 응어리졌던 인간관계를 풀고 사과하기 위해 ‘사과 데이’를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좋은 새해 인사가 이미 있으니, 사과를 건네면서 사과하고 서로 용서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는 전 교인들에게 사과를 2개씩 포장해서 나눠준다. 그는 이에 대해 “사과를 한 개씩 드렸더니, 본인들이 잡수시더라(웃음). 그래서 하나는 잡수시고, 하나는 나누라고 두 개씩 드린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문경 사과를 사과밭에서 직접 가져다 씻어서 2만 개 들여온다”고 전했다.

고 목사의 취지에 동참하는 교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에서도 지난해 ‘사과 데이’를 진행했고,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사과를 권유하면 대부분 남편들이 아내에게, 엄마가 아이들에게 사과하더라”며 “어떤 남편이 아내에게 사과를 건네며 사과했는데, 아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 이런 일들이 전염되어 여러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새해를 앞두고 연말에 ‘지난 1년간 이해하지 못해서 죄송했어요’ 한 마디 하는 것이 어떤 임팩트 있는 메시지보다 훨씬 감동이 있다”며 “우리는 문화적으로 사과가 익숙지 않은데, ‘사과 데이’를 통해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면서 희망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했다.

고 목사는 “일부에서는 퇴폐적이고 타락해가는 연말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보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것이 교회에서 부르짖을 구호는 아닌 것 같다”며 “아기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행복하고 축하하며, 온 가족과 교회 공동체가 함께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축제의 절기”라고도 했다.

이 외에 올해 5년만에 다시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단체 이름대로 ‘미래’와 ‘목회’에 도움이 되는 포럼이 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고 있는데, 우리가 장차 미국·유럽 교회처럼 되지 않으려면 다음 세대를 ‘교회 세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명진 목사는 “미국인들도 다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 교회에 한 번씩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면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예배당에 함께 모이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다음 세대를 ‘말씀 세대, 예닮 세대, 교회 세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목회에 있어 힘들고 어려울수록, 구체적인 비전을 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비전뿐 아니라, ‘비가시적 교회’의 청사진도 그려야 한다”며 “예전에는 탁월한 지도자 한 사람이 생각대로 이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진정한 만인제사장 시대다. 목회자들보다 똑똑한 성도들이 많다. 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아서 함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