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성령님 역사하시지만 준비돼 있어야
‘기독교 무엇인가?’ 등 신앙의 기본 잘 몰라
소문 날까 교회에서 말 못할 고민들 털어놔
상담으로 사람과 가정 변화돼 교회에 영향

김활 목사님 궁금합니다
▲김활 목사의 블로그는 총 방문자 수가 2백만명을 넘겼다. ⓒ이대웅 기자
교회에서 신앙적 궁금증을 ‘질문’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답을 아는 이들도 많지 않고, 정답이 딱 정해지지 않은 질문들도 있다. 신앙적 생활을 위해 노력하다 생긴 의문을 신앙에 대한 ‘의심’이나 ‘회의’로 여기며, 경계하기도 한다.

김활 목사는 ‘김활 목사의 기독교 바로알기’라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상담 사역’을 하고 있다. 잘못된 신앙관과 구원관, 교회관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도들의 각종 질문에 하나 하나 답하면서,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건강한 신앙관과 자세를 심어주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과 기독교 세계관을 갖춘 기독교인을 양성해 가정과 직장,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교회를 떠났거나 기독교에 대해 오해하던 이들이 교회로 돌아오기도 한다.

김활 목사는 블로그에서 성도들이 주로 질문했던 내용들을 모아 ‘바른 신앙을 위한 Q&A’ <목사님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펴냈다. 신앙, 교회, 생활, 헌금 등 주요 질문들을 네 줄기로 나눠 평신도들이 이해할 수 있게 답한 내용들이다. 질문에 답하는 사역을 하고 있는 그를 서울 성북동 한 카페에서 만나, 질문을 했다.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하신 계기는.

“신학을 하지 않고, 전도하거나 누구를 설득시킨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목회자냐고 묻더라고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냐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라이센스,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이야기하듯, ‘에토스(ethos)’, 사회적 지위나 능력, 도덕성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사람을 설득시키는데 5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저는 3년 정도 준비를 하고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신구약 성경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그랜드종합주석을 한 번 읽고 반 정도 더 읽었습니다. 신학교 졸업할 때까지 4번을 읽었습니다. 나중에 교수들은 읽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조직신학과 역사신학도 개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성경 원어를 빼고는 다 했습니다. 덴버신학교 계시는 정성욱 교수님께 ‘저 같은 사람이 신학 해도 되겠냐’고 질문도 했습니다. 당시 정성욱 교수님 인터넷 카페에 안식교에 대한 글을 쓴 게 있었는데, ‘그 정도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신학교에 갔지만, 목회를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면접볼 때도 ‘목회하려는 게 아니라, 전도와 교육을 위한 라이센스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제게는 남들보다는 쉽게 설명하고 잘 가르치는 은사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전도를 많이 하셨나봅니다.

“조금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설명했나 봅니다. ‘교회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고, 예배란 저런 것이다’ 하면서 조직신학적으로 접근했지요. ‘맞는 것 같은데, 어디서 들은 이야기냐’고 답하더라고요.

이발소에 가거나 식당에 가서도 가끔 복음을 전합니다. 올바르게 믿고 기쁨을 찾고 감사의 동기를 찾으라고 합니다. 물론 성령님께서 역사하시겠지만, 전하는 사람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사역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상업성이 많은 곳도 있다고 들어서, 저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금 다르게 전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서는 주로 상담을 합니다. 전화하고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블로그에서 맺은 인연으로 제주도까지 가서 상담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상담을 하면서, 한국교회 교인들이 어떤 점을 어렵거나 괴로워하고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니, 글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그대로 갖고 있었습니다. 모두 살아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처음에는 그만두고 싶기도 했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질문도 해 보고, 억지로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지금은 꼭 필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하는 분들에게서 변화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신학적으로 변화하고, 삶에서도 변화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왜 신자들이 변하지 않는가? 성화가 정말 가능한가?’를 고민합니다. 그런데 저는 블로그 사역을 통해, 사람이 변화되고 가정이 변화되고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질병이 치유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3년 전에 ‘이것도 사역’이라고 부르심을 느꼈고, 그때부터 일반 목회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습니다.”

김활 목사님 궁금합니다
▲목사님 궁금합니다 | 김활 | 미래사CROSS | 232쪽 | 12,000원.
-교인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게 무엇인가요.

“지나친 봉사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단순한 상급의 원칙 때문에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습니다.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면서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헌금에 대한 부담감이 많습니다. 이 또한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것입니다. 십일조를 안 내면 구원이 없다, 복이 없다고 배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하는 것입니다.

질병이나 우환, 사고에 대해서도 헌금 등과 연관지어 생각합니다. 주일성수를 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압니다. 행위적 신앙이 크고, 믿음에 근거한 신앙은 작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것입니다. 제가 그 분들에게 ‘기독교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데, 답을 못하십니다. 식당은 밥 먹는 곳이고, 학교는 배우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교회는 ‘예배드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교회와 예배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묻습니다. ‘예배가 무엇인가?’ 하고요. 역시 설명을 못합니다. 이런 신앙의 기본을 모르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시킨대로만 하는 것입니다. 헌금하고 찬송하고 봉사하면 천국 간다고 여깁니다. 천국도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만 여기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합니다.

또 교회와 목회자들의 각종 타락상들에 대해 울분을 토하고, 비인간적 언어나 이단성 있는 목회자들의 잘못으로 인한 방황이나 실족으로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교회를 안 나가는 이들에게는 끝까지 나가라고 설득합니다. 20-30명 정도는 다시 나가게 됐을 것입니다. 매년 ‘가나안 신자’가 된 10여명은 상담을 통해 다시 교회 출석하겠다고 합니다.

홀로 방황하던 성도들, 핍박 때문에 교회를 못 나가는 성도들은 ‘특별 관리’합니다. 만나서 알려주기도 하고, 교회를 못 가시는 분들께는 ‘비가시적 교회’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희망을 주면서 ‘때가 되면 다시 갈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목사 때문에 상처받았다’, 그리고 ‘헌금 때문에 생긴 문제들’입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목사에 대한 문제입니다. 비인격적 발언, 상처주는 발언, 헌금 강요나 헌금 유용 등으로 힘들어한다. 그들은 교회를 떠나야 하느냐고 제게 묻습니다.”

-결국 Q&A를 하시는 건데, 그것으로도 믿음이 생길 수 있나요.

“안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예수님도 질문을 하시면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습니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나님도 우리에게 수없이 질문하셨습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질문은 하나의 좋은 도구라고 봅니다.”

-대답하지 못한 질문은 없으신지요.

“물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로만 칼라와 목사’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통합이나 기장, 감리교에서는 목사님들이 가운을 입는데 합동 측은 입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찬식 때는 입습니다. 그 때는 왜 입는 것인가요?’

대충은 알고는 있습니다. ‘관습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대답할까 말까 하다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주위 선배님들께 물어봐도 다 모르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고 있지만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글을 쓰겠습니다’라고만 했습니다.

감사한 것이 신학교 들어가기 전에 3년 정도 신학 공부를 열심히 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그런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직장생활을 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공부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1% 정도는 답을 못 찾고 모르겠다고 적습니다. ‘나중에 하나님께 물어보죠’라고요(웃음).

특정 교회에 대한 질문도 답하기 곤란합니다. 특정 이단에 대해서도 답하면 그들이 집요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돌려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김활 목사님 궁금합니다
▲김활 목사의 기독교 바로알기 블로그(http://whalkim.com).
-기억에 남았던 질문이나 사연이 있었나요.

“철학과를 나온 20대 부산 여성이 있었습니다. 참 똑똑했는데, 기독교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고 페미니즘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해도 장문의 반박글을 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분의 글이 좀 얌전해졌습니다. 이상해서 ‘통화 한 번 하자’고 했는데, ‘목사님, 저 세례 받아요’라고 했습니다.

‘목사님 글을 읽고, 기독교가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됐습니다. 전에는 기독교인들이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바리새인적으로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내가 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라고 했습니다. 30대가 됐고, 엊그제도 통화했습니다.

처음 믿는 분들은 제가 쓰는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기존 신자들 중에 변화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끔씩 글이 올라옵니다. ‘목사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하면서, ‘이렇게 변화됐다’고 고백하십니다. 소문 날까봐 소속 교회에서는 말 못할 고민이나 질문들을 여기서 털어놓으십니다.”

-시력 때문에 개척하지 않았다고 책에 쓰셨는데,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좋지는 않습니다. 교회 목회를 못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것입니다. 편입하는 바람에 전도사 실습을 못 받아서 한 교회에 동사목사로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망막중심정맥폐쇄증을 원래 갖고 있었는데, 심해진 것입니다.

한쪽 눈이 벌개져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원고가 보이지 않으니, 설교도 힘들었습니다. 한 사흘간 실망하다, 목회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재직하던 곳이 개척교회라 신경을 많이 쓴 모양입니다. 아직 황반변성이 오지 않고 시력이 완전히 손상되지 않은 것은 기적입니다. 제게는 하나의 간증입니다.”

-상담사역을 하는 목회자이신데, 자녀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고 용감하게 고백하셨습니다.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거쳤던 직업도 공장 감사나 물건 검사를 하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분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계통에 남다른 달란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런 고백을 하면, 오히려 위안을 받거나 제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자녀들만 그런가요? 모세 아들들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사무엘의 아들들도 좋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이 39세, 36세입니다. 저도 노력은 해 봤는데, 아직은 아니라고 합니다. 계속 아니라고 한 건 아니니까요(웃음). 아이들이 중·고교 때 교회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